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겨울 사이에

2025-03-25 14:48:23

윤문영

겨울과 봄 사이에 나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우두커니 놓여진 거리

 

바람이 햇살을 가볍게 흔들기만 한다

햇살을 싸맨 바람이 한덩이 두덩이

 

거리에 뭉개 뭉개 떨어져 있기만 하다

아직 옷깃을 여민다

 

봄속에 핀 꽃에게 바람을 보낸다

아직 내가 내가 아니었듯

 

내 안에서 부는 바람 때문에 내가 아니었듯

봄안에 부는 바람 때문에 아직 봄이 아니다

 

불다가 불다가 참지 말고 불다가

봄의 따뜻함으로 노랗게 피어날 때

 

봄처럼 마음이 가벼워질 때

바람이 따뜻하게 노랗게 봄으로 피어나리

 

겨울과 봄 사이

마른 갈색 나무가

거리에 있다

 

나뭇가지 사이 꽃망울이 하얗게 터지는 날

따뜻한 바람이

따뜻한 봄을 안을 때까지

그렇게

겨울과 봄 사이엔 아무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