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지역뉴스 사라지는 것은 결코 좋은 징조 아냐”
밴쿠버 라디오 방송의 대표 채널로 자리해 온 ‘스포츠넷 650(Sportsnet 650)’과 ‘뉴스 1130(News 1130)’이 전격 폐쇄됐다.
로저스 스포츠 미디어는 지난 7일 두 방송국의 운영을 종료한다고 발표하고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스포츠넷 650은 밴쿠버 스포츠 팬들에게 밴쿠버 캐넉스와 BC라이온스, 밴쿠버화이트캡스FC 등의 경기와 분석을 제공해 온 대표 스포츠 라디오 채널이었다. 뉴스 1130 역시 24시간 뉴스와 교통·기상 정보를 제공하며 오랜 기간 지역 주민들의 출퇴근길을 함께해 왔다.
특히 스포츠넷 650의 인기 아침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마이크 할퍼드와 제이슨 브로는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청취자들과 작별을 고했다.
로저스는 이번 결정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과 청취 행태 변화에 따른 사업 구조조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팟캐스트와 스트리밍 서비스, 디지털 플랫폼 이용이 증가하면서 전통적인 AM·FM 라디오 시장은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폐쇄로 일부 직원들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역 방송계에서는 밴쿠버의 대표 라디오 채널이 또 하나 사라지게 됐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로저스는 이 밖에도 캘거리의 스포츠·뉴스 채널, 핼리팩스와 온타리오주 키치너의 뉴스 채널 등 캐나다 전역에서 총 6개 역을 폐쇄했다.
BCIT 미디어 강사 브라이언 위베는 “지역 뉴스를 전하던 목소리가 사라지는 것은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여론 형성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보도의 질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며, “체계적인 언론사의 데스크 기능 없이 누구나 내일 당장 웹사이트를 개설해 글을 쓸 수 있는 시대에, 캐나다에서 세 번째로 큰 미디어 시장인 밴쿠버에서 선택지가 줄어드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폐쇄로 대규모 실직 사태도 불가피해졌다. 로저스의 이번 결정은 경영난 때문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큰 아쉬움을 남긴다. 로저스는 바로 전날인 6일, 래리 타넨바움에게 43억 달러를 지급하며 메이플 리프 스포츠 앤 엔터테인먼트(MLSE)의 잔여 지분 25% 인수를 완료했기 때문이다.
사실 스포츠넷 650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소문은 예전부터 돌았다. 밴쿠버 캐넉스 하키팀의 공식 라디오 중계권을 갱신한 이후에도 소문은 가라앉지 않았다. 두 회사는 4년 전, 2032-33 시즌까지 TV와 라디오 중계권을 묶어 10년 장기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계약 구조상 로저스가 중계 방식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AM 라디오의 쇠퇴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5년 사이 대중의 청취 습관이 급격히 변했을 뿐만 아니라, 기술적 도태도 진행 중이었다. 과거 가정마다 필수품이었던 라디오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고, 최근 출시되는 차량 대부분에는 AM 이 장착되지 않는다. 사실상 AM 라디오는 수년 전부터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4개 도시, 6개 방송국 폐쇄로 인해 일터를 잃은 직원들이 마주한 현실은 시리기만 하다. 폐쇄된 6개 방송국의 주파수 면허는 캐나다 방송통신위원회(CRTC)에 반납된다.
뉴스 1130은 광역 밴쿠버의 악명 높은 출퇴근 정체와 싸우는 운전자들에게 필수 채널이었다. 물론 지금은 구글 맵 같은 내비게이션 앱을 많이 쓰지만, 위베 강사는 “앱은 돌발적인 정체 상황을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로저스는 현재 캐나다 전역에 44개 방송국을 여전히 보유·운영 중이다. 로저스 대변인은 “이번에 영향을 받은 지역의 로컬 뉴스에 대한 투자는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밴쿠버 캐넉스의 라디오 중계는 로저스 소유의 또 다른 FM 채널인 ‘JACK-FM’이나 ‘Kiss Radio’를 통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