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15 00:03:00
글쓴이 | 이화실 먹구름이 끝내 울음을 터뜨린다 봇물 터진 듯 쏟아져 내리는 눈물 그것은 삶의 무게를 더 이상 견디어 낼 수 없을 때 그 무거움을 십분 덜어 균형을 잡는 생의 추다 한량과 폭군 사이를 오가던 아버지의 운구가 마지막으로 떠나가는 날 그는 그 동안 쌓아 두었던 원망의 찌꺼기마저 애증의 눈물에 버무려 아버지의 관위에 빨간 소독약처럼 들이 부었다 생애 처음으로 아버지를 위해 울어보는 그의 들썩이는 어깨가 밑도 끝도 없이 믿음직해 보인 것은 성실함 뒤로 숨은 더께 앉은...
2019-03-09 00:03:00
(첫 번째 에피소드:젊음 그 자체를 응원한다) 3월의 대한민국은 학생들의 입학으로 여기저기 생동감이 넘치는 분위기이다. 그 중에도 가장 가슴을 떨리게 한 아이들의 출발은 대학교 입학식인 것 같다. 한국 명문대 중 한 곳의 입학식을 찾은 나는 한국 전체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대입 교육에 부모들이 왜 그렇게 열정적인지를 가장 가깝게 느꼈던 날이기도 하였다.많은 학생들과 부모님들,지인들까지 축하를 위한 즐거운 장소로 모였고,입학식 전 신입생들의 흥 돋우는 선배들의 축하 공연과 학교...
2019-03-01 00:03:00
나는 대구 계성중학을 다녔다. 집이 있는 남문시장 부근에서 학교를 가다 보면 90계단이 나왔다. 어린 나이에 얼마나 높아 보였는지, 그 끝이 하늘에 닿을 듯 했다. 아니 하늘 대신에 하늘나라를 만날 수 있는 예배당(대구제일교회)이 계단 끝에 있었다. 계단 오르기가 지루하면 동무들과 가위바위보를 했다. 그때도 나는 항상 지는 편이어서 올라감이 더뎠다. 그러다 등교시간이 가까워지면 친구들은 이겨도 올라가지 않고 내가 따라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함께 손잡고 노래 부르며 봄의...
2019-02-22 00:02:00
첫 번째 에피소드: 소중한 기억으로 스쳐가는 만남 “걸을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설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들을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말할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지금 그렇게 기도를 합니다. “볼 수만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
2019-02-22 00:02:00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쾰른 하늘에 동이 트고 있었다. 이제 막 초경(初經)을 시작한 그녀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더 이상 느껴볼 수 없을 터였다. 훈족의 추장이 그녀를 없애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잉글랜드 국왕인 아버지의 명령으로 이교도 국왕의 아들과 결혼해야 했다. 공주의 신분이었지만 그녀는 평생 그리스도를 모시며 순결한 삶을 살고 싶었다. 허나 아버지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다. 대신 로마에 있는 교황을 알현하고 오는 3년간의 순회여행을 허락 받았다. 이교도의...
2019-02-15 00:02:00
나면서부터 나는/항상 두 번째였다/그것은 전혀 내 의지가/아니었다//환희와 영광은 첫째 차지였고/항상 그의 그늘이었다. 그러나/기쁨도 희망도 오래지 못했지만/슬픔도 좌절도 그리 길진 않았다//늘 모자람은 있었지/태양이 잘라먹은 짧은 나날/하지만 난 늘상/희망의 징검다리였다//보라, 나 없이는 어느 누구도/꽃피고 새 우는 나날을/움트고 싹트는 나날을/ 기대할 수 없나니//나는 기꺼이/속절없는 세월의/희생양으로 남아/화려한 날을 기다리는 사람들의/젊은 꿈이 될 것이다 2월 중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