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예약할까” 전문가 조언은?
전쟁 여파에 여행비 급등 우려
중동 지역 전쟁 장기화로 항공 연료 공급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글로벌 항공업계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연료 가격이 단기간에 두 배 이상 급등하며 그 부담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항공권은 이미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비싸 지고 있었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예측 불가능성’이 더해진 것이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가스 및 기타 핵심 자원 공급 차단으로 발생한 이번 사태를 “직면한 역대 최대의 에너지 위기”라고 부르며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실제로 비롤 사무총장은 15일, 유럽의 항공유 재고가 “6주 정도밖에 남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히며, 이란 전쟁으로 석유 공급이 계속 막힐 경우 “곧 항공편 취소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맥길 대학교 항공 관리학 강사 존 그레이덱은 “본격적인 위기는 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비롤 사무총장의 발언에 동의하며, 이번 사태를 9/11 테러나 코로나19 대유행 때보다 “더 심각한 항공 역사상 최악의 위기”라고 했다. 당시에는 적어도 공급 자체의 문제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레이덱은 “연료 없이는 비행기를 띄울 수 없다. 설령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린다고 해도 해당 지역의 정유 시설들이 타격을 입어 핵심 시설 중 하나는 복구에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항공권은 더 비싸지고 있는가?
‘플라이트 센터 캐나다’ 통계에 따르면, 항공권 가격은 이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5년 1월부터 2026년 3월 사이 국제선 요금은 8%, 국내선 요금은 거의 14% 상승했다.
해당 업체의 홍보 담당 이사 암라 두라코비치는 “강한 수요가 가격 인상의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캐나다인들이 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계속 여행을 다니고 있지만, 현재 가격을 확정 짓기 위해 6개월 전부터 미리 예약하는 등 행동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가격이 내려가길 기다리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현재 상황에서 솔직히 좀 위험한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가격이 다시 내려갈 가?
짧게 대답하자면 ‘아마도 아닐 것’이다. 항공사들은 급등하는 항공유 비용에 두 가지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부는 티켓당 최대 60달러의 유류 할증료를 부과하고 있으며, 다른 일부는 기본 운임에 연료비를 포함하고 있다.
할증료는 소매업자가 가격을 영구적으로 올리지 않으면서 급등한 비용을 소비자에게 신속히 전가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여러 북미 항공사들은 수요와 비용 상승에 따라 운임을 직접 조정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맥길대의 그레이덱은 “운임 자체가 올라가면 유가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더라도 가격이 다시 내려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연료비는 인건비 다음으로 큰 비용으로, 항공사 운영 비용의 약 27%를 차지한다. 연료 가격은 분쟁 시작 이후 두 배 이상 올랐는데, 이는 휴전 전 원유 가격 상승폭(약 50%)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하지만 그레이덱은 항공사가 정말 걱정하는 것은 비용보다 공급이라고 말했다. 그는 “항공사들이 항공편을 취소하기 시작하면 그 영향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항공기가 멈춰 서면 감원으로 이어지고, 이는 가용 좌석 감소와 수요 불일치를 초래해 결과적으로 가격이 대 폭등 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레이덱과 두라코비치 모두 13일 마크 카니 총리가 발표한 항공유 리터당 4센트의 유류세 일시 제거 조치에 대해서는 현재의 극심한 변동성을 고려할 때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금 예약해야 할까, 기다려야 할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만장일치였다. 기다리는 것보다 지금 예약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것이다. 맥스 존슨은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가격과 좌석이 마음에 든다면 망설이지 말고 예약하라”고 조언했다.
토론토 요크 대학교 경제학 부교수인 프레드 라자르는 연료비가 높은 상태로 몇 주가 더 지속될 때마다 여행객들은 약 한 달 정도 더 비싼 요금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현재 상황이 계속된다면 늦여름까지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이므로 나중에 여행하더라도 지금 예약하는 것이 낫다는 뜻이다.
항공편 취소가 발생하고 있는가?
웨스트젯은 이달 초, 수요가 적은 여러 노선의 항공편을 통합하여 4월에는 1%, 5월에는 3%까지 수용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대부분의 캐나다 항공사는 캐나다산 연료에 의존하므로 공급 걱정은 덜하지만, 글로벌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압박은 피할 수 없다.
공급 위기에 직접 노출된 곳은 유럽과 아시아 항공사들이다. 독일의 루프트한자는 아시아 등 일부 공항의 항공유 상황이 이미 심각해 항공기 운행 중단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이번 주 밝혔다. 한국 티웨이 항공도 5~6월 일부 객실 승무원의 무급 휴직을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캐나다의 경우 항공사가 예약한 항공편의 일정 시간 내에 승객을 목적지까지 데려다 줄 법적 의무가 있다. 항공편이 취소되면 경유 노선이나 타사 항공편을 통해서라도 목적지까지 보내줘야 한다. 맥스 존슨은 항공사들이 연료 확보가 어려운 동유럽이나 중 유럽 행 노선을 줄이거나 변경하여, 승객들을 프랑크푸르트나 뮌헨 같은 대형 허브 공항으로 갈아타게 하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더 저렴한 목적지가 있는가?
두라코비치는 ‘유연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성수기를 피하는 것이 큰 차이를 만든다. 예를 들어 한 여름의 유럽은 비싸지만, 같은 시기 남미 노선은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유럽이나 아시아행 장거리 노선은 연료비와 공급 문제로 가격 변동성이 훨씬 크다. 반면 플라이트 센터는 캐나다 동부나 밴프와 같은 국내 여행지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는데, 이는 미국과의 무역 전쟁 여파로 미국 여행이 줄어든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약 후에 티켓 가격이 더 오를 수도 있는가?
그레이덱은 티켓 구매 후 항공사가 새 요금을 추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다만 극단적인 연료 쇼크 상황에서는 유럽 항공사들이 대규모 항공편 취소를 결정하며 불가항력 조항을 발동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존 계약을 취소하고 환불해 주거나 승객이 새로운 가격으로 다시 예약하게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존슨은 그런 사례를 본 적은 없지만, 다가올 몇 달 안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도 놀랍지 않다며 “모든 예측이 무의미한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캐나다 규정에 따르면 항공편이 취소되더라도 항공사는 추가 요금 없이 승객을 대체편으로 예약해 주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