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8일 WednesdayContact Us

여름철 우울증(SAD) …“나만 빼고 다 행복해”

2026-07-08 15:39:53

흔히 계절성 정동장애(SAD)를 겨울과 연관 짓지만, '역(逆) 계절성 우울증'으로도 불리는 여름철 SAD 역시 일부 사람들에게는 실질적인 고통을 안겨주는 질환이다.

“폭염과 습도가 뇌 생체 리듬 교란”

“기후 변화로 늘어날 것 ”

여름은 흔히 야외 테라스가 붐비고 수영장이 개장하며 사교 모임이 가득한 계절로 통한다. 많은 캐나다인이 여름을 손꼽아 기다리지만, 캘거리에 사는 영업직원 마크 매닝(38)에게 여름의 폭염과 습도, 그리고 길어진 낮 시간은 정신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다.

매닝은 주말마다 하루는 외부 활동을 전면 중단한 채 아파트 창문의 블라인드를 모두 내리고 숨어 지낸다. 과열된 신경계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다. 그는 “겨울보다 여름에 일상생활을 해 나가기가 훨씬 더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우리는 흔히 계절성 정동장애(SAD, 계절성 우울증)를 겨울의 전유물로 생각하지만, 여름에 찾아오는 이른바 ‘역(逆) 계절성 우울증(여름 SAD)’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모두가 화창한 날씨를 만끽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감이 심한 계절이기에 당사자들의 고충은 더욱 크다.

미국의 정신과 전문의 노먼 로젠탈 박사에 따르면, 과다 수면과 과식, 사회적 고립을 동반하는 겨울철 우울증과 달리 여름철 우울증의 핵심 증상은 불면증, 식욕 감퇴, 불안, 초조, 그리고 신경과민이다. 이러한 증상은 매년 비슷한 시기에 시작되어 대개 4~5개월간 지속된다.

1980년대 초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SAD’라는 용어를 처음 정립한 연구팀을 이끌었던 로젠탈 박사는 기후 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폭염이 잦아지면서 여름철 우울증 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지구가 더워질수록 여름을 버티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고통은 더 커질 것”이라며 “이는 거스를 수 없는 사실”이라고 경고했다.

나만 빼고 행복해 보여”소외감이라는 다른

밴쿠버에서 활동하는 음악가 겸 영화감독 어거스트 윈터(30)는 수 년째 여름철 우울증을 앓고 있다. 그는 소외감에 대한 두려움(FOMO)이 고통을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윈터는 “주변의 모든 사람이 진심으로 즐기고 있는 무언가에 나만 동참하지 못하고 겉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여름을 한 해의 정점으로 보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내가 인생을 낭비하고 있나’라는 회의감마저 든다”고 고백했다.

여름철 우울증에 대한 대중과 의료계의 낮은 인식도 환자들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달하우지 대학교의 임상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 교수인 사이먼 셰리 박사는 “캐나다인들에게 여름은 생기가 넘쳐야 하는 계절로 각인되어 있어, 전문가들조차 여름철 주요 우울장애의 발병 패턴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셰리 박사는 “이는 전형적인 계절 관념에 어긋나는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적 공감이나 연민을 얻기 힘들다” 며 “전문가들 역시 이에 대한 훈련이 부족하고 우리의 고정관념과 맞지 않기 때문에 먼저 다가가 원인을 묻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여름철 우울증이 겨울철에 비해 연구가 미진해 규명된 바가 적다는 점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원인은 과도한 햇빛 노출로 인한 ‘생체 시계(24시간 주기 리듬)’의 교란이다. 셰리 박사는 “햇빛의 변화가 기분을 조절하는 호르몬 분비와 수면 구조를 깨뜨릴 수 있다. 이는 인간 생물학의 아주 근본적인 체계가 흔들리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폭염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악순환

실질적으로 극심한 더위가 정신 건강 위기를 심화 시킨다는 연구 결과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하버드 T.H. 찬 보건대학원의 암루타 노리-사르마 조교수(환경보건 및 인구학)는 여름철 기온이 상승할 때 정신과 응급실 방문율이 눈에 띄게 증가한다고 밝혔다. 그는 “극심한 열 스트레스는 기존에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환자들의 상태를 악화시키는 외부적 스트레스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무더위로 인한 수면 장애가 더해지면 기분 장애를 포함한 다양한 정신 질환이 유발될 수 있다. 특히 노리-사르마 조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너무 높으면 특정 정신과 약물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울증 치료에 널리 쓰이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의 경우, 신체의 체온 조절 능력을 방해하기 때문에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이 더위에 한층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름철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

치료법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지만 증상을 완화할 방법은 존재한다. 셰리 박사는 증상이 경미한 경우 암막 커튼을 설치하거나 에어컨을 가동해 주변 환경부터 시원하고 어둡게 바꿀 것을 권장한다.

아울러 부정적인 행동이나 사고방식을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CBT)’도 도움이 된다. 셰리 박사는 “겨울철 우울증 환자들에게 방에만 숨어 있지 말고 스케이트를 타거나 산책을 나가라고 유도하는 것처럼, 여름철 우울증 역시 ‘행동 활성화’ 접근이 필요하다”며 “또한 ‘날이 더우니 난 밖에서 무조건 괴로울 것’이라는 극단적인 인지 왜곡을 찾아내 생각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람이 붐비는 공원이나 해변을 피한다는 매닝은 대신 마당에 미니 풀장을 설치해 열을 식히거나 에어컨이 시원한 영화관을 찾는 방식으로 나름의 돌파구를 찾았다. 그는 친구와 가족들이 즐기는 여름의 방식을 존중하려 노력 중이라며, “내가 겪는 여름의 고충을 남들이 이해해주길 바란다면, 나 역시 그들이 여름을 사랑하는 마음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환자인 윈터 역시 주변에 자신의 상태를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친구들에게 ‘사실 난 이맘때가 일 년 중 가장 힘들어, 하지만 괜찮아’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