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 단위로 외식을 하거나 이동 중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에게 저렴한 한 끼를 찾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맥도날드에서 4 명이 식사를 하려면 약 50달러가 들고, KFC 패밀리 버킷은 세금 전 기준으로 약 45달러에 달한다. 길거리 푸드 트럭에서 핫도그 네 개를 사 먹어도 30달러 이상이 든다. 스위스 샬레의 패밀리 팩은 39.99달러부터 시작하며, 무초 부리또의 부리또 한 개 가격도 12.45달러에 이른다.
이런 상황 속에서 수십 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가성비의 성지’ 로 자리 잡은 곳이 있다. 대형 창고형 매장 한편, 은박지에 싸여 콜라와 함께 제공되는 바로 코스트코 푸드 코트다.
1980년대부터 1.50달러로 유지되고 있는 코스트코 핫도그 세트는 멤버십 회원은 물론, 단지 음식을 사기 위해 방문한 비회원들에게도 꾸준한 인기를 끌어왔다.
하지만 최근 밴쿠버 다운타운 코스트코는 푸드코트 이용 시 반드시 유효한 멤버십 카드가 필요하다는 안내문을 게시해 온라인상에서 비회원의 푸드코트 이용 자격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코스트코 캐나다 서브레딧 사용자(회원)는 “돈이 없는 사람이라도 1.50달러짜리 핫도그와 음료는 살 수 있어야 한다” 고 적었다. X(구. 트위터)에서는 “모든 것이 비싸 졌지만 여기에서는 저렴하게 품질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었는데 비회원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기술적으로 코스트코 푸드코트는 언제나 멤버십 회원 전용 공간이었지만, 이 정책이 항상 철저하게 지켜진 것은 아니었다.
코스트코는 2020년 비회원의 푸드코트 이용을 제한하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도 단속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멤버십 없이 핫도그를 사먹는 방법을 찾는 사람들이 있었다.
밴쿠버 다운타운 매장 직원들은 “이 매장은 창고 외부에 푸드코트가 위치해 있어 그동안 비교적 느슨하게 정책을 운영해왔다”고 밝혔다.
밴쿠버 이즈 어썸의 웹사이트는 이 매장이 로저스 아레나나 BC 플레이스로 가는 길에 있는 탓에 빠르게 한 끼를 해결하려는 이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한 방송사는 코스트코 캐나다 측에 공식 입장을 요청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
지난 6월 밴쿠버 매장 측에 문의했을 때, “푸드코트 이용 시 멤버십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서민들 저렴한 음식 찾기 점점 더 어려워져”
2025년 캐나다 연간 식료품 가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식료품 가격은 3~5%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4인 가구 기준으로 연간 식비가 1만 6천833.67달러로, 지난해보다 최대 801.56달러 증가하는 셈이다.
한편, 캐나다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운영비 급등으로 2019년 12월 대비 2023년 12월 외식 물가는 25%나 상승했다.
맥마스터 대학교 윌리엄 허긴스 경영경제학 부교수는 코스트코 푸드코트가 그동안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로 “푸드코트를 수익 창출이 아닌 매장 내 다른 상품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식품 가격 상승은 코스트코에게도 큰 부담이 되고 있으며, 최근 경제 상황 속에서 오로지 저렴한 핫도그를 먹기 위해 코스트코를 찾거나, 저렴한 미트볼을 먹기 위해 이케아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허긴스 교수는 덧붙였다.
“1.50달러짜리 핫도그와 음료를 사러 와서 200달러어치 장을 보고 나가는 것이 코스트코의 목표였다” 며 “하지만 요즘은 사회복지 시스템의 빈틈을 기업들이 메꾸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돈이 너무 부족해서 핫도그라도 먹어야겠다’ 고 생각하는 상황이 얼마나 이상한지를 보여주는 것” 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 수요가 계속 늘어나면 결국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이번 코스트코의 결정이 이해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보다 큰 틀에서 보면, 사람들이 저렴한 음식을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워졌는지를 보여주는 사례” 라고 말했다.
“평범한 사람처럼 외식하고 싶다”
토론토 대학교 식품 불안정 정책 연구 프로그램에 따르면 2024년 캐나다인의 약 4분의 1이 식품 불안정 가구에서 생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25년 1분기 기준 캐나다의 소득 격차는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고소득층은 투자 수익으로 혜택을 본 반면, 저소득층은 임금 하락을 겪고 있다.
퀸스 대학교 일레인 파워 교수는 “가끔 이라도 외식을 하며 ‘평범한 사람처럼’ 느끼는 경험은 박탈감, 사회적 고립, 배제를 줄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 며 “특히 자녀가 또래들과 어울리며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부모들에게는 더욱 중요하다” 고 말했다.
그러나 UBC대학교 켈린 와이즈먼 교수는 “결국 1.50달러 핫도그가 진짜 해결책은 아니다” 라고 지적했다. “식품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소득, 건강한 식품 접근성, 주거비 문제 등 근본적인 부분부터 해결해야 한다” 고 말했다.
또한, 대부분의 코스트코 매장이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밴쿠버 외 지역에서는 코스트코에서 간단히 식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패스트푸드 업계, 고급화 전략 선택
한편, 많은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저가 상품 대신 샐러드나 라이스볼 등 고 마진 제품을 추가하며 고급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허긴스 교수는 말했다. “이들이 가격을 내리기 보다는 상위 시장으로 이동하려 하고 있다. 그렇기에 시장의 하단을 채워줄 기업들이 다시 등장해야 한다” 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코스트코가 그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것 같다” 며 “멤버십이 있다면 말이다” 고 덧붙였다.
한 여성은 페이스북 영상에서 “이걸로 돈을 어떻게 버는지 모르겠다” 며 코스트코 핫도그를 한 입 베어 물었고, “다음 주에 파티를 여는데 푸드코트에서 1.50달러 핫도그 20개를 포장해가도 될까?”라는 질문이 코스트코 서브레딧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 가격은 따라올 곳이 없고, 핫도그 맛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도 들어본 적이 없다” 고 누군가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