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4일 FridayContact Us

‘밴쿠버 스페셜’의 현대적 변신…모듈러 주택으로 유연함·경제성 잡는다

2026-08-14 09:22:11

실내 전체를 미송(더글라스 퍼) 합판으로 마감해 따뜻하면서도 현대적인 분위기를 살린 이 집은 특수 조립식 모듈 시스템을 적용해 밴쿠버에 지어진 첫 번째 주택이다.

가족 변화에 따라 내부 공간 자유롭게 재구성

밴쿠버 최초 특수 조립식 모듈 시스템 적용

밴쿠버의 대표적인 주택 형태인 ‘밴쿠버 스페셜(Vancouver Special)’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모듈러 주택이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리처드 첸과 앤젤라 소 부부는 최근 평지붕과 1층 전면의 대형 창이 돋보이는 2층 신축 주택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실내 전체를 미송(더글라스 퍼) 합판으로 마감해 따뜻하면서도 현대적인 분위기를 살린 이 집은 특수 조립식 모듈 시스템을 적용해 밴쿠버에 지어진 첫 번째 주택이다.

밴쿠버 더글라스 파크 인근 단독주택 부지에 들어선 이 모듈은 마치 일본식 도시락 칸처럼 조립·적재·분리가 자유로워 다양한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디자이너들이 ‘어댑트(Addapt)’라 명명한 이 시스템은 현재 여러 건축 프로젝트로 확대 적용되는 추세다. 향후 보급이 늘어나면 한층 유연하면서도 저렴한 주택 공급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 모으고 있다.

주 정부와 연방정부 차원의 표준 주택 설계안이 도입되고, 시내 대부분 지역에서 기존 단독주택 부지에 3~6가구 건설을 허용하는 등 제도적 변화 와도 맞물려 있다. 다만 이러한 주택을 실제 어떻게 보급하고 건축 비용을 어느 수준까지 낮출 수 있느냐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어댑트 시스템을 개발한 ‘레키 스튜디오’의 마이클 레키 대표는 “어떻게 하면 과거의 ‘밴쿠버 스페셜’을 현대에 맞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전했다.

‘밴쿠버 스페셜’은 1960년대 중반 등장한 대중적인 주택 양식으로, 당시 이민자와 노동자 계층이 저렴한 비용으로 불과 한 달 만에 지어 입주할 수 있어 큰 인기를 끌었다. 공간 변형이 쉬워 대가족이 함께 살기에도 적합한 구조였다.

천 씨는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모듈러 조립식 주택’이라고 하면 싸구려라는 인식이 강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천 씨 부부는 레키 대표의 자회사인 ‘백컨트리 햇 컴퍼니’가 선보인 조립식 캐빈 키트의 미니멀한 디자인에 눈을 돌렸다. 원래 이 키트는 교외나 시골 지역의 휴양용 주택을 짓는 데 주로 쓰이던 제품이었다.

부부는 도심 자택 부지의 오래된 밴쿠버 스페셜 주택을 허물고 이 조립식 키트를 활용해 본채와 부속 캐빈을 지을 수 있는지 문의했다. 과정이 간단치만은 않았으나, 이 질문이 계기가 되어 수 년간의 연구개발이 시작됐고 레키 대표는 천 씨 부부에게 새로 구상 중인 시스템의 시제품을 지어보자고 제안했다.

그 결실이 바로 ‘어댑트’다. 어댑트는 주택 부재의 제조·포장·운송·조립 단계를 하나로 단축해, 표준화되면서도 가구별 맞춤 변형이 가능한 도심형 유연 주택을 구현해 냈다.

천 씨는 “우리 집은 불과 2주 만에 뚝딱 지어졌다. 그야말로 레고 블록이나 다름없다”며 밴쿠버 동부 공장에서 제작된 모듈을 현장으로 가져와 조립하기만 했다고 설명했다.

이 주택의 연면적은 2,400평방피트(약 67평)로, 400평방피트 규모의 모듈 3개가 1층에 늘어서고 그 위로 적재된 형태다. 1층에는 거실과 식당·주방이, 2층에는 침실과 서재가 들어섰다. 2층 모듈의 바닥 패널을 일부 제거해 1층 식당의 층고를 끌어올림으로써 탁 트인 개방감을 확보했다.

밴쿠버에서 수백 채의 소형 레인웨이 주택을 지어온 ‘스몰웍스’의 제이크 프라이 공동 대표는 “2층이든 3층이든 자유롭게 올릴 수 있고, 단독주택은 물론 본채와 보조 세대가 결합된 형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스몰웍스는 이번 첫 시제품 공사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레키 스튜디오와 손잡고 후속 어댑트 주택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프라이 대표는 “모든 설계가 400평방피트 단위의 모듈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2,400평방피트짜리 단독주택을 지을 수도 있고, 3층짜리 다세대주택으로 변형해 1,200평방피트 규모 3가구를 넣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댑트 방식이 “시중에 반값으로 풀릴 만큼 아주 저렴하다는 뜻은 아니며, 이 집 자체도 고가 주택에 속한다”면서도 “주문량이 충분히 확보된다면 건축 시공비를 최소 20% 이상 절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천편일률적이지 않은 독창적인 건축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비용 폭리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공기 단축과 인건비 절감 효과가 큰 대신 고급 자재에 비용을 더 썼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정확히 얼마가 절약됐는지 단정하기는 아직 어렵다. 실제로 천 씨 부부는 내벽 마감재로 고급 미송 합판을 고집했으나, 이를 어댑트 규격 모듈에 맞춰 합리적으로 시공할 수 있었다.

재료공학을 전공한 천 씨는 “평범한 석고보드보다는 독특한 자재를 선호하는 편”이라며 “40년 뒤 이 집이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