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1일 TuesdayContact Us

써머랜드 산불 화염 피한 피난길… 터전 잃은 주민들 애타는 기다림

2026-08-11 11:36:37

피치랜드에서 바라본 서머랜드 인근 볼드 레인지(Bald Range) 산불. 빠르게 확산된 산불로 2만여 명의 주민에게 대피 명령이 내려졌으며, 메도우 밸리 자택을 빠져나오던 80세 여성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도 발생했다.

8일 대형 산불로 156㎢를 잿더미로 만들어

주민 2만 여 명 긴급대피…“산불 예측 못해”

산불은 현재 통제 불능 상태로 계속 확산 중

써머랜드에 위치한 브라이언 칼로 씨의 버섯 농장 울타리 바로 앞까지 불길이 치솟았고, 매캐한 연기가 온 하늘을 가렸다. 지난 8일 새벽 0시를 막 넘긴 시각, ‘볼드 레인지’ 산불은 턱밑까지 바짝 다가와 있었다.

칼로 씨는 농장 스프링클러를 가동한 뒤 반려견과 함께 트럭에 올라타 먼저 피신한 아내 페이스, 그리고 두 딸과 합류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그는 “산불이 포효하는 소리와 함께 거센 바람이 불더니 불길이 산 아래로 순식간에 내달렸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돌이켰다.

이 날 오후, 버섯 농장 ‘왓 더 펑거스’를 운영하는 칼로 씨는 이웃으로부터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칼로 씨는 “이웃이 차를 타고 지나가다 ‘농장이 전부 사라졌다’는 문자를 보냈다. 처음엔 잘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작업장과 차량은 물론 농장 시설 전체와 동업자의 집까지 싹 타버린 상태였다. 남은 건 잿더미 뿐 이었다” 고 전했다.

8일 기습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이 156㎢를 잿더미로 만들고 주민 2만 여 명을 쫓아내면서, 칼로 씨 가족 역시 불확실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현재 대피령은 써머랜드 전역과 폴더 지역, 피치랜드 및 펜틱턴 인디언 밴드 보호구역 일부까지 확대됐다. 펜틱턴 경찰은 9일, 매도우 밸리에서 대피하려던 80세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고 공식 확인했다.

써머랜드와 스핀킨 인디언 밴드 영토 내 주택과 사업체가 파괴됐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으나, 정확한 손실 규모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BC 산불청에 따르면 산불은 현재 통제 불능 상태로 계속 확산 중이다.

칼로 씨는 농장 옆 나무 관리업체 직원과 합심해 재산을 지키고자 스프링클러를 돌렸으나, 밀려드는 불길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다행히 농장 뒤편 다른 부지에 새로 짓고 있던 주택은 무사한 것으로 확인돼, 대피령이 해제되면 돌아갈 최소한의 거처는 건졌다.

하지만 잿더미가 된 버섯 농장을 다시 일궈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막대한 복구비용 때문이다. 그는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을 고대하면서도 당장 생계를 위해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처지다.

칼로 씨는 “어떻게 든 다시 일어설 방법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래왔고,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살면서 맞닥뜨린 가장 큰 시련이지만, 살 집이라도 건졌으니 우리 가족에게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며 마음을 다잡았다.

칼로 씨는 농장은 잃었어도 집은 건졌다는 사실이라도 확인했지만, 마가렛 부딩 씨는 자신의 집의 피해를 알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부딩 씨는 7일 저녁 식사 직후, 평소처럼 집 안으로 들어오는 열기를 막으려 블라인드를 내리다가 처음 불길을 목격했다. 써머랜드 북쪽 끝자락 자택 뒤편의 신규 주택지 위로 검은 연기 기둥이 수직으로 솟구치고 있었던 것이다. 곧이어 붉은 화염이 시야를 가득 채웠지만 쉽게 믿기지 않았다.

그녀는 “눈으로 보면서도 현실로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부딩 씨와 남편 폴 씨는 집 앞 계단에 허망하게 앉아 불길이 다가오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거세진 바람을 타 탄 불길이 순식간에 덮쳐오자, 두 사람은 넋을 놓고 있다가 뒤늦게 현실을 깨달았다. 경찰이 두 차례나 문을 두드리며 대피를 독촉하자 그제야 차 두 대에 나눠 타고 피난길에 올랐다.

마가렛 씨는 남편 차의 미등을 이정표 삼아 펜틱턴 방향 고속도로로 따라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당황한 남편이 전조등을 켜는 것조차 잊어버리는 바람에, 브레이크 등이 들어올 때만 겨우 위치를 확인하며 가슴 졸이는 운전을 이어가야 했다.

자정 무렵 펜틱턴 컨벤션 센터에 마련된 대피소에 도착한 부부는 족히 수천 명은 몰려든 인파 속에서 2시간 넘게 등록 절차를 밟은 뒤 차 안에서 겨우 첫날 밤을 지새웠다.

그녀는 여전히 집이 무사한지 알지 못한다. 워낙 흉흉하고 상반된 소문이 무성해 아예 확인하는 것조차 포기했다. 다행히 은행에 다니는 지인으로부터 중요한 서류와 금고가 보관된 은행 건물만큼은 무사하다는 소식을 접했을 뿐이다.

부딩 씨는 “하나님께서 지금까지 돌봐 주셨으니, 슬퍼하며 주저앉아만 있는다고 달라질 건 없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녀는 이번 재앙을 겪으며 이웃 간의 온기를 새삼 느끼고 있다. 길에서 고개만 숙여 인사하던 이웃들이 이제는 가던 길을 멈추고 깊은 눈빛으로 안부를 물어오기 때문이다. 산불과 피난길 이야기를 담담히 이어가던 그녀는, 진심 어린 안부를 물어주던 이웃들의 이야기를 꺼내자 눈시울을 붉히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가짜로 걱정하는 척할 수는 없잖아요. 그분들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정말 괜찮은지 마음으로 물어봐요.”

언젠가 비슷한 재난을 겪게 될지 모를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녀는 “늘 침착하고 낙관적인 마음을 잃지 말라”며 “인간답게, 그리고 서로에게 친절해야 한다”고 조심스레 당부했다.

한편 라비 파르마 BC 산림부 장관은10일 빅토리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펜틱턴 지역 전체 대피까지 염두에 둔 비상 계획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다만 7일 당시 진화 인력을 훨씬 더 많이 투입했더라도 상황을 바꾸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불이 발생 불과 수 시간 만에 당국의 예측 범위를 완전히 벗어나 폭발적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파르마 장관은 “우리의 산불 예측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자부하지만, 이번 볼드 레인지 산불의 확산 속도는 당초 예측치의 두 배를 훨씬 뛰어넘었다”며 “헬리콥터 1,000대와 진화대원 1,000명을 추가 투입했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며, 오히려 진화대원들의 목숨마저 위험해 졌을 것이다. 당시 헬기 19대를 쏟아부었지만 5~6단계에 달하는 초대형 산불의 기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