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다녀왔다
이 말은 아직 까지도 낯설다
한국 사람이 한국을 다녀왔다는 말은
근 24년 만에 처음 한국의 가을을 보고 느끼고
바람을 느끼며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아래를 걸으며
기가 막힌 거리를 걸었다.
순간 순간이 그림처럼 걸려 있다
지하철은 늘 만원이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여행.
걸음을 천천히 음미하며 걷는다
천천히 걷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
무턱대고 걸었던 한국 서울의 거리와 속초, 여주..
캐나다에서 온 먼 사람이라고
자세하게 구경시켜 주며
해설까지 해주는 그들의 낯익은 언어도
오랫동안 등진 한국의 낯설음으로 다가온다
한국도 여기 캐나다도
낯설음과 낯익음이 서로 엇갈려 서로를 흔들고 있었다
하늘가 나뭇가지 꼭대기에 매달려 있는 깃발처럼 흔들리는 것
누구가 먼저 랄 것도 없이
그 둘이 뒤엉기어 흔들리고 있다
낯설음과 낯익음 사이,
캐나다에 돌아와서는 시름 시름 앓았다
나도 모르게 앓고 있었다
무엇인가가 자꾸 흔들리고 있었다
비 내리는 벤쿠버에서
따옴표처럼 흔들리고 있는 저 깃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