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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는 프렌치 이머전, 뉴 웨스트민스터의 에콜 카카잇

2021-06-23 12:27:48

로열 콜롬비안 병원 간호사인 조니 안(Joni An)씨는 이민자 부모로서 아이가 영어는 수많은 언어와 문화 중 하나라는 마인드를 갖을 수 있고 각각의 언어와 문화는 모두 소중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을 프렌치 이머전의 장점으로 꼽았다.

BC주 최초의 주도(州都)였던 뉴 웨스트민스터(New Westminster)는 빅토리아 여왕이 이름을 지었다고 하여 ‘로열 시티’라는 애칭을 가진 역사적인 지역이다.

뉴 웨스트민스터는 총 면적 15.3km2, 전체인구 69,905명(2016년 인구조사 기준)의 작은 도시지만 ‘로열 시티’라는 별명에 걸맞게 BC주에서 가장 오래된 병원인 로열 콜롬비안 병원(Royal Columbian Hospital), 법원(New Westminster Law Courts), 더글러스 칼리지(Douglas College), 로열 시티 뮤지컬 극장(Royal City Musical Theatre), 뉴 미디어 갤러리와 커뮤니티 아트 갤러리, 박물관(New Westminster Museum and Archives) 등 각종 문화시설이 위치 해 있다.

또한 캐나다 서부의 중요한 항구 중 하나이며, 주요 철도와 스카이 트레인이 지나가고, 광역 밴쿠버 어디든 차로 30분 거리인 교통의 요충지다.

전체 인구의 60% 이상이 백인인 뉴 웨스트민스터는 백인 중심의 유서 깊은 동네라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지난 10여년간 타운하우스와 고층 콘도가 들어서면서 젊은 이민자들이 찾는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현재 한국계는 약 1500명(2016년 인구조사 기준)이 거주 중이다.

뉴 웨스트민스터에는 초등학교 8개, 중학교(middle) 3개, 세컨더리 1개(New Westminster Secondary School)가 있는데, 이 땅의 주인이었던 First Nation의 역사를 존중하려는 교육당국의 움직임이 눈길을 끈다.

그 중 하나인 École Qayqayt의 학부모이자 로열 콜롬비안 병원 간호사인 조니 안(Joni An)씨에게 프렌치 이머전 École Qayqayt를 선택한 이유를 들어봤다.

 

Q. 프렌치 이머전에 대하여 설명해주세요.

A. 프렌치 이머전은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학생(non-francophone)들이 캐나다의 공용어인 영어와 불어 둘 다 구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공립학교입니다.

킨더에서 G3까지는 100% 프랑스어로 수업이 진행되고, 일단 프랑스어에 확고한 기반이 마련되면 G4부터 영어 비중이 조금씩 증가합니다.

12학년이 끝나면 두 언어 전부 능숙해질 수 있도록 프랑스어로 된 특정 과목의 교육을 받게 되지요.

프렌치 이머전에 입학하려면 킨더 혹은 초등교육부터 시작하는 Early French Immersion과 중등교육부터 시작하는 Late French Immersion에 지원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선착순이었는데 2015년생부터 추첨제로 바뀌었어요. 2013년생인 제 아이는 출산하고 한달 후에 지원했어요.

 

Q.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프렌치 이머전을 신청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사실 프렌치 이머전에 대하여 잘 몰랐어요. 제가 2006년부터 로열 콜롬비안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데요, 동료들이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아요. 프렌치 이머전도 직장 동료가 정보를 제공해줬어요. 서둘러야 한다고 재촉하더라고요.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세가지 언어를 아이가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됐어요. 언어를 습득하는 것은 그 언어가 속한 문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이잖아요.

의료인이자 부모로서 뇌과학적 측면에서 어린이가 다양한 언어와 문화 학습을 할 때 어떤 효과가 있을지 공부를 했더니 아이들 두뇌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해요. 또한, 이민자 부모로서 아이가 영어는 수많은 언어와 문화 중 하나라는 마인드를 갖길 바라고 있어요.

캐나다는 두 가지 언어와 문화를 채택한 나라여서 각각의 언어와 문화는 모두 소중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사회 잖아요. “English is not everything” 프렌치 이머전 선생님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방향이 문화우월주의를 경계하는 저의 생각과 다르지 않아요. 수업시간에 다양한 언어,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특히 요즘에는 First Nation의 문화와 역사교육을 강조하고 있어요.

 

Q. École Qayqayt이란 교명이 특이합니다.

A. École Qayqayt은 2014년 9월에 문을 열었는데요, 에꼴(École)은 프렌치 이머전이란 뜻이고, 카카잇(Qayqayt)은 원래 이 땅의 First Nation이었던 Qayqayt First Nation에서 유래했어요.

용서와 화해의 의지가 담긴 이름이지요. 발음이 어려워서 처음에는 당황했는데 뜻을 알고 나니 문화의 다양성을 가르치는 프렌치 이머전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École Qayqayt는 현재 킨더 5반, G1~G5 19반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중 프렌치 반은 한 학년에 한 반 씩 있어요.

