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차트 작성 업무, 인공지능이 대신
의사와 환자의 대화 자동으로 요약·기록
의사 1인당 평균 사용 횟수 약 270회 달해
개인정보 보호와 기록 정확성 우려도 제기
의료 현장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의료 서기(scribe)’ 시스템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환자 진료 기록과 차트 작성 업무를 AI가 대신하면서 의사들의 행정 부담을 줄이고 진료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BC의사협회에 따르면, 최근 지역사회 기반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AI 서기 활용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진료 내용을 자동으로 요약·기록하는 방식이다.
현재 많은 의사들이 진료 이후 장시간 전자의무기록(EMR) 작성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는 의료진 번아웃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돼 왔다. AI 서기 도입은 이러한 반복 행정 업무를 줄여 의료진이 환자 진료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BC의사협회는 2024년부터 2년간 AI 서기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30명 이상의 지역사회 의사들이 최대 6주 동안 해당 기술을 사용했으며, 그 과정에서 총 7,000건 이상의 진료에 AI 서기가 활용됐다. 의사 1인당 평균 사용 횟수는 약 270회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사업 결과 상당수 의사들은 문서 작성 시간이 줄고 업무 스트레스가 감소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와 기록 정확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환자 대화 내용이 AI 시스템에 의해 처리되는 만큼 데이터 보안과 의료정보 관리 체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AI가 의료 용어나 맥락을 잘못 해석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편 최근 방영된 의학 드라마 더 피트에서도 AI 기반 의료 시스템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다뤄지며 관련 기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음은 의사들이 환자 진료에 AI 도구를 활용하는 이유와 주요 쟁점 사항들이다.
- AI 서기란 무엇인가?
AI 서기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의사와 환자 간의 대화를 경청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료 기록과 요약본을 실시간으로 자동 생성하는 도구다.
- 진료 녹음 전 환자의 동의를 구해야 하나?
BC전문의 및 일반의 협회(CPSBC)와 BC 의사협회는 서기 기능, 예측 분석, 가상 건강 보조, 진단 지원 및 맞춤형 치료 계획 등 의료 분야 AI 사용에 관한 지침을 마련했다. 이 지침에 따라 의사는 기술의 작동 방식, 이점 및 잠재적 위험, 위험 완화 조치 등을 설명하고 구두 또는 서면으로 고지된 동의를 받아야 한다. B.C. 의사협회장 아담 톰슨 박사는 “환자가 진료 질에 지장을 받지 않고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의사와 환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의료 AI 전문가인 임상 정신과 전문의 존 호세 누네즈 박사는 AI 서기가 서류 작업 시간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의사가 기록에 매달리는 대신 환자의 말에 더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누네즈 박사는 “학계에서는 시간 단축 여부에 대해 의견이 갈리기도 하지만, 의사의 ‘인지적 부하’를 확실히 줄여준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며, “기록을 직접 작성하는 것보다 생성된 노트를 검토하고 수정하는 것이 훨씬 덜 피로하기 때문에 의사들의 번아웃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톰슨 회장 역시 “의사가 화면을 보는 대신 환자와 직접 눈을 맞추는 시간이 늘어나 환자의 경험이 개선된다”고 동의했다.
- AI 서기의 기록은 얼마나 정확한가?
오류가 발생할 수 있지만, 최종적인 정확성에 대한 책임은 의사에게 있으므로 의사가 직접 내용을 검토한다고 누네즈 박사는 설명했다. 억양이나 방언이 녹음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으나,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빨라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톰슨 회장은 AI가 문맥을 오해하거나 엉뚱한 답변을 내놓는 ‘환각’ 현상이 여전히 보고되고 있으며, 복잡한 임상 대화나 강한 억양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AI가 의사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차트 작성을 돕는 ‘보조자’ 로서 기능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 BC주에서 AI 서기 사용은 얼마나 보편화되었나?
톰슨 회장은 현재 보건 당국 소속 의사 약 3,300명과 지역사회 기반 의사 약 3,000명이 AI 서기를 사용 중인 것으로 추산했다. BC주 전체 활동 의사가 약 16,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치다. 그는 본인 역시 아직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행정 부담과 번 아웃 감소 효과가 입증된 만큼 올해 말 자신의 진료소에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