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문영
겨울과 봄 사이에 나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우두커니 놓여진 거리
바람이 햇살을 가볍게 흔들기만 한다
햇살을 싸맨 바람이 한덩이 두덩이
거리에 뭉개 뭉개 떨어져 있기만 하다
아직 옷깃을 여민다
봄속에 핀 꽃에게 바람을 보낸다
아직 내가 내가 아니었듯
내 안에서 부는 바람 때문에 내가 아니었듯
봄안에 부는 바람 때문에 아직 봄이 아니다
불다가 불다가 참지 말고 불다가
봄의 따뜻함으로 노랗게 피어날 때
봄처럼 마음이 가벼워질 때
바람이 따뜻하게 노랗게 봄으로 피어나리
겨울과 봄 사이
마른 갈색 나무가
거리에 있다
나뭇가지 사이 꽃망울이 하얗게 터지는 날
따뜻한 바람이
따뜻한 봄을 안을 때까지
그렇게
겨울과 봄 사이엔 아무것도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