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2

단상 2

오석중 무소유라는 개념은 소유하지 말라는 개념이 아니라소유한 게 없다는 개념이다무소유의 실천은 무소유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이미 소유한 것이 없는 것을 아는 것이다이미 무소유인데 무얼 다시 더 무소유 한단 말인가 Musoyu(no possession)Is not a concept that you should not possessBut that you don’t have possession already To realize MusoyuIs not trying to...
단상 1

단상 1

글·사진 오석중   아침에 거울을 보니 한쪽 눈은 무섭고 다른 한쪽 눈은 슬프게 보였습니다. 슬픈 눈은 무서운 눈 때문에 더 슬퍼 보이고 무서운 눈은 슬픈 눈 때문에 오히려 더 슬퍼 보였습니다.   I was looking at the mirror in a morning My one eye looked scary And the other looked sad The sad eye looked sadder because of the scary eye The...
다른 얼굴에서  자신의 얼굴을 본 적이 있나요?

다른 얼굴에서 자신의 얼굴을 본 적이 있나요?

아내와 여행을 다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아내의 행동에서 내가 보인 겁니다. 부부가 오래 살면 닮는다고 하더니 얼굴만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아내가 아내를 보는 시간보다 내가 아내를 보는 시간이 많다는 건 알았지만 아내도 나를 보는 시간이 많았나 봅니다. 사람들이 어쩌면 그렇게 닮았냐고 형제 같다는 말을 했을 때도 할 말이 없어서 누구나 그 빈 공간을 채우고자 아무런 이유 없는 말을 하는 줄 알았는데 이런 말에도 이런 일리가 있다니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같이...

결정에 대하여

우리는 평생 무슨 결정이든 결정을 하고 산다. 나는 어려서 철이 없을 때, 부모님에게 꾸중을 들으면 내심 내가 태어난 것이 나의 결정이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것은 마치 옳은 항변처럼 보였지만 오랫동안 숙고해 본 결과 나의 생각이 짧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일생을 살면서 무수한 결정을 해야 하는 일이 생기지만 그럼,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결정을 하면서 사는 걸까?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에서 자신의 어떤 결정의 결과와 무게를 생각해보게 하는 기회가...

나는 내 눈으로 본다

아버지는 아버지의 눈으로 아내는 아내의 눈으로 아이는 아이들 눈으로 山을 보고 하늘을 보고 看板을 애드벌룬을 보고 道路 신호등 교통순경을 승객의 눈으로 안 보고 운전사의 눈으로 보고 제 눈의 안경으로 보고 보이는 곳을 보이는 대로 보이는 만큼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내려다보고 들여다보고 나무가 아직 거기에 있고 江이 언제나 거기서 흐르고 道路는 그렇게 드러누워 있지만 行人의 눈 行人의 눈 行人의 눈 老人의 눈 詩人의 눈 나란히 서서 같이 보고 있어도 눈의 높이가 다르고 오른...

은퇴

나는 은퇴한지 한 달도 안 된 새내기 백수다. 백수를 해본지도 40년이 넘어서 백수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내가 경험한 것들은 다 잊었고 지금 그 의미는 변질되고 시대도 나도 변해서 그 뜻을 정립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듯하다. 그래도 기본적인 의미는 일을 안 한다는 거니까 내가 지금 정말 일을 안 하는지 꼼꼼하게 따지긴 해야 할듯하다. 가령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는 건 일일까? 아닐까? 잔디를 깎는 일, 집안 청소를 하는 일, 식료품을 사러가는 아내를 모셔다 드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