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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에게 직접 듣는 밴쿠버 학교 이야기 – “조건 없는 사랑이 무엇인지 느끼는 중입니다”

2021-05-07 11:21:55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 힘든 일이 생길 때, 사춘기 시절의 좋은 추억들이 어려움을 이겨낼 원동력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노스밴쿠버 린밸리 지역 아가일 세컨더리(Argyle Secondary School) 

학부모 예계선    

1912년에 문을 연 린캐년 공원과 현수교(Lynn Canyon Park & Suspenion Bridge)로 잘 알려진 노스밴쿠버 린밸리 지역은 최근 몇 년 간 재개발로 인하여 신축 콘도들이 많이 생겨났고 린밸리 엘리멘터리(Lynn Valley Elementary), 바운더리 엘리멘터라(Ecole Boundary Elementary), 올해 새로운 건물로 이전한 아가일 세컨더리(Argyle Secondary School), 린밸리 센터(Lynn Valley Centre), 린밸리 도서관, 렉센터(karen magnussen community Recteation centre)세이브 온 푸드, 세이프 웨이가 도보 10분 전후 거리에 있어 생활하기 편리한 지역 중 하나다. 2019년 1월부터 자녀를 린밸리의 학교에 보내고 있는 예계선씨에게 린밸리 지역과 학교 분위기에 대하여 물었다.

Q. 거주지로린밸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남편의 직장 때문에2018년 12월에 밴쿠버에 도착했는데, 린밸리는 남편이 주저 없이 결정했어요. 예전에 밴쿠버로 출장 왔을 때 린밸리에 대한 인상이 좋았나봐. 시선이 닿는 곳 마다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고, 학교와 쇼핑몰, 주요 생활시설이 도보 가능 거리에 모여 있어 아이 키우기 좋은 것 같아요.  

 Q. 자녀들의 학교 생활은 어떤가요?

A. 20191월부터 G9였던 아들은 아가일 세컨더리, G6인 딸은 린밸리 엘리멘터리에 다녔어요. 남매가 적극적인 성격이 아니고, 영어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 갑자기 오게 된 터라 초반에 무척 고생을 했어요. 딸은 한달동안 매일 울었죠. 아이들 교시간만 되면 심장이 쿵쿵했어요. 

시무룩한 표정을 보는게 힘들었거든요. 딸아이 반에는 한국인이 없었어요. 다행히 친절하게 챙겨준 아이들이 있어서 점차 나아졌어요. 아들은 한창 사춘기였고, 워낙 수줍어 해서 적응이 더 어려웠죠. 

아들 키가 180cm인데, 다 큰 녀석이 세 번을 울었어요. 여기 와서 바보 된 것 같다고.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스스로의 의견과 감정을 어필하는 게 당연한데, 겸손이 미덕인 한국에 온 우리 애들은 부끄럽기도 하고 말도 안 통하니까 입다물고 가만히 있는 거죠. 친구 사귀기도 어렵고, 점심도 혼자 먹고. 학교에 매일 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맙던지.  

 Q. 자녀를 키우고 있는 이민자라면 모두가 공감할 이야기예요.

A. 아이들이이른 나이에 왔고, 영어를 미리 준비 했더라면 덜 고생 했을까 후회한적도 있는데, 초보이민자는 누구나 겪는 통과의례 더라고요. 이민 선배님들이 3년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해서,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Q.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계시네요.

A. 한국에서는진짜 욕심 많고 조급했는데, 여기 와서 깨닫게 됐어요. 그동안 나는 가짜 부모였구나.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을 몰랐더라고요. 부끄러운 고백인데, 한국에서는 아들이 학교에서 공부 잘한다고 칭찬 고, 상 받아올 때 예뻤어요. 지금은 애들이 건강하고, 마음 안 다친 것 만으로도 예뻐요. 조건 없는 사랑이 무엇인지 느끼는 중입니다. 제가 종교는 없는데, 매사에 감사기도를 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Q. 버팀목이 되어준부모님 덕분에 자녀분들 씩씩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A.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예요.펜데믹이 그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어요. 친구 관계도 흐지부지 됐고요. 세컨더리도 원래는 1년에 8과목씩 배는데, 10주동안 2과목으로 바뀌었요. 아들은 다른 한국 아이들처럼 수학과 과학은 잘 하는데, 영어와 사회 과목은 힘들어 했어요. 

