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면 봄이다. 지금, 지난 겨울 덜 내린 비가 시샘이라도 하듯이 엄청 뿌려대고 있지만, 조만간 밴쿠버 겨울의 차갑고 지리하고 우중충한 비가 물러날 것이다. 따뜻한 햇살, 푸릇푸릇 올라오는 고운 새순, 눈부시게 만개한 벗꽃과 노란색의 개나리가 천지사방을 수놓을 봄. 봄은 사람의 마음을 괜시리 즐겁게하는 무엇인가가 있는가 보다. 그러나 이런 봄이 되면 오히려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알레르기성질환. 꽃가루가 날리거나 먼지가 많으면 연신 재치기를 하고 콧물이 끊임없이 흘러 내린다. 비단 코 알레르기 뿐만 아니라 눈이 붉게 충혈되거나 가렵고 ,혹은 피부에 두드러기가 난다든지 줄무늬가 생기고 가렵다. 원인 모를 고열, 그리고 천식 등 실로 알레르기성 질환은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고통을 가져다주는 계절의 불청객이다.
알레르기는 의학적으로 이질의 물질에 의하여 변화된 반응능력을 뜻한다. 한편, 알레르기성 질환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물질에 대하여 비정상적인 반응을 일으킴으로써 일어나는 질환으로 기관지천식, 천식성 기관지염, 화분병(고초열), 비계절성 알레르기성비염, 두드러기, 습진, 약물알레르기, 위장관알레르기, 편두통, 혈관성 신경성부종 등이 특히 알레르기성 질환으로 알려지고 있다.
알레르기의 대표적인 특징은 누구에게나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계절이 바뀌거나, 꽃가루가 날려도 혹은 곰팡이류나 털 종류 그리고 먼지에 자주 노출되더라도 조금도 알레르기성 증상을 보이지 않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계절이 바뀔때라든지 조금만 꽃가루를 흡입하고 닿아도 연신 콧물을 흘리고 재치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므로 알레르기성 질환에 접근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데 있어서 ‘왜’ 그리고 ‘무엇’이라는 원인을 규명하기에 힘쓰기보다는 ‘누구’의 문제로 접근해 보아야 한다. (권도원의 팔체질의학)
알레르기 앞에서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대개는 유전을 발생 요인으로 꼽고 있으며 발병은 유소년기에 빈번하며 증세가 일진 일퇴하여 한평생 고생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남녀 거의 동률로 나타나며, 여성은 사춘기에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2주 전, 지난 해 봄, 알러지로 방문했던 환자가 다시 방문했다. 얼굴부터 뭔가 힘든 기색이 역력하다. 눈이 충혈되고, 끊임없이 콧물이 흐르다가 밤에는 막혀 호흡에 지장이 있어 도저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 지난 해 치료받은 것을 기억하여 다시 방문한 것. 지난 해 가을에도 알러지 증상이 나타나 힘들었지만, 겨우겨우 넘기다가 이번에는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방문했다 한다.
체질은 목양인 (태음인). 목양인의 장기 구조는 간이 크고 폐가 작다. 간은 흡수, 폐는 발산 기관. 그러므로 간대폐소의 장기 구조를 이루고 있는 이 체질은 몸 안으로 저장되는 것이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보다 더 많아, 비만하기 쉽다. 이 체질의 핵심은 강하고 상항되어 있는 간 기운을 밖으로 배출하고 약한 폐기운을 보강, 보충하는데 있다.
무엇을 주로 먹나는 질문에, 환자는 자신의 체질대로 식이를 했다 하면서도 브로콜리, 양파 그리고 오이를 아울러 먹는다고 한다. 이러한 야채들은 간을 보강한다. 간이 이미 크고 과항되어 있는 이 체질이 이러한 야채들을 오랫동안 섭취하면, 간은 더 과항되고, 그러면 시소와 같이 대칭구조로 되어있는 폐기운은 더 약해진다. 이러한 야채들이 정말 폐기운을 더 약하게 하여, 이 환자가 겪고 있는 알러지 증상을 유발시켰는 지는 검사상으로 증명할 수 없지만, 사람의 체질로 진료하는 필자같은 한의사는 거의 그럴 것이다라고 확신하고 간기운을 낮추고 폐기운을 높이는 쪽으로 치료한다.
2주 동안 한약을 복용하고 여러 번의 침치료를 받으면서 환자는 정말 씻은듯이 알러지 증상에서 벗어났다. 아울러 그 동안 섭취하던 몇몇 야채들을 끊은 것이 필시 알러지로부터 회복에 일조했을 것이다. 이 체질은 육식을 해야 한다. 육식이 목양인 체질의 약한 폐기운을 보강해 준다. 아울러, 무나 당근, 호박등이 좋은 야채가 된다.
이 환자는 그 동안 20년 이상을 매 년 몇 차례 알러지로 크게 고생해 왔다. 2년 전, 본인의 어머니를 통해 방문하여, 치료받고 비교적 잘 지내다가 이번에 다시 방문했는데, 혹이나 다시 알러지 증상으로 고생하면 어떻게 하나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역력하다. 정말 계절이 바뀔때마다 알레르기가 찾아오는 것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일까. 이 환자에게 땀을 흘리는 운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계속해서 음식을 잘 가리도록 지침을 주었는데, 언젠가는 저 불청객이 ‘똑’ 떨어져 나갈 때가 있을 것이리라.
알레르기에 대응하는 최적의 방법은 그 원인인자를 찾아 제거하려 하기 보다는 사람마다 가장 취약된 장기와 가장 과항된 장기의 균형을 맞추어 주는 것이다. 그 취약된 장기의 기운이 일정한 수준으로 올라가고 그 과항된 장기의 기운이 또한 일정한 수준으로 낮아지면 그 장기의 균형이 외부의 이물질에 저항할 수 있는 힘 (저항력, 생기, 생명력)이 생겨나고, 그 힘이 알레르기성질환 (증상)에 대응하고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으로 그 장기의 불균형을 조절할 것인가? 현재까지 알러지에 대한 뚜렷한 치료방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싯점에서 체질에 맞는 식이, 운동, 목욕법과 아울러 심리적인 조절이 병행된다면 이것이, 아마도 알레르기성 질환을 대응하는 최적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니엘 한의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