성장과 배움에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고,

한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우리 아이들도 함께 자라고 있다.

Q. École Qayqayt의 교육환경은 어떤 가요?

A. School Rankings(www.compareschoolrankings.org )에 따르면 대부분의 프렌치 이머전은 학업수준이 높은 편입니다. École Qayqayt 순위도 광역 밴쿠버 931개 학교 중 324번째로 중상레벨이지요.

학부모들은 대게 고등교육을 받은 전문직 종사자들이고, 프렌치 이머전을 선택할 만큼 교육열이 있어요. 이런 가정의 자녀들이 교실 분위기를 이끌고 있지요.

무엇보다도 한 학년에 한 반 씩이어서 킨더부터 G5까지 이동이 없는 게 큰 장점입니다. 초반에 적응 못하면 어쩌나 불안했는데 괜한 노파심이었어요.

반에 지나치게 산만한 친구가 있는데, 아이가 그 친구 때문에 집중이 안된다고 힘들어 했어요. 다른 엄마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물어봤는데, 답변을 듣고 반성했죠.

“성장과 배움에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고, 한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우리 아이들도 함께 자라고 있다.” 계속 한 반이다 보니까 한 해 한 해의 변화가 눈에 보이잖아요. 아이들이 친구들의 장단점을 서로 알고, 수용하는 여정이 감동이더라고요.

 

Q. 같은 반 친구들의 인종과 민족 구성은 어떤 가요?

A. 뉴 웨스트민스터에는 백인들이 대를 이어 살고 있는 헤리티지한 동네가 있어요. 동료 자녀가 그 지역 프렌치 이머전을 다니는데, 한 반에 오직 백인들만 있대요. 우리가 사는 동네는 젊은 이민자들이 유입되고 있는 뉴타운이어서 반 아이들의 인종이 다양해요. 다만 한국인은 우리 아이 한 명입니다. 다른 학년에 한국 학생이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아직까지 본 적은 없는 걸 보니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Q. 집에서는 한국어, 수업시간에는 프랑스어, 친구들과 놀 때는 영어를 쓰는 것에 대하여 아이가 혼란을 느끼지 않나요?

A. 마침 우리 아이는 분리가 잘 됐어요. 교실안에서는 프랑스어, 리세스 시간에 친구들과 놀 때는 영어, 집에서는 한국어를 사용하고 있어요. 물론 사람마다 타고난 성격과 재능이 다르니 3가지 언어를 감당하는 것이 어려운 아이도 있어요.

3남매를 프렌치 이머전에 보낸 병원 동료가 있는데, 그 동료도 이민1세대거든요. 첫째, 둘째는 무리 없이 잘 다녔는데, 셋째는 6학년이 됐는데도 영어가 능숙하지 않아서 영어반으로 옮겼 대요.

부모마다 교육철학이 다르고, 아이의 개성은 개별적이니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지요. 저도 아이에게 항상 말해요. 프렌치가 힘들면 엄마에게 꼭 얘기해 줘야한다고. 다행히 아이가 학교생활에 만족하고 있어요. 프랑스어로 재잘거리거나 프랑스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도 즐거워하고요.  

선생님의 고향인 프랑스 리옹의 자매학교 친구와 주고 받은 편지.

Q. 아이가 프랑스어 수업을 좋아하나 봐요.

A. 담임선생님 중에서 영어가 모국어이면서 프랑스어를 공부한 사람도 있고, 프랑스에서 온 선생님도 계셔요. 프랑스에서 온 선생님과 즐거운 추억들이 많았는데요, 선생님이 고향인 리옹의 초등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어서 아이들끼리 편지를 교환하게 했어요. 우리 아이는 프랑스 친구에게 캐나다의 할로윈 문화를 소개했고, 프랑스 친구도 그 나라의 문화를 알려 주었어요. 아이가 넓은 세상을 체험할 수록 생각의 키가 자라는게 보여요.

 

Q. 마지막으로 학부모들에게 프렌치 이머전을 추천한다면?

A. 부모의 바람 보다는 아이의 성향과 발달 정도를 먼저 살펴주세요. 입학시기 (Early French Immersion 혹은 Late French Immersion)에 대해 신중히 고민하고 교사를 비롯한 전문가와 상담 후 결정해도 늦지 않아요. 아이가 다른 언어와 문화를 학습할 준비가 되었다면 프렌치 이머전을 적극 추천합니다.

아이를 프렌치 이머전에 보낸 후 저도 같이 성장하고 있어요.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과정에서 사고의 지평이 넓어진다는 것을 아이를 통해 확인했고, 자기 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함과 다름의 가치도 함께 익히고 있지요.

현실적인 이유도 무시할 수 없죠. 영어와 불어가 공용어인 나라에서 두 언어가 능숙할 때 진로 선택의 가능성이 확대 되잖아요. 언어는 자기효능감을 높이는데 유용한 수단이고, 모자이크 나라 캐나다에서 언어 능력은 새로운 기회를 만드니까요. 막연한 걱정은 내려 놓고 프렌치 이머전에 도전 해보길 권유합니다.

 

글 | 김세라 객원기자 / 사진 | 조니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