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다 / 최금란

2026-01-13 10:55:43

우리 동네 바닷가에 1시간 걸리는 산책길이 있다.
존 로슨 파크(John Lawson Park)와
던더레이브 파크(Dundarave Park) 사이에 있는
시 워크(Sea Walk)다. 왕복 3,400m이다.
비치 하우스 레스토랑 앞에서 출발해도 된다.
시 워크에 들어서면 올 도그 워크(Dog Walk) 개길이라는 것이 나온다.

개가 산보하는 길이다.
신기하게도 개들이 으르렁거리지 않고
열심히 사람들 옆에서 걷는다.
주인 옆에서 얌전하게 따라온다.
나지막한 철책을 사이에 두고
주인과 함께 나란히 걷는다.
웨스트 밴쿠버 시에서 당국의 배려로
특별히 따로 마련한 개들의 산보길이다.
개들의 분비물도 장난이 아니다.
개들을 훈련시키는 것도 직업이고
개똥을 치우는 것도 직업이다.

나는 걷다가 가끔 비치에 앉아 쉬며
벤치 자그마한 쇠붙이에 적힌 글을 읽기도 한다.
때로는 감동을 주기도 한다.
해변가 산책길은 주말에 걷는 사람이 많고
아침보다는 저녁에,
그리고 날씨 좋은 날에 걷는 사람이 많다.

나는 여름 어떤 날에는 새벽에 걷기도 한다.
근육질 다져진 조깅하는 사람도 눈에 띤다.

바다 가까이에 있는 콘도와 집들은
한국 강남구와 값이 거의 비슷하다.
바닷가 산책길에는 돌로 만든 조형물,
그리고 가로등, 멀리 보이는 U.B.C 캠퍼스,
바다라는 대자연과 잘 어울린다.

겨울이 깊어가고 있다.
겨울 바다는 함성 지르지 않고 잔잔하다.
그동안 얼마나 내가 게으르고
건강에 소홀했는?
내일도 운동화 신고 이 길을 걸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