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주에서 시행 중인 의사조력사(MAID) 제도가 일부 종교계 병원들의 반대로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의사조력사를 지지하는 단체들은 환자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병원 소속이 아닌 외부 의료진이 제도를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종교계 반대 속 BC주 병원 현장 혼란 지속
말기 환자 병상 이전 논란
“존엄한 죽음마저 선택 못 하나”
존엄사 관련 소송을 다수 맡아온 변호사 로빈 게이지는 “의학적 필요 없이 환자를 다른 병동이나 시설로 옮기는 행위는 헌법상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지만, 종교적 이유에 따른 병원 이전은 법적으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BC주 대법원에는 약 20여 명의 존엄사 지원 관련 변호사들이 모여 의사조력사 제도의 병원 내 이행 문제를 놓고 법적 대응을 논의했다.
밴쿠버 다운타운에 위치한 세인트 폴 병원은 현재 BC주 의사조력사 지원 병원 명단에서 제외돼 있다. 병원 측은 의사조력사 자체가 캐나다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에 위배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지난 2023년 4월 4일 발생한 사건이 있다. 당시 33세였던 사만다 오닐은 말기 암으로 세인트 폴 병원에 입원 중이었으며, 의사조력사를 요청한 뒤 병원에서 약 25분 거리의 한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졌다. 이 갑작스러운 병상 이전으로 인해 가족과 친구들은 오닐의 임종을 충분히 지켜볼 시간을 갖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닐의 부모는 “딸과의 마지막 작별 인사를 제대로 나눌 수 없었다”며 주정부와 밴쿠버 항만 보건국 등을 상대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정부와 보건 당국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생명과 자유, 개인의 안전, 그리고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소송단은 “주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가톨릭 병원이 법적으로 허용된 의료 서비스를 종교적 이유로 거부할 권리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사건 이후 세인트 폴 병원은 일부 예외 조항을 마련해, 특정 조건 하에서 환자들이 병원 또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의사조력사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했다. 그러나 존엄사 단체들은 이러한 조치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환자의 선택권과 존엄성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소송 결과는 향후 BC주 내 종교계 병원의 의료 서비스 제공 범위와 의사조력사 제도의 적용 방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