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9일 MondayContact Us

법원, 350년 된 허드슨베이 왕실 헌장 매각 승인…1,800만 달러에 공공 기증

2025-12-29 13:44:59

1670년 찰스 2세 국왕이 발급한 5쪽 분량의 양피지 문서인 허드슨베이컴퍼니(HBC) 왕실 헌장은 연방 결성 수세기 전 식민지 시기 동안 현재 캐나다 영토의 약 3분의 1에 대한 통제권을 HBC에 부여한 역사적 문서다. 사진=MANITOBA MUSEUM

톰슨·웨스턴 가문에 공동매각

법원이 허드슨베이컴퍼니(HBC)를 설립한 지 350여 년 된 왕실 헌장의 매각을 승인하면서, 수개월간 이어져 온 법적·재정적 절차가 마무리됐다.

온타리오 고등법원의 피터 오스본 판사는 12일, 폐업한 소매업체 허드슨베이사Hudson’s Bay Company가 보유한 왕실 헌장을 톰슨 가문과 웨스턴 가문이 소유한 지주회사에 1,800만 달러에 매각하는 것을 허가했다.

두 가문은 해당 문서를 매입 즉시, 그리고 영구적으로 매니토바 기록보관소, 매니토바 박물관, 퀘벡주 가티노의 역사박물관, 로얄온타리오박물관 등 4개 공공기관에 기증할 계획이다. 이들 기관은 이미 기증 수락에 동의했다.

이번에 매각된 헌장은 1670년 5월 2일, 영국의 촬스 2세 국왕이 발급한 5쪽 분량의 양피지 문서로, 당시 모피 무역 회사였던 허드슨베이컴퍼니의 설립을 공식 승인한 기록이다. 이 문서는 연방 결성 이전 식민지 시기 동안 현재 캐나다 영토의 약 3분의 1에 대한 통제권을 HBC에 부여한 것으로, 캐나다 역사에서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채권자 보호 절차 속 경매로 매물 등장

이번 매각은 허드슨 베이사가 지난 3월 채권자 보호를 신청하고 모든 매장을 폐쇄한 이후, 채무 변제를 위해 보유 중이던 4,400여 점의 예술품과 역사적 유물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오스본 판사는 이날 HBC의 채권자 보호 기간을 내년 3월 31일까지 연장하는 것도 함께 승인했다.

미디어 산업으로 부를 축적한 톰슨 가문과 식료품·유통업계 거물인 웨스턴 가문은 이번 경매에서 유일한 입찰자였으나, 공동 매입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법원의 최종 승인이 필요했다. 법원의 승인으로, 수개월 동안 HBC의 변호인단과 재정 자문단을 바쁘게 했던 일련의 과정도 종결됐다.

당초 HBC는 헌장을 경매에 부칠 계획이었으나, 지난 7월 웨스턴 가문이 소유한 위팅턴 인베스트먼츠가 1,250만 달러에 매입해 캐나다 역사박물관에 기증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HBC는 이를 수용할 준비가 돼 있었으나, 데이비드 톰슨의 회사 DKRT 패밀리사가 경매를 전제로 한 1,500만 달러의 시작 가 입찰 의사를 밝히며 매니토바 기록보관소가 소유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HBC는 다시 경매 방식으로 돌아갔고, 이후 두 가문이 공동으로 1,800만 달러를 제시하면서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경쟁 입찰 유도했으나 추가 참여 없어

HBC 재정 자문사 리플렉트 어드바이저스는 150여 명의 개인과 기업에 접촉해 더 높은 입찰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추가 참여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HBC 측 법률대리인 애슐리 테일러는 법정에서 “공동 입찰과 인상된 매입 가격을 고려했을 때, 더 이상 참여 의사를 보이는 곳이 없었다” 며 “결과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결론에 도달했다” 고 밝혔다.

캐나다 법무장관 측 대리인 아사드 모텐 역시 “이번 계획은 헌장을 캐나다 내에 보존하고, 대중의 접근성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공익에 부합한다” 고 평가했다.

해당 헌장은 채권자 보호 절차가 시작된 이후 보호용 보관함에 보관돼 왔으며, 그 이전에는 개인 사무실에 보관돼 있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향후 이동에 앞서 캐나다 보존연구소가 문서 상태를 점검하고 보존 방안을 권고할 예정이다.

톰슨· 웨스턴 가문은 기증 대상인 4개 기관을 ‘관리 기관’ 으로 지정해 헌장을 공동 관리하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HBC가 1881년 첫 백화점을 열었던 위니펙에서 헌장이 최초로 공개 전시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구체적인 전시·공유 방식은 원주민 공동체, 박물관, 대학, 기록보관소, 전문가 및 일반 대중과의 협의 과정을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법원에 제출된 합의 문서에 따르면, 헌장을 각 기관이 합의된 일정에 따라 수년 단위로 순환 전시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관리 기관이 아닌 다른 단체들도 전국 순회 전시 형태로 헌장 및 관련 유물을 전시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헌장이 전시되지 않는 기간에는 고품질 복제품을 활용한 전시도 검토되고 있으며, 헌장과 관련 유물의 디지털 자료를 소개하는 웹사이트 개설과 학술 심포지엄 개최 계획도 포함됐다.

 

보존·공유 위해 추가 기부 약속

톰슨·웨스턴 가문은 이러한 보존 및 공공 접근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500만 달러를 추가로 기부하기로 했다. 또한 데스마레 가문과 파워 코퍼레이션 오브 캐나다, 헤닉 패밀리 파운데이션도 향후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데스마레 가문은 보험사 그레이트웨스트라이프코와 IGM 파이낸셜의 지분을 보유한 파워 코퍼레이션의 배후 가문이며, 헤닉 가문은 글로벌 부동산 기업 콜리어스를 설립한 가문이다. 이번 결정으로, 캐나다 건국 이전 역사와 식민지 시기를 상징하는 핵심 문서가 공공의 소유로 남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