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8일 WednesdayContact Us

“남은 인생을 대기 명단에서 보내고 싶지 않다.”

2026-04-08 08:00:10

의료계 안팎에서는 공공의료 시스템의 접근성과 효율성을 개선하지 않는 한, 이러한 ‘의료 해외 의존’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긴 의료 대기 시간에 해외로…주민들  ‘의료 원정’ 증가

BC주에서 길어지는 의료 대기 시간을 피해 해외에서 치료를 받으려는 이른바 ‘의료 원정’이 늘고 있다.

솔트 스프링 아일랜드에 거주하는 커트·그웬 파이어스톤 부부는 1년의 절반을 캐나다에서, 나머지를 멕시코 산 미겔 데 아옌데에서 보내고 있다. 80대인 이들이 멕시코 체류를 선택한 이유는 따뜻한 기후뿐 아니라, 필요한 전문의를 제때 만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들은 캐나다에서는 전문의 진료를 받기까지 수개월에서 수년에 이르는 대기 시간이 발생하는 반면, 멕시코에서는 비교적 신속하게 진료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커트 파이어스톤은 “남은 여생을 대기 명단에서 보내고 싶지 않다”며 “BC주는 선진국 수준의 의료 시스템을 갖춰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불만은 특정 개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전문의 진료를 기다리는BC주 주민은 약 120만 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 인구 규모를 고려할 때 상당한 수준으로, 의료 접근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BC 의사협회와 BC주 전문의 협의회가 올 봄 발표할 예정인 보고서에서는 대기 인원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상황이 개선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의료 인력 부족과 수요 증가, 고령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일부 주민들은 비용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보다 빠른 치료를 위해 해외 의료 서비스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무작정 기다리는 대신 자비로 비용을 부담

많은 환자들이 너무 오래 기다린 탓에 통증, 장기 휴직 또는 정신 건강 악화로 삶의 질이 떨어졌다는 사례들이 늘어나는 무작정 기다리는 대신 자비로 비용을 부담하기로 결정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보다 저렴한 멕시코를 사설 의료지로 선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파이어스톤의 아내는 산 미겔의 한 병원에서 응급 탈장 수술을 단 3시간 만에 마쳤다. 또한 MRI와 CT 촬영도 24시간에서 48시간 내에 완료했다. 파이어스톤은 이 비용이 수백 달러 수준인 반면, 캐나다 내 사설 스캔 비용은 1,000달러가 넘는다고 했다.

해외 의료 관광이 더 저렴할 수는 있지만, 비판론자들은 주 외 지역으로 떠나는 것이 여전히 많은 주민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이라고 주장한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SFU)의 한 연구는 의료 관광이 주민들 사이의 건강 불평등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의료 관광 업체들은 멕시코의 사설 의료 서비스가 전문의 진료 대기 시간으로 인해 발생한 BC주 의료계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고 말한다.

밴쿠버 아일랜드에 기반을 둔 ‘카넬라 헬스 커넥션’의 소유주이자 멕시코 의사 출신인 호르헤 카넬라 마가얀은 “통증 속에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에게 최적의 병원을 연결해 주고, 병원 이송을 포함한 여행 일정 관리와 BC주 정부로부터 비용을 환급 받을 가능성이 있는 서류 작성을 돕는다.

마가얀에 따르면 멕시코의 사설 수술 비용은 대부분 미국의 절반 미만이며, 60세 이상의 노년층에게 인기 있는 옵션이 되었다. 알버타나 온타리오에서도 사설 엉덩이 또는 무릎 수술을 받을 수 있지만 보통 6~8개월을 기다려야 하고 비용도 최대 35,000달러에 달한다. 반면 멕시코는 16,000~20,000달러 수준이다.

그는 “사람들이 전화를 걸어 ‘검사 하나 받으려고 1~2년을 기다리는 데 지쳤다’라고 불평한다”라며, 자신이 협력하는 멕시코의 한 사설 병원에는 15명의 정형외과 전문의가 상주해 있어 “멕시코로 간다면 다음 주에 바로 수술을 받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기반의 ‘메디컬 투어리즘 코프’ CEO 디팍 다타 역시 신속한 진료를 원하는 캐나다인, 특히 BC주 주민의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항의하며 미국행을 꺼리는 이들이 멕시코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객들은 주로 치과나 정형외과 수술을 위해 여행한다. 다만 마가얀은 일부 의료 웹사이트가 겉만 화려하고 품질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산 미겔에서 소식을 전한 파이어스톤은 BC주에서 고관절 교체 수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MRI 촬영 대기 시간만 거의 1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BC주의 대기 지연은 삶의 질을 정말 떨어뜨린다. 나 같은 노인들은 수명이 짧아지고 있음을 알기에, 남은 생을 신체적·정신적·감정적으로 최대한 즐기고 싶어 한다”고 했다. 그는 조시 오스본 보건부 장관에게 BC주의 의료 서비스가 “시대에 뒤떨어지고 정체되어 있으며 단편적”이라고 비판하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보건부는 오스본 장관이 서한을 받았으며, 위기 해결을 위해 BC 의사협회 등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진료를 위해 주 외 지역으로 떠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주정부는 개인이 자비로 떠나는 의료 관광을 신고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이를 추적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보건부는 응급이 아닌 선택적 해외 의료 서비스에 대해 주정부 자금 지원을 신청한 데이터는 수집하고 있다. 지난 3년간 보건부는 연간 100건 남짓, 총 386건의 신청을 받았다. 이 중 124건이 승인되었고 91건은 거절되었으며, 171건은 정보 부족으로 서류 미비 판정을 받았다.

프레이저 연구소가 12개 주요 전문 분야(성형외과, 산부인과, 안과, 이비인후과, 일반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심혈관외과, 비뇨기과, 내과, 방사선종양학과, 혈액종양학과)의 캐나다 의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약 105,529명의 캐나다인이 해외에서 비 응급 치료를 받은 것으로 추산되었다. 보고서는 그중 25,698명이 BC주 주민인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