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27일 WednesdayContact Us

[체질컬럼] 돼지고기 예찬론

2026-05-27 07:03:31

여든 넘은 분이 고기를 그다지 가까이하지 않는다고 하길래, 고기를 잘 드시도록 권하면서 돼지고기를 권하자 “저는 돼지고기는 안 먹어요.”라고 답변한다. “왜, 안드세요?” 어려서부터 별 좋아하지 않았다는 소양인으로 감별된 환자분에게 다시 한 번 권하자, “그럼 소고기는 어때요?”라고 한다. 소고기를 드실 수 있지만 소고기 보다는 돼지고기가 훨씬 낫다는 답변을 드리자, 조금 시도해보겠노라고 한다.

최근 30대 중반 여성이 디스크로 방문했을 때, 역시 돼지고기를 권하자, 슬쩍 쳐다본다. 닭고기가 좋다는 것이다. “닭보다는 돼지고기가 더 낫습니다.” 왜요라는 질문에 이리저리 답변해 보았지만, 왜 닭은 안되고 돼지는 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이 쉽지 않지만 돼지고기를 먹겠노라는 답변으로 대화가 종결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진료하면서 간혹 왜 돼지고기가 닭고기보다 더 좋은가라는 질문을 듣는다.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돼지고기가 닭고기보다 더 좋은 것이 아니라, 사람에 따라 그렇다는 것이다. ‘화’체질인 소양인은 차가운 속성이 강한 돼지고기가 필요하고, 냉체질인 소음인에게는 뜨거운 닭이 더 나은 것이다. 별 이상스러운 소리 다 듣는다라고 냉소를 지을 수 있지만 기실 그렇다.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에도 분명 차이가 있듯이, 자연계에 모든 생명체에는 온열한량의 차이가 있다. 이 차이를 무시할 때, 종종 좋지 못한 결과가 뒤따른다.

지금은 예전보다 덜하지만, 한약을 처방할 때, 간혹, 돼지고기를 피해야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그런데 소고기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예로부터 “돼지고기를 잘못 먹으면 風(풍)이 온다”는 좀 위험스러운 경고가 있다. 그렇고 보면 돼지고기는 별 환영을 받지 못하고 대접을 못 받는 것 같다. 왜 그럴까? 풀을 먹는 소에 비해 좀 지저분한 환경에서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먹기에 덜 위생적으로 보여서 그런 것일까? 혹은 값이 소고기보다 덜 나가서 그럴까?  아무튼 돼지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서 좀 덜대접받는 것 같고 때로는 해롭다는 인식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처럼 별 대접받지 못하는 듯한 돼지고기는 사람에 따라서 긴요한 식품중의 하나가 된다. 현대 식품영양학은 각 식품의 영양소를 분석하여 어느 식품이든지 영양소가 풍부히 함유되어 있으면 좋은 영양식품으로 누구나 먹도록 권장하지만, 체질의학에서는 그 氣味(기미: 冷溫寒凉(냉온한량)의 덥고차가움의 속성과 酸苦甘辛鹹(산고감신함)의 다섯가지맛과 오장육부의 어느 기관에 들어가는지에 따라 이롭고 해로움이 정해진다.

동의보감은 “豚肉(돈육)은 그 성질이 차고 맛은 단맛과 쓴맛이 같이 있다. 혈맥이 약하고 근골이 허한 것을 다스리며 신장에 들어가서 열을 풀어준다.”라고 기술한다. 쉽게 말하면 돼지고기의 속성은 차서 위장의 열기운을 내려주고 약한 신장기운을 보충한다는 의미다. 체질적으로 이런 돼지고기는 위장이 작고 무력하며 냉한 소음인에게는 맞지 않다. 소음인이 돼지고기를 즐기면 설사와 복통이 나타나기 쉽고 피부가 나빠지면서 기력이 떨어지고 위장은 더욱 무력하면서 소화기능이 나빠진다. 소음인이 돼지불고기나 삼겹살을 즐기고 여기에 라면을 종종 먹으면 어떻게 될까. 십년 혹은 이십년 후면 위사진을 찍어보고 경악하고 슬퍼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소양인에게는 돼지고기가 실로 보약과도 같이 긴요한 음식이다. 소양인은 비위가 크고 열하며 신장은 약한 체질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위열을 식히고 신장의 허한 기운을 보하는 돼지고기는 소양인의 좋은 식품이 된다. 일반적으로 돼지고기를 포함한 육식이 비만, 당뇨, 고혈압같은 성인병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소양인에게 있어 돼지고기는 췌장의 과항된 기운을 낮추어 오히려 당뇨와 고혈압을 예방하고 회복에 도움이 된다.

돼지고기는 실제 현대영양학적 입장에서 볼때도 여러가지 필수 아미노산과 필수지방산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권장할 만한 식품으로 취급받고 있다. 이런면에서 볼 때 소고기가 돼지고가 보다 낫다든지, 영양가가 더 좋다라고 할 수는 없다. 어느 육류든 그 체질에 맞게 섭취하면 되는데, 소고기는 태음인, 돼지고기는 소양인 그리고 닭고기는 소음인에게 적합하고 유익하다.

여름은 바베큐 하기에 좋은 계절. 김치처럼 삼시세끼 늘상 먹지만 않는다면 돼지고기는 특히 소양인(태음인도 무난하다)에게 좋은 건강식품이 된다.  중국의 소동파의 시 가운데 돼지고기 예찬이 있어 실어본다.그는 아마 소양인이지 않았을까.

황주의 돼지고기는 맛이 좋다

값은 진흙처럼 싸다

돈있는 사람은 시선을 주지 않고 가난한 사람은 요리법을 모른다

적은 물에 담근 돼지고기 약한 불로 충분히 삶으니

그 맛 비길데 없어 아침마다 배불리 먹는다

네 어찌 이 맛을 알쏘냐

 /다니엘 한의원 (604-790-8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