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내륙 지역 집중
의료진 “올해도 상황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에서 지난 3년간 병원 응급실(ER)이 의료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임시 폐쇄된 사례가 2,400건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는 현재의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는 한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포스트미디어가 B.C. 보건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응급실 임시 폐쇄는 총 2,400건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1,095일 가운데 900일 이상에서 최소 한 곳 이상의 응급실이 문을 닫은 셈이다.
가장 심각했던 날은 2024년 6월 23일로, 하루 동안 7개 응급실이 임시 폐쇄됐으며 일부는 재개 후 다시 문을 닫아 모두 11건의 폐쇄가 기록됐다.
응급실 폐쇄는 노던 헬스(Northern Health) 와 인테리어 헬스(Interior Health) 관할 병원에 집중됐다. 두 보건당국 산하 병원의 응급실 폐쇄 시간은 3년간 총 2만6,600시간에 달했다.
B.C. 의사회의 아담 톰슨 회장은 “회원들로부터 응급실 폐쇄나 지원 체계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하고 있다”며 “상황이 크게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건부 자료에 따르면 체트윈드 병원은 3년 동안 200회 이상 응급실이 임시 폐쇄됐으며, 이 가운데 24시간 이상 지속된 사례도 10차례에 달했다.
포트세인트존 에서 서쪽으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허드슨스 호프 보건센터도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 이곳은 같은 기간 289차례 응급실이 문을 닫았고, 누적 폐쇄 시간은 2,200시간(약 91일)에 달했다.
이에 따라 보건부는 올해 1월 노던 헬스 지역의 응급실 운영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아일랜드 헬스(Island Health) 역시 응급실 대기 시간과 운영 현황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보건당국은 이 두 곳뿐이다.
톰슨 회장은 “농촌과 소규모 지역사회는 의료 인력이 적기 때문에 한두 명만 빠져도 응급실 운영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주정부는 의료 인력 확보를 위해 외딴 지역 근무자에게 계약 보너스와 근속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B.C. 농촌보건네트워크의 폴 애덤스 사무총장은 이를 두더지 잡기 게임에 비유했다.
그는 “인센티브를 통해 한 지역의 빈자리를 채우더라도 결국 다른 지역에서 의료진을 데려오는 것에 불과하다”며 “모든 지역이 최소 인력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핵심 인력 한 명이 빠지면 다른 지역 의료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애덤스는 농촌 주민들이 필요한 의료를 받기 위해 과도한 비용을 부담하지 않도록 교통과 숙박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 밖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하면 만성질환 환자들이 적시에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응급실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B.C. 의사회 응급의학분과 공동회장인 존 브라운스타인은 캐나다 응급실 병상의 15~20%는 급성 치료가 필요하지 않지만 다른 시설로 옮길 곳이 없는 환자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이 머물 수 있는 시설을 확충하면 응급환자를 위한 병상 여유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응급실 폐쇄는 최근 로어 메인랜드 지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미션 메모리얼 병원은 2024년 8월 처음으로 응급실 운영을 중단한 이후 2025년에 여섯 차례 추가 폐쇄를 겪었으며, 올해도 여러 차례 운영 차질이 발생했다.
특히 지난 6월 19일에는 6월 20일부터 7월 8일까지 8일 동안 야간 응급실에 근무할 의사가 없다는 공지가 발표되기도 했다.
애버츠포드-미션 지역구의 리앤 개스퍼 BC주 의원 은 지난 4월 조지 오스본 보건부 장관에게 긴급 인력 충원 예산 지원과 응급실 인력 현황 및 폐쇄 위험에 대한 주간 공개를 요구했다.
개스퍼 의원은 “현재의 접근 방식으로는 인력난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채용 계획이 현장에서는 단기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명확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건부는 이에 대해 장관이 병원 관계자들과 만나 장·단기 대책을 논의했으며, 프레이저 헬스 가 미션 메모리얼 병원 의료진 채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 여러 명의 의사가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며 앞으로 몇 달 안에 의료 공백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보건부는 이달부터 해외 의대 졸업자의 면허 취득 절차를 간소화하는 새 제도가 시행돼 의료진 확보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2025년 3월부터 2026년 2월까지 미국 의료인력 110명이 프레이저 헬스에 채용됐다고 덧붙였다.
브라운스타인은 미션과 델타까지 응급실 폐쇄가 확산되는 원인은 결국 과도한 업무와 만성적인 과밀화라고 진단했다.
그는 “응급실 의료진은 숙련도가 높아 다른 곳에서도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다”며 “환자에게 충분한 진료를 제공하고 싶다는 마음보다 번아웃과 스트레스가 더 커지면서 결국 다른 직장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지역에서는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
밴쿠버 아일랜드의 응급실 폐쇄 건수는 2023년 27건에서 2025년 3건으로 크게 감소했다.
아일랜드 헬스는 지난해 11월 주정부의 3,000만 달러 투자를 통해 북부 지역 의료서비스가 안정됐다고 발표했다. 이 예산으로 의료진 110명을 새로 채용하고 병원 교통 접근성을 개선했으며 지역사회 의료서비스도 확대했다.
또한 과살라-나콰크스다익스(Gwa’sala-‘Nakwaxda’xw) 원주민 공동체 와 협력해 포트 하디에 의료 종사자 전용 주택도 건설했다.
아일랜드 헬스는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의료진 채용과 장기 근속의 핵심”이라며 “사람들은 자신이 지역사회와 연결돼 있고 존중받는다고 느낄 때 더 오래 근무한다”고 밝혔다.
브라운스타인과 애덤스 모두 지역 주민들에게 필요한 의료 교육과 훈련 기회를 제공해 지역 인력을 직접 양성하는 것이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톰슨 회장은 “현장에서 일하는 의료진이야말로 어떤 문제가 있고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가장 잘 알고 있다”며 “최선의 해결책은 현장 의료진과 지역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