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시 역사가인 존 애트킨은 당시 CPR 측이 자사 시설물들을 도로 아래에 설치해 놓고 그 위치를 알아두기 위해 맨홀 뚜껑에 글자를 새겨 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진=RICHARD LAM
종종 예상치도 못했던 장소에서 밴쿠버의 지난 역사가 발견되곤 한다.
밴쿠버시 424 Homer St. 도로에서 발견되는 한 맨홀 뚜껑에 “CPR”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 글자는 Canadian Pacific Railway의 약자로 1890년대에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뚜껑에 “CPR”이라는 글자가 새겨
1890년대에 설치된 것으로 추정
당시 통신상의 독특한 역사…밴쿠버시의
근대산업사회로 전환되는 일부 예
이 곳을 크로스타운으로도 부르는데, 낮은 층의 상가 건물들이 개스타운과 다운타운 사이에 자리 잡고 있었다. 여기서 동쪽으로 한 블록 가면 밴쿠버 최초의 대형 법원 건물이 캠비와 해스팅 스트리트 사이에 위치해 있다. 이 곳은 현재 빅토리 스퀘어라고 불린다. 근처에는 밴쿠버의 초기 양대 신문사인 The Vancouver World와 The Vancouver News-Advertiser 건물이 위치해 있었다.
밴쿠버시 역사가인 존 애트킨은 이 CPR 맨홀 뚜껑이 당시 CPR의 전선통신 서비스 활동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면서, 당시 CPR 측이 자사 시설물들을 도로 아래에 설치해 놓고 그 위치를 알아두기 위해 맨홀 뚜껑에 글자를 새겨 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다. 밴쿠버시 스트래스코나 지역에서도 BC 전기 철도 소속 맨홀 뚜껑들을 볼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1962년에 현재의 BC Hydro가 BC 전기를 인수했다. Telus사의 맨홀 뚜껑도 아직 밴쿠버시에 일부 남아 있다. 그는 이번 CPR 맨홀 뚜껑은 당시 CPR측이 기차역이나 호텔 혹은 매표소 건물 등과 일부 연계성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한다. 당시 양대의 신문사들도 전화선이 충분하지 않았으므로 CPR 전신기를 통해 연락을 주고 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즉 이번 CPR 맨홀 뚜껑은 당시의 통신상의 독특한 역사를 말해주며, 밴쿠버시가 근대 산업사회로 전환되는 일부 모습을 보여주는 한 예가 된다고 관계 전문가들은 말한다.
밴쿠버 박물관의 오래된 기계 지도에서도 한 맨홀 뚜껑이 1889년과 1913년도 사이에 위치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 맨홀이 이번의 CPR 맨홀인지 혹은 일반 맨홀인지는 지도가 훼손돼 있어서 확인이 불가능하다.
애트킨 역사가는 CPR 맨홀이 캠비와 코르도바 스트리트 사이에 한 개 더 위치해 있는데, 디자인이 조금 다르고, 보다 더 일반적인 형태를 보인다고 말한다. 그는 밴쿠버의 독특한 역사를 보여주는 맨홀을 굳이 파낼 필요가 있는냐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