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장 건강을 위해 유산균, 즉 프로바이오틱스를 찾는다. 장내 미생물 균형이 면역력, 소화기 건강, 정신 건강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산균은 하나의 건강 트렌드가 아니라 일상적 관리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한 가지 흔한 의문이 있다. “이 유산균들이 과연 위산을 통과해 장까지 살아서 갈까?” 이는 단순한 호기심 이상의 문제이다. 우리가 섭취하는 유산균이 실제로 생존해 작용한다면 그 가치는 분명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많은 사람들이 비용만 지출하는 셈이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산균이 장까지 도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위는 강한 산성 환경으로, 외부의 병원균을 사멸시키는 최전선이다. 위산의 pH는 공복 시 약 1.5~2 정도로 매우 강하다. 반면 대부분의 유산균은 이러한 환경에서 생존율이 높지 않다. 학계에서도 위산을 통과하는 유산균의 생존율은 균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아주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먹는 유산균은 모두 소용이 없는가? 그렇지는 않다. 첫째, 유산균은 ‘살아 있는 세균’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죽은 유산균이라 하더라도 그 세포벽 성분이 면역계를 자극하고 장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를 사균(死菌, paraprobiotic) 또는 **포스트바이오틱스(postbiotics)**라고 부르며, 최근 연구에서 그 유효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둘째, 특정 유산균은 산성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생존능력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Lactobacillus나 Bifidobacterium 계열 일부 균주는 위산과 담즙을 견디도록 진화해 장까지 도달할 확률이 높다. 또한 캡슐 코팅 기술, 장용성 제제, 냉동 건조 방식 등 산업 기술의 발달로 생존율을 높이려는 시도도 지속되고 있다.
셋째, 유산균이 장에 정착하는 것은 단순히 ‘도착’의 문제만은 아니다. 장내 환경이 유산균이 활동하기 좋은 상태여야 한다. 즉, 장내 먹이인 프리바이오틱스가 충분해야 하며, 식물 섬유소, 발효식품(요구르트, 김치, 된장 등), 규칙적인 식습관, 스트레스 관리 등이 함께 뒷받침될 때 유산균의 효과는 극대화된다. 단순히 유산균만 먹고 생활습관을 무시한다면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의학에서도 장은 단순한 소화기관을 넘어 인체의 기혈 순환과 면역 조절의 중심으로 보아 왔다. 장이 편안해야 기가 원활하고, 기가 편안해야 정서도 안정된다는 한의학적 관점은 현대 연구에서도 장-뇌 축(gut-brain axis)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장내 미생물은 스트레스 반응, 수면, 우울감 등에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반인은 유산균을 어떻게 선택하면 좋을까?
첫째, ‘균주’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프로바이오틱스 함유”보다 균주의 이름과 연구 근거가 명시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유산균과 함께 섬유소, 발효식품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셋째, 소화가 약하거나 잦은 복부 팽만, 설사, 변비가 있다면 전문가와 상담하며 체질과 상태에 맞는 관리가 필요하다.
장 건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유산균은 장 건강을 위한 한 가지 도구일 뿐, 만능 해결책이 아니다.
그러나 올바른 균주 선택과 생활습관 개선이 병행된다면 유산균은 충분히 의미 있는 건강 투자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균 자체보다 장 환경을 얼마나 건강하게 만들고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의 장은 우리가 매일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떻게 생활하는지에 정직하게 반응한다. 장을 잘 돌보는 일은 곧 평생 건강을 위한 조용한 투자이다.
※ 이 칼럼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하며, 개별적인 건강 상태에 따라 전문가의 진료와 상담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글 미소드림한의원 원장 노종래 (RTCM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