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십억 달러 무역· 85만 시간 절감 기대
온주 윈저~미국 디트로이트 잇는 다리
25년에 걸친 구상과 7년간의 공사, 수개월의 개통 연기 끝에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와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를 연결하는 고디 하우 국제대교(Gordie Howe International Bridge)가 27일 마침내 차량 통행을 시작했다.
개통 첫날에는 화물트럭들이 가장 먼저 다리를 건넜다. 이들 트럭은 온주 윈저-미국 디트로이트 물류 회랑을 통해 매일 이동하는 수 십억 달러 규모의 화물을 운송하며, 기존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국경을 오갈 수 있게 됐다.
이 새 대교는 북미 최대 교역로 가운데 하나인 캐나다-미국 국경 물류망의 병목현상을 줄여 매년 약 85만 시간의 통행시간을 절감하고, 양국 간 교역 활성화와 물류비 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 산업을 비롯한 제조업 공급망 안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국제무역 전문가인 모쉐 랜더 콩코르디아 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이 다리가 가져올 가치는 단순한 경제적 규모를 넘어 캐나다와 미국 양국의 미래 협력과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프로젝트”라며 “무역과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이번 개통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절감되는 것일까? 주요 핵심 내용을 짚어본다.
연간 85만 시간의 대기 시간 절감
기존의 블루 워터 브리지, 앰배서더 브리지, 그리고 디트로이트-윈저 터널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수조 원에 달하는 무역량을 뒷받침해 왔다. 하지만 이들 시설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으며, 캐나다트럭화물 협회의 스티븐 라스코프스키 CEO는 이로 인해 심각한 정체가 발생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앰배서더 브리지 양쪽 세관 광장의 대기 줄이 수 년에 걸쳐 점점 더 길어졌으며, 윈저 쪽 진입로의 경우 운전자들이 십여 개의 신호등을 거쳐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왕복 6차선의 수용 능력을 갖춘 고디 하우 대교가 개통되면 물류 흐름이 획기적으로 빨라질 전망이다. 지난 1월 미홈랜드안보부(DHS)가 이 경로를 공식 입국항으로 지정하며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고디 하우 대교는 윈저-디트로이트 회랑을 통과하는 상업용 화물 수송량의 44.5%를 흡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고디 하우 노선은 미국 인터스테이트 75 고속도로와 온타리오주의 400번대 주요 고속도로망을 직접 연결한다.
화물차 한 대당 단축되는 시간은 몇 분에 불과할지 몰라도, 이 시간들이 쌓이면 엄청난 수치가 된다. 트럭 운전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대기 시간만 연간 약 85만 시간이 절감될 것으로 추산된다.
라스코프스키 CEO가 이끄는 단체는 이번 신설 교량 개통으로 화물 운송 업체들이 보유 차량 규모에 따라 월 2만 달러에서 최대 10만 달러의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통행료 자체가 기존 앰배서더 브리지보다 저렴해 인하 효과가 있는 데다, 도로 위에서 공회전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연료비와 인건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일 10억 달러 규모의 국경 무역
미국과 캐나다 간 전체 무역량의 3분의 1이 이 회랑을 통과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다리가 거시 경제 전반에 가져올 이점은 매우 크다.
투자유치 기관인 ‘인베스트 윈저에섹스’의 추산에 따르면, 캐나다와 미국은 윈저-디트로이트 회랑을 통해 이미 매일 약 10억 달러 상당의 물품을 교역하고 있으며, 이는 북미에서 가장 물동량이 많은 육상 국경 교차로다. 랜더 교수는 이를 두고 “경탄할 만한 규모”라고 표현했다.
자동차 제조업의 사례처럼, 부품들은 양국에서 최종 완제품으로 판매되기 전 국경을 수차례 오가는 경우가 많다.
미 디트로이트 지역 상공회의소의 샌디 바루아 CEO는 한 번의 국경 통과에서 단축된 시간이 공급망 전체에 복리로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국경 통과 지연은 공장 가동 정지로 이어질 수 있는데, 운송을 원활하게 유지해 줄 또 다른 교량이 존재한다는 것은 정체로 인한 ‘도미노 여파’ 를 막아준다는 의미이다.
바루아 CEO는 “오늘날과 같이 초 경쟁적인 글로벌 시장에서는 아주 작은 효율성 향상도 대단히 중요한 변수가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기업들이 제품 수송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제품 가격인상 압박도 줄어들게 되며, 이는 랜더 교수의 말 대로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나아가 랜더 교수는 정치적 파고와 무관하게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 관계가 얼마나 견고한지, 그리고 이 관계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을 기업들에게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최근 50% 관세 부과 위협 등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속적인 관세 압박에도 불구하고, 지리적 인접성 때문에 양국이 교역을 중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랜더 교수는 “미국은 우리의 앞마당에 있고, 우리는 미국의 앞마당에 있다. 이 관계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64억 달러의 건설 비용과 협정 논란
이러한 막대한 경제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캐나다는 교량 건설에 투입된 막대한 예산을 회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다리는 캐나다 정부와 미국 미시건 주정부가 공동 소유하지만, 64억 달러에 달하는 공사비 전액은 캐나다가 부담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개통 후 통행료 수입을 누가 가져가야 하는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캐나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미국이 제공한 모든 것에 대해 완전한 보상을 받을 때까지 교량 개통을 막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지난달로 예정되었던 1차 개통 시기 역시 몇 가지 사안을 조정하자는 미국의 요청으로 연기된 바 있다.
이후 양국은 통행료 수입 배분 조항을 수정한 새로운 조건에 합의하고, 7월 27일부터 이용객들에게 교량을 개통하기로 했다.
새 협정에 따라 교량 개통 후 첫 15년간 발생하는 통행료 수입은 교량의 유지·보수와 운영 비용으로 우선 사용된다. 이후 남는 수익은 캐나다와 미국이 절반씩 배분하며, 캐나다 몫은 연방정부에 귀속되고 미국 몫은 미 정부가 관리하는 경제개발기금에 편입된다.
당초 2012년에 체결되었던 원안 협정에 따르면, 캐나다가 건설 부채를 모두 상환할 때까지 통행료 수입 전액을 가져가기로 되어 있었다. 부채가 완전히 청산된 후 에야 미시건 주가 수익을 나누어 갖는 구조였다.
협정문이 공개되기 전 마크 카니 총리가 했던 발언은 수익 분배 합의에 대한 혼선을 부추겼고 야당의 거센 비판을 불렀다. 카니 총리는 23일 공식 사과를 표명하면서도, “통행량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기 전인 초기 몇 년 동안은 통행료 수입 자체가 적기 때문에 협정 조건의 변경이 전체적인 경제성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