
지난해 9월, 온타리오주 킹스턴에 거주하는 변호사 나타샤 베이트먼 브레너씨와 남편은 3주간 캐나다 동부로 휴가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브레너 씨는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PEI), 노바스코샤, 뉴브런즈윅 등에서 머무를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하며 약 6개월간 여행을 준비했다.
동남아 국가 여행의 3배 이상 비용 높아
애국심 대가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실감
그녀는 “우린 젊고, 세상 모든 돈을 가진 것도 아니고, 집 대출도 있다. 그래서 일본 같은 곳에 가는 것보다 저렴하겠다고 생각하고 떠난 여행이었다. 직접 음식을 해 먹을 계획도 했다”고 말했다.
부부는 몬트리올에서 약 6,000달러를 주고 캠핑카를 빌렸으며, 캠핑장 주차료· 휘발유· 식비· 공원 입장료· 골프 라운드· 외식 등을 포함한 전체 비용은 약 15,000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브레너 씨는 “정말 놀라운 여행이었다. 모든 게 훌륭했고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비용이 15,000달러가 들었다. 친구가 일본에 3주 다녀왔는데 항공편까지 포함해 같은 비용이 들었다더라. 남편에게 우리도 그 돈으로 일본 갈 수 있었겠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캐나다 국내 여행을 택한 이들은 애국심의 대가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실감하고 있다. 일부는 여행계획을 축소하고 있다.
뉴펀들랜드 세인트존스에 거주하는 알릭 추이 씨는 최근 부부 동반 5일간 포트 렉스턴을 다녀오며 약 3,000달러를 썼다. 그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무역전쟁과 ‘캐나다 합병’ 발언 때문에 미국 내 지출을 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높은 물가는 그 역시 향후 국내 여행에서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예전에는 4박을 했지만 이제는 3박으로 줄여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여행을 포기하진 않는다” 고 말했다.
추이 씨는 또 “점심은 주유소에서 간단하게 해결해 비용을 아끼지만, 저녁은 가능한 한 제대로 된 식사를 한다. 비싸진 않지만 맛있는 저녁을 찾는다” 고 덧붙였다. 부부는 올해 초 베트남과 태국에서 10일 정도 머물렀는데, 그 비용은 캐나다에서 일주일간 휴가하는 비용의 약 3분의 1 수준이었다고 한다.
브레너 씨는 이번 달 예상치 못한 휴직이 생기자 딸과 함께 어머니와 딸 여행을 계획했다. 예산은 4박 5일간 3,000달러였다. 이 역시 미국 대신 캐나다 국내 여행을 택하려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퀘벡 시티, 온타리오 매니툴린 섬 등 여러 지역을 알아봤으나, 호텔이나 에어비앤비를 함께 사용하더라도 숙박비만 3,000달러에 달했다. 식비와 교통비까지 합치면 총 6,000달러에 이를 것으로 계산됐다. 결국 두 사람은 고향에서 부티크 호텔 2박을 하기로 했다. “비용 때문에 여행의 모든 끼니를 계산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캐나다에서 즉흥적으로 즐기는 휴가의 즐거움을 앗아간다” 고 말했다.
8월 18일부터 23일 사이 토론토 출발 왕복 항공권을 조회한 결과, 할리팩스 노선은 플레어 항공이 약 700달러, 웨스트 젯은 최대 1,700달러였다. 세인트존스는 에어 캐나다 약 1,200달러에서 에어 트랜싯 약 2,500달러, 샬럿타운은 에어 캐나다 1,500달러에서 최대 3,000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차량 렌트는 SUV 평균 1,500달러, 세단은 1,000달러 수준이었다. 호텔 숙박비는 할리팩스· 세인트존스·PEI에서 1박 평균 200달러에서 500달러에 이르렀다.
토론토대 로트먼 경영대학원의 리처드 파워스 교수는 캐나다 국내 여행 비용이 비싼 이유로 ▲항공사 간 경쟁 부족 과 ▲코로나-19 여파를 꼽았다. 그는 “팬데믹 당시 축소했던 항공 노선 중 일부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코로나19 여파가 얼마나 더 갈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라고 말했다.
숙박비 역시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가을 밴쿠버를 예약 중인데, 1박 500달러 이하 숙소를 찾기 힘들다. 정말 부담스럽다.” 또 그는 캐나다의 외식 비용이 유럽보다 비싼 이유로 15~20%의 팁 문화도 꼽았다.
파워스 교수는 “캐나다 관광을 지원하려는 분위기 속에 사람들은 다소 비싼 요금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 문제는 ‘얼마나 더 지불할 수 있느냐’인데, 지금은 거의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