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식료품· 세금· 공과금 등 다양한 요소가 ‘생활비’ 결정
캐나다에서 생활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타 지역으로의 이사를 고려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단순한 통념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알버타주는 주택 가격이 저렴하고, 퀘벡은 세금 부담이 높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제 생활비는 주택뿐 아니라 식료품, 세금, 공과금, 교통비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이라도 임금 수준이 낮거나 공공 서비스 비용이 높을 경우 전체 생활비 부담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주거비가 높은 지역이라도 소득 수준이나 고용 기회가 높다면 실질적인 생활 여건은 더 나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식료품 가격과 에너지 비용, 지방세 및 소비세 구조 역시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난방비와 전기료는 기후 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지며, 이는 연간 생활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꼽힌다.
두 자녀의 어머니 사라 로페스 로드리게스는 지난 2022년 7월 생활비 절감을 기대하며 밴쿠버에서 캘거리로 이주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재정 상황은 더 악화됐다.
그녀는 “알버타주에 있는 동안 많은 돈을 잃었고 상당한 빚이 생겼다” 고 말했다. 주택 가격이 더 저렴하고 판매세가 없는 알버타주의 장점도 실제 생활비 절감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녀는 “청구서에서 4~5달러 정도 아낄 수는 있지만 결국 그것이 내 돈을 절약해주지는 않았다” 고 말했다.
이 후 2024년 여름 몬트리올로 이사하면서 가계 상황이 회복됐다고 말했다. 퀘벡은 세금이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녀 가족에게는 오히려 도움이 됐다. 반면 퀘벡 출신 브누아 보르네는 2023년 여름 알버타주로 이주한 뒤 재정 상황이 오히려 좋아졌다.
‘시장 바구니 지수’, BC주최고
캐나다 지역별 생활비를 비교하는 방법 중 하나는 ‘시장 바구니 지수’이다. 이는 식료품, 의류, 주거비, 교통비 등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 묶음의 비용을 계산해 ‘기본적인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금액을 측정한다. 이 지표에 따르면 생활비가 가장 높은 주는 BC주이며, 알버타주가 그 뒤를 잇는다. 반면 가장 낮은 곳은 퀘벡이다.
2024년 기준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연소득은 다음과 같다.
- BC: 5만6,059달러 •알버타: 5만5,041달러 •온타리오: 5만4,981달러•퀘벡: 4만7,133달러
다만 이 지표는 같은 주 안에서도 대도시와 농촌 지역 간 큰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다.
또 중요한 요소는 소득이다.
서버스 크레딧유니온 수석 경제학자 찰스 세인트-아르노는 “임금이 높은 지역일수록 생활비도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알버타주는 여전히 가처분 소득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편이어서 주민들이 높은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장점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는 “현재 알버타 임금은 BC주와 온타리오 수준에 거의 근접해 구매력이 상당히 감소했다”고 말했다.
주택 비용이 가장 큰 부담
대부분의 캐나다 가정에서 주택은 월 지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주택 구매 비용이 가장 높은 도시는 밴쿠버와 토론토이다.
캐나다 모기지주택공사(CMHC) 수석 경제학자 마티외 라베르그는 주택 부담 가능성을 세 가지 요소로 설명했다. “얼마를 내야 하는지, 얼마를 감당할 수 있는지, 그리고 실제로 구할 수 있는 주택이 있는지” 이다.
이는 주택 가격과 임대료 뿐만 아니라 소득과 주택 공급량도 함께 고려한다는 의미다.
노바스코샤에서 대학을 다니던 해나 맥도널드는 생활비 부담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고 고향인 PEI로 돌아갔다. 그녀는 핼리팩스에서 사는 비용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다고 했다. 팬데믹 이후 핼리팩스는 캐나다에서 가장 비싼 임대 시장 가운데 하나가 됐다. 2025년 12월 기준 평균 임대료는 2,200달러를 넘어섰다.
팬데믹 기간 원격근무가 확산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대도시를 떠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이러한 인구 이동은 해당 지역의 임대료와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현재 주요 도시 가운데 주택 구입이 가장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은 에드몬튼과 캘거리이다. 알버타주는 지난해 5만4,900가구의 주택 착공을 기록하며 캐나다에서 가장 활발한 주택 건설을 보였다.
