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임대료에 월급 대부분 주거비로
청년층 경제적 자립도 흔들
캐나다의 높은 주택 임대료가 최저임금 노동자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면서, 방 한 개짜리 아파트조차 독립적으로 임차하기 힘들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경우 월 소득에서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식비와 교통비 등 기본적인 생활비를 제외하면 저축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높은 주거비 부담은 특히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 층의 경제적 자립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부모와 함께 거주하거나 여러 명이 주택을 공유하는 기간이 길어지는 등 주거 형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동산 전문 기관 주카사는 1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경제적 자립과 안정적인 거처는 오랫동안 어른이 되는 주요 이정표로 여겨졌으나, 오늘날 수많은 젊은 캐나다인들에게 이러한 꿈은 점차 손에 닿지 않는 현실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 대상 60개 도시 중 29개 도시에서는 최저임금 노동자가 한 달 원룸 월세를 대기 위해 120시간이 넘는 노동 대가를 바쳐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에 100시간 미만으로 일해서 월세를 해결할 수 있는 도시는 전국에서 8곳에 불과했다.
특히 노스 밴쿠버의 사정이 가장 열악했다. BC주 최저임금(시간당 18.25달러)으로 원룸 평균 월세(2,983달러)를 감당하려면, 한 달 수입의 95%에 달하는 164시간을 오롯이 월세 내는 데만 써야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임대료 감당을 위해 가장 많은 노동 시간이 필요한 상위 5개 도시는 모두 BC주와 온타리오주에 집중되어 있었다. 밴쿠버는 수입의 87%를 월세로 지출해야 했으며, 광역 토론토(GTA)의 노스요크, 오타와 인근의 IT 거점 카나타, 그리고 토론토 시는 일관되게 수입의 84%를 임대료로 떼어내야 했다.
광역 토론토 전역은 “예외 없이 주거비가 매우 비싼 지역”으로 분류되어 임대료 충당에 118시간에서 146시간의 노동이 요구됐다. 온타리오주는 월세 충당에 필요한 노동 시간이 가장 적은 사니아(95시간)부터 가장 높은 노스요크(146시간)까지 주 내 지역 간 격차가 가장 컸다.
주카사 측은 이러한 불균형의 원인이 주별 최저임금 차이라기 보다는 지역별 임대료 폭등에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각 주가 최저임금을 동일하게 적용하므로, 월세 충당에 필요한 노동 시간의 차이는 순전히 해당 지역의 임대료 수치에서 비롯된다”며 “결국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핵심 열쇠는 임금 인상 정책이 아니라 임대료 안정에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BC주는 시간당 18.25달러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최저임금을 지급하지만, 터무니없이 높은 월세 때문에 주거 부담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 시간이 가장 많이 필요한 상위 10개 도시 중 4곳이 BC주에 몰려 있는 이유다.
반면 알버타주는 최저임금이 시간당 15달러로 전국에서 가장 낮지만, 최근 캘거리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는 추세다. 석유 도시 캘거리 인근의 에어드리에서는 노동자가 수입의 79%를 월세로 내야 하는 반면, 캘거리는 73% 수준이었다. 에드먼턴, 레드디어, 레스브리지 등 알버타 내 다른 도시들은 비교적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사스캐처원주의 경우 “BC주나 온타리오주처럼 임대료가 급등하지 않은 덕분”에 리자이나에서는 95시간 일하면 월세를 충당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핼리팩스는 노동 시간의 85%(143시간)를 월세에 바쳐야 해 전국에서 6번째로 주거비 부담이 무거웠다. 전국에서 주거비 부담이 가장 낮은 곳은 뉴펀들랜드앤 래브라도주의 세인트존스로, 74시간 일하면 한 달 월세를 충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입자들의 시름이 당장 줄어들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주 부동산 플랫폼 Rentals.ca 보고서에 따르면, 7월 전국 평균 임대료는 전년 대비 4% 하락한 약 2,037달러를 기록하며 22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연간 임대료 하락 폭은 점차 둔화되는 반면, 전월 대비로는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부동산 분석업체 어버네이션의 숀 힐데브랜드 대표는 “캐나다 임대 시장이 진정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아직 본격적인 가격 하락이나 회복 단계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토론토의 경우 전월 대비 임대료가 올랐고 전년 대비로도 상승 전환을 앞두고 있어, 향후 캐나다 전체 임대 시장의 흐름을 가늠할 “선행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