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1897년 이후 125년 만에 밴쿠버에서 두 번째로 따뜻한 겨울
현재 밴쿠버에서 가장 외로운 곳을 꼽으라면 비아 레일 역 뒤편에 숨겨진 시 작업장의 기상 대응 센터일 것이다.
이곳은 극단적인 기상 상황에 대비한 일종의 ‘상황실’ 이다. 제설차의 GPS 좌표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여러 개의 스크린, 311 민원 기록, 소셜 미디어 피드와 뉴스 채널, 트랜스링크와의 직통 전화, 그리고 현장 투입을 기다리는 도로 운영팀장들이 모이는 곳이다. 하지만 올해 이 센터는 단 한 번도 문을 열지 않았으며, 새로 도입한 100개의 고성능 제설기 날은 사용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다.
밴쿠버 시가 43년 만에 공식적으로 ‘눈 없는 겨울’을 마감하면서, 시 대응팀은 다소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고 타린 스콜라드 엔지니어링 서비스 부매니저는 전했다. 그는 “올해 100개의 새 제설기 날을 들여왔지만, 직원들이 이를 사용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라고 말했다.
비록 1982-83년 겨울 이후 처음으로 눈이 쌓인 기간이 전혀 없었던 겨울이었지만, 시 당국은 이를 ‘눈이 전혀 오지 않은’ 겨울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눈에 대비하는 작업은 실제로 눈이 오는 것만큼이나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스콜라드는 “기상 예보가 영상 3도 이하로 떨어지면 언제든 사전 예방 조치와 대응을 시작한다”라고 설명했다. 2025-26년 겨울 동안 제설 대비 대응 일수는 34일로, 2024-25년의 41일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일단 첫 눈이 내리면 도로 운영팀 인력들이 재배치된다. 폭풍의 규모에 따라 포장, 보도, 포트홀, 상하수도 및 연석 작업팀까지 모두 제설 및 폭풍 대응에 동원된다. 스콜라드는 “모두가 나름의 기대감을 갖기도 한다” 라고 덧붙였다. 자전거 전용도로와 보도, 주차된 차량으로 좁아진 거리를 청소할 수 있는 날렵한 소형 트럭을 포함해 총 46대의 트럭에 이미 장착된 새 제설기 날들은 이제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캐나다 환경부의 기상학자 브라이언 프록터는 올해 밴쿠버 국제공항의 기상 센서에 눈이 감지된 것은 2월 20일, 3월 10일, 3월 15일 등 단 세 차례뿐 이었다고 밝혔다. 밴쿠버 주민들이 자동차 앞 유리에 섞여 내리는 진눈깨비를 보았을 수는 있지만, 지면에 쌓이지는 않았다.
이는 평년보다 따뜻했던 겨울 날씨 때문이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평균 기온은 6도로, 평년보다 2도 높았다. 프록터는 “이로써 이번 겨울은 1897년 이후 125년 만에 밴쿠버에서 두 번째로 따뜻한 겨울로 기록되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매우 적은 양의 눈이 내렸고 노스쇼어 산맥의 적설량도 감소했다. 이번 주에 발생한 대기천 현상이 그나마 남아있던 눈마저 모두 녹여버렸다”라고 덧붙였다.
1월 1일 기준 남부 해안 지역의 주정부 적설량 보고서는 정상 수치보다 67% 낮은 상태였다. 적설량이 평균 이하로 떨어지면, 봄철에 다시 쌓이지 않는 한 여름철 물 사용 제한이나 가뭄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 프록터는 “3월에서 4월 사이에 적설량이 다시 형성되기를 바라고 있다”라고 말했다.
부족한 적설량은 겨울철 관광업과 스키 리조트에만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봄철 해동기에 유입되는 물의 양이 줄어들어 식수, 농업,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산불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원예 칼럼니스트인 브라이언 민터는 정원을 가꾸는 이들에게 지금의 눈 부족이 시즌 후반에 심각한 물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터는 “물 부족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므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다만, 잦은 대기천 현상 덕분에 지하수 수위는 보충되고 있다는 점을 불행 중 다행으로 꼽았다.
민터는 처마 낙수받이에서 물을 모으거나 빗물통, 또는 정원 지하에 저수조를 설치해 물을 보존할 것을 권고하며 “미리 준비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조언은 기약 없이 대기 중인 외로운 제설차들에게는 큰 위로가 되지 못할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