작은 도시가 꼭 저렴한 것은 아니다
브라질 출신 자나이나 나자리 고메스는 2022년 대학 공부를 위해 위니팩에서 오타와로 이주하면서 월세가 1,400달러에서 2,500달러로 급등했다. 이후 온타리오주의 작은 도시 구엘프로 이주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현재 가족이 내는 월세는 3,100달러다. 주택 가격도 평균 약 80만 달러로 여전히 매우 높다.
식료품 가격은 최근 몇 년간 크게 올랐지만 지역 간 차이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2025년 기준 식료품 지출은 전체 가계 지출의 약 16~19%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운송 비용 때문에 대서양 연안지역과 북부지역의 식료품 가격은 더 높은 편이다.
또 흥미롭게도 생산지와 가격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캐나다 연어 생산의 약 3분의 2가 BC주에서 나오지만, 연어 가격은 BC주가 가장 비싸며 kg당 약 32달러 수준이다.
온타리오주에 살던 뤼실 로슈포르는 생활비 절감을 위해 토론토를 떠나 PEI의 작은 마을로 이주했다. 도심에서는 차가 필요 없었지만 지금은 운전이 필수다. 다행히 자동차 보험료는 온타리오보다 훨씬 저렴하다. 온타리오 보험료는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캐나다 보험국 관계자 맥시밀리엔 로이는 보험료는 사고 보상 비용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온타리오주 평균 보험 청구액은 약 1만6,000달러, 알버타주는 1만7,000달러 이상이다. 반면 PEI는 7,000달러 미만이다.
‘세금 높은 퀘벡’ 이미지 사실일까
알버타주의 세금 체계는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큰 장점이다. 캐나다군 소속 브누아 보르네는 어디서 근무하든 같은 급여를 받지만 알버타주의 낮은 세금 덕분에 생활비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알버타주는 캐나다에서 가장 큰 면세 구간을 갖고 있다.
•6만 달러 이하: 세율 8%
- 6만~15만1,000달러: 세율 10%. 또 캐나다에서 유일하게 판매세가 없는 주다.
하지만 퀘벡이 항상 가장 세금이 높은 것은 아니다. 셔브룩대 세금·공공재정 연구팀의 수지 세르니는 세금뿐 아니라 각종 혜택과 공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평균 소득의 1인 가구 기준 세 부담이 가장 낮은 곳은 BC주, 가장 높은 곳은 노바스코샤주 이다.
하지만 자녀가 있는 가정이나 저소득층의 경우 퀘벡의 세 부담이 크게 낮아진다. 퀘벡은 보육비 세액공제, 가족수당, 아동 활동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공과금에서는 퀘벡이 가장 저렴한 지역으로 꼽힌다. 풍부한 수력 발전 덕분에 전기 요금이 다른 주보다 훨씬 낮다.
BC주와 매니토바주도 수력 발전을 하지만 가뭄과 수요 증가로 요금이 상승하고 있으며 BC주는 최근 3년 동안 전력을 수입하기도 했다. 반면 알버타주는 전력 시장이 자유화돼 있어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 변동이 더 크게 나타난다.
“한 지역을 이상적으로 생각하면 안돼”
2024년 기준 기본적인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연소득이 가장 낮은 대도시는 다음과 같다. •퀘벡시: 4만8,362달러 •몬트리올: 4만9,244달러 •세인트 존스: 5만2,976달러
반면 가장 높은 도시는 •토론토: 6만1,763달러 •밴쿠버: 6만2,842달러.
또 누나붓 준주의 주도 이칼루잇에서는 기본 생활비가 약 11만6,000달러에 달한다.
경제학자 찰스 생아르노는 “물가상승이 둔화됐지만 가계의 구매력 증가도 최근 몇 년간 정체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생활비 위기를 느끼는 이유는 매년 경제적으로 전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생활비 절감을 위해 이사를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사라 로페스 로드리게스는 이렇게 조언한다. “어느 한 지역을 이상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