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4일 TuesdayContact Us

메트로 밴쿠버 ‘빈 콘도’ 급증…“팔리지도, 살 사람도 없다”

2025-10-14 14:46:01

캐나다모기지주택공사(CMHC)는 미분양 콘도 수가 작년의 두 배 수준(약 2,500가구)에 달하며, 연말까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사진=ARLEN REDEKOP

메트로 밴쿠버의 신규 콘도 시장에 ‘빈집’이 쌓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떠났고, 실수요자들도 높은 가격과 좁은 평형에 등을 돌렸다. 각종 인센티브에도 불구하고 미분양 사태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미분양 콘도 3천 가구 넘어…작년의 두 배

투자자 이탈, 실수요자도 외면

리치몬드·버나비 등 고층 콘도 집중

부동산 분석업체 ‘존다 어번(Zonda Urban)’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메트로 밴쿠버의 완공 후 미분양 콘도와 타운홈은 2,304가구였으나, 2분기에는 3,215가구로 급증했다.

캐나다모기지주택공사(CMHC)는 미분양 콘도 수가 작년의 두 배 수준(약 2,500가구)에 달하며, 연말까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레니 인텔리전스(Rennie Intelligence)’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완공 후 미분양 콘도는 2,503가구, 공사 막바지 단계의 콘도는 2,337가구로 총 4,840가구에 달했다.

하지만 레니 측은 2분기부터 실제 공정 상황을 반영해 완공 예정 시점을 2027~2028년으로 조정하면서 미분양 및 준공 예정 물량을 3,059가구로 수정했다.

“이처럼 중요한 산업인데도 시장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의 앤디 얀 도시정책연구소장은 이렇게 지적했다.

투자자 이탈, 실수요자 외면

존다의 존 베네스트 부사장은 “투자자들은 보통 분양가 대비 완공 후 시세 상승을 기대하고 선분양에 참여하지만, 최근엔 가격이 정체 또는 하락할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렌니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1~2023년 사이 신규 콘도 구매자의 절반이 투자자였지만, 2024년엔 26%로 줄었고 올해 1분기엔 7%에 불과했다.

투자자들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작은 평형, 높은 평당가의 콘도를 선호해왔다. 반면 실거주자들은 더 넓은 평면의 기존 콘도나 저층 신축 프로젝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어디에, 어떤 콘도가 남았나

메트로 밴쿠버 내 미분양 콘도의 대부분은 리치몬드, 버나비, 뉴웨스트민스터, 밴쿠버 웨스트, 코퀴틀람 지역의 콘크리트 고층 건물에 집중돼 있다.

2분기 기준으로 미분양 재고는 △콘크리트 고층 콘도 2,121가구(66%) △타운홈 637가구(20%) △목조 저층 콘도 457가구(14%)였다.

지역별로는 △버나비·뉴웨스트 930가구 △리치몬드·사우스델타 655가구 △트라이시티 387가구 △밴쿠버 웨스트 313가구 △랭리·클로버데일 205가구 △서리·노스델타 191가구 순이다.

가격대는 대부분 중고가로, 평방피트당 1,000~1,400달러 수준이며, 면적 790~870평방피트 기준으로 80만~120만 달러 선이다. 전체 90개 콘도 프로젝트 중 15개 단지가 절반가량의 미분양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 “세제·정책 지원 필요”

부동산 개발업계를 대표하는 UDI(도시개발협회)의 앤 맥멀린 회장은 “고비용 지역인 밴쿠버에서는 신축주택 가격이 150만 달러 이하인 경우, 모든 구매자에게 GST 환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RRSP(은퇴연금)로 임대용 주택을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일정 조건(5년 임대 의무)이 붙은 신규 주택에 한해 외국인 구매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BC 주정부는 외국인 부동산세 완화에 부정적이다.

크리스틴 보일 BC 주택부 장관은 “우리는 외국인 투기 열풍으로 콘도가 텅 비던 시절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조닝 규제 완화나 커뮤니티 기여금 유연성 확대는 검토하겠지만, 외국인 세금은 유지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결국은 가격 인하뿐”

맥멀린 회장은 “많은 개발업체들이 이미 가격 인하와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있지만, 더 이상 가격을 낮추면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