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찾아 떠나는 캐나다인,
고소득자·은퇴층 ‘미국행’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이후 “미국을 떠나 캐나다로 이주하겠다”는 미국인들의 발언이 이어졌지만, 실제 통계는 이와 정반대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의 캐나다 영주권 취득은 크게 감소한 반면, 더 나은 경제적 기회와 소득을 찾아 미국으로 이동하는 캐나다인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인의 캐나다 영주권 취득 건수는 전년 대비 63% 급감하며 눈에 띄는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주로 이어지는 사례는 제한적이었음을 시사한다.
반면 캐나다인의 미국 이주는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높은 임금 수준과 다양한 취업 기회, 상대적으로 낮은 세금 환경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기술, 금융, 의료 등 고소득 전문직을 중심으로 미국행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캐나다 내 높은 주거비 부담과 세금, 제한된 임금 상승률 등이 인재 유출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일부에서는 캐나다 경제의 성장 둔화와 생산성 문제 역시 미국 행 증가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캐나다학학회(ACS)가 발표한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1월 한 달간 캐나다 영주권을 취득한 미국 시민권자는 단 295명에 불과했다. 이는 전년 동기 805명이 영주권을 받았던 것과 비교해 무려 63%나 급감한 수치다.
이러한 하락세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2025년 전체 통계에서도 미국인의 캐나다 영주권 취득 건수는 2024년 대비 20% 감소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취업을 위해 캐나다를 찾는 미국인 임시 외국인 노동자(TFW) 수 역시 2024년 대비 약 10% 줄어들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인들이 북상을 주저하는 사이, 캐나다인들은 적극적으로 남하하고 있다. 특히 경제 활동이 가장 활발한 25~54세 사이의 고숙련 노동자들 사이에서 미국행 이주가 두드러진다.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 거주하며 활동 중인 캐나다 출신 노동자의 약 36%가 연봉 10만 달러(캐나다 달러 기준) 이상의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내 현지인은 물론 캐나다에 거주하는 자국민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캐나다의 핵심 인재들이 더 높은 보상을 찾아 미국으로 유출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니어 계층의 이주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25년 한 해 동안 약 16,609명의 55세 이상 캐나다인이 미국 등으로 영구 이주를 선택했다. 이는 10년 전과 비교해 무려 80.5%나 폭증한 수치다. 과거에는 캘리포니아가 주요 정착지였으나, 최근에는 전체의 21.2%가 플로리다를 선택하며 새로운 선호 지역으로 부상했다
높은 물가와 규제가 부른 ‘인재 유출’
전문가들은 이러한 이주 양극화 현상의 원인이 단순한 정치적 성향보다는 실질적인 ‘경제적 생존’에 있다고 분석한다.
무엇보다 캐나다의 살인적인 주거비와 고물가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생활비 부담이 한계치에 다다르면서 상대적으로 세금이 낮고 소득 수준이 높은 미국으로 눈을 돌리는 캐나다인이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캐나다 정부가 최근 임시 거주자 비율을 축소하고 영주권 승인 요건을 대폭 강화하면서, 미국인들이 캐나다로 이주하기가 과거보다 훨씬 까다로워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결국 “미국을 떠나겠다”는 미국인들의 구호는 상징적인 수사에 그친 반면, 경제적 압박을 견디지 못한 캐나다의 인재와 자산은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두뇌 유출’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