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당, 써리 10개 선거구 석권… 급성장 도시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 주목
BC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 중 하나인 써리 시가 새로운 정치적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BC보수당이 써리 지역 10개 선거구를 모두 석권하면서, 그동안 밴쿠버에 집중됐던 주정부의 정책적 관심과 투자 우선순위에도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써리 시는 지속적인 인구 증가와 도시 개발을 바탕으로 BC주의 핵심 성장 지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2030년을 전후해 밴쿠버를 제치고 BC주 최대 인구 도시로 올라설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주정부의 교통· 주택· 교육· 의료 정책에서 써리 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당 당선인들은 급격한 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써리 시가 그동안 충분한 공공서비스와 기반시설 투자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정치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지역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이다.
써리-화이트락 지역구에서 3선에 성공한 보수당의 트레버 할포드 의원은 “써리시는 BC주 미래 경제를 견인할 핵심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9년간 신민당 정권 하에서 완전히 방치되고 소외 당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주민들은 그동안 써리 시가 제공받은 공공 서비스 수준에 대해 극도의 좌절감을 느껴왔으며, 이번 선거 결과는 이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에서 밴쿠버시의 경우 보수당이 4석(신민당으로부터 3석 탈환, 기존 1석 수성)을 얻는 데 그쳤고 나머지 8석은 신민당이 수성 했다. 반면 써리시는 10석 모두를 보수당이 차지하면서 주정부 내에서 엄청난 정치적 협상력을 갖게 됐다.
써리-길포드 지역구를 오렌지색(NDP)에서 푸른색(보수당)으로 뒤집으며 당선된 게리 틴드 의원은 “과거 신민당 정부에서 써리시는 늘 ‘이등 시민 도시’ 취급을 받았고, 인구에 비례해 마땅히 받아야 할 재정적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수당이 써리시의 10개 의석을 모두 확보한 만큼, 이제 써리시를 위해 약속한 대형 인프라 사업들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보수당의 정치 전략가인 안젤로 이시도루 역시 써리시가 이미 실질적인 ‘메트로 밴쿠버의 에피센터(중심지)’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써리 유권자들이 그동안 깊은 소외감을 느꼈던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
▲써리에 수많은 젊은 가정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동 전문 병원은 오직 밴쿠버에만 존재하는 점▲스카이트레인 확장 사업이 밴쿠버 위주로만 진행된 점 ▲프레이저강 남쪽에 수많은 납세자가 살고 있음에도, 정부 예산의 상당수가 밴쿠버로만 쏠린다는 뿌리 깊은 인식이다.
실제로 낙선한 전 수상 이비 신민당 대표는 선거 불과 이틀 전인 지난 23일에도 써리시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며 스카이 트레인 연장과 병원 건설 등 대형 프로젝트를 약속했으나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물론 학계의 신중론도 존재한다. 사이먼프레이저 대학교 정치학자 산제이 제람 교수는 “사실 교통, 학교, 의료 등 써리시를 향한 공약은 신민당이나 보수당이나 큰 차이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써리 주민들이 염원하는 ‘독립 아동 병원’ 건립에 대해서는 “토론토 외곽 지역이 급성장했음에도 소아과나 암 치료 같은 전문 의료 기관은 여전히 토론토 도심 중심부에 집중되어 있다”며 “세계적인 의료 인재를 유치 하려면 대도시 중심부에 기관이 위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이를 단순히 써리시에 대한 차별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당의 게리 틴드 의원은 써리 시청이 부지를 제공하는 대로 반드시 써리 자체 아동 병원 건립 예산을 집행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또한 써리 교육청 위원 출신이기도 한 그는 “신민당이 컨테이너 임시 교실을 줄이겠다는 약속을 어겼고, 지난 10년간 임시 교실 수가 오히려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며 교육 인프라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론 도어크슨 새 주총리 지명자 역시 최근 새로 당선된 더그 맥칼럼 써리 시장의 핵심 공약인 ‘스카이트레인 뉴턴 노선 연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문제는 재원이다. 보수당은 대부분의 주민들에게 1,000달러의 소득세를 감면해주고 향후 세금 인상도 안 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세금을 줄이면서 어떻게 이 막대한 인프라 예산을 감당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트레버 할포드 의원은 “민간 부문을 활성화해 정부 세수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답했다.
예를 들어, 100마일 하우스, 프린스 조지, 윌리엄스 레이크 등 외곽 지역의 침체된 산림 정체 산업을 부활시키면, 산림 관련 일자리가 수천 개나 얽혀 있는 써리시의 경제와 주정부 재정에도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온다는 논리다. BC보수당은 또한 연방정부로부터 스카이트레인 연장 자금을 최대한 확보하고, 주정부 자체의 예산 낭비를 줄여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