학교에 상담 받으러 가니까, 과학선생님과 수학선생님은 아들을 많이 칭찬하더라고요. 특히 아가일 세컨더리 과학선생님은 몸은 아담하지만 에너지 넘치는 중년 여성데, 한국인을 좋아하는 유쾌한 분입니다. 가끔 딸이 도시락으로 김밥 먹고 있으면 지나가면서 김밥 먹을 수 있는 넌 진짜 행운아야라고 농담도 대요. 과학선생님 권유로 아들은 저학년 수학교실에서 학습 보조 자원봉사를 하고 있어요. 문제는 영어와 사회 과목이죠. 영어를 못하니까, 발표할 엄두가 안 나겠죠. 쪽지시험을 아무리 잘 봐도, 만족할 만한 성적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인종차별은 없지만 언어차별은 있다는 말을 실감하게 돼요.  

 Q. 아가일세컨더리 학생들의 일상이 궁금합니다.

A. 한국 학생들은 학원에 많이다니는데, 우리 아들은 절대로 가고 싶지 않다고 해서 집에 오면 한숨 자고, 게임하고, 숙제하고, 무미건조하게 살아요. 그래도 펜데믹 전에는 하교길에 친구들 도서관에 가서 숙제하고 놀다 왔죠. 

한국인들이 린밸리 도서관 방문하면 심한 문화충격을 받아요. 열람실에서 간식 먹고, 맨땅에 주저 앉아 책 읽고, 친구들 시끄럽게 토론하고, 튜터 수업도 받고… 누구도 조용하라고 지적하지 않더라고요. (웃음) 도서관에 갔다가 근처 공원에서 운동하고, 춤추고, 수다 떨고, 세컨더리 학생들은 방과 후에 그렇게 지내더라고요. 

아가일 학생들이 초등학생들 가르치는 봉사활동도 해요. 딸이 린밸리 엘리멘터리 다닐 때, 아가일 언니 오빠들이 배구클럽 가입하라고 왔요. 딸도 신청해서 매주 화요일에 아가일 학생들에게 배구를 배웠어요. 재능 나눔의 기쁨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세컨더리 학생들이 기특했어요.  

Q. 마지막질문입니다. 린밸리에서의 생활에 만족하시나요?

A. 최근에 이 평화로운 동네와 어울리지 않은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는데요, 린밸리 주민들은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지혜롭게 회복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저는 린밸리에서의 평온한 삶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웃들의 자녀 교육 방침이나 화목한 가정생활을 지켜보 울 점이 많아요. 한국사람들은 대게 자녀들을 아쉬 것 없이 키우려고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초등학생들에게 스마트폰은 절대 주지 않고, 저녁 식사 준비도 가족끼리 순번 정하더라고요. 아들 친구가 저녁 당번이라고 서둘러 집에 가길래 메뉴를 물어보니 달랑 스프라네. (웃음) 삶을 바라보는 기준과 방향이 한국 사람들과 달라요. 처음에는 의아했는데, 살다 보니 일리가 있더라고요. 아이들이 당장의 성적에 연연하기 보다는 기본 원리를 탐구할 줄 알고당당하게 의견과 감정을 표현하는 행복한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인생의 우선순위를 느긋하게 바라볼 줄 아는 여유가 생기고 있어요. 얼마전에 딸이 행복하다고 했어요. 울컥 하더라고요. 사춘기 자녀와 부모가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감사하죠.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 힘든 일이 생길 때, 사춘기 시절의 좋은 추억이 어려움을 이겨낼 원동력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글 | 김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