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숙박·선물비까지 부담 급증
현금 선호 늘며 ‘적정 금액’ 놓고 눈치싸움
결혼식 시즌이 시작되면서 하객들이 축의금 액수를 두고 고민에 빠지고 있다. 과거에는 선물 목록에서 물품을 고르거나 일정 금액의 축의금을 준비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신혼부부들이 현금이나 신혼여행 경비 지원을 선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문제는 하객들이 이미 결혼식 참석 자체에 상당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점이다. 타 지역 결혼식에 참석할 경우 항공료나 차량 이동비, 숙박비, 새 옷 구입비, 식사비 등이 더해지면서 전체 비용은 빠르게 불어난다.
전문가들은 축의금 액수에 정답은 없으며, 자신의 예산과 신랑·신부와의 관계, 결혼식 참석에 드는 추가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무리해서 큰 금액을 내기보다 진심을 담은 메시지나 현실적인 범위 내의 선물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물가 상승으로 결혼식 개최 비용 역시 크게 오른 만큼, 하객들 사이에서는 과거 기준의 축의금 액수가 더 이상 적절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캘거리 벨트라인에서 만난 시드니 맥도널드는 “상황이 저마다 너무 다르기 때문에 매번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액수를 정하기는 어렵다” 라며 “보통 참석했던 결혼식들을 돌아보면 대략 100달러에서 200달러 사이를 주로 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캘거리에서 온 또 다른 하객 메건 맥케이는 “250달러가 적당하다고 본다”라고 답했다. 반면 세인트존스에서 방문한 패트릭 그리핀은 100달러를 꼽았고, 페이 비안은 “나는 물건으로 선물하는 걸 선호하며, 현금이라면 50달러에서 최대 100달러가 한계”라고 말했다.
캐나다인들이 결혼식 예의와 고물가라는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애쓰면서 이러한 계산법은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2028년 결혼을 계획 중인 로렌 두비는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얼마인지 따져보게 된다. 지금은 예전보다 살기가 훨씬 팍팍해졌다. 그리고 신랑 신부와 얼마나 친한 지도 함께 고려한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전통적인 선물 레지스트리는 너무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다. 나 역시 현금으로 받는 것을 훨씬 선호한다”라고 덧붙였다.
치솟는 결혼식 비용
결혼식 행사 자체가 갈수록 비싸지는 시점과 맞물려 결혼식 에티켓도 진화하고 있다.
웨딩와이어 캐나다와 더 놋의 2025년 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인의 평균 결혼식 비용은 30,000달러에서 42,000달러 사이이다.
결혼식 비용이 이처럼 치솟은 이유는 요즘 거의 모든 물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물가는 2021년 이후 거의 20% 상승했다. 구체적으로 같은 기간 동안 호텔 숙박비는 40% 이상 올랐고, 꽃 값은 약 18% 상승했다.
웨딩 기획사 ‘데이 오브 디바’의 대표 아만다 피게레도는 특히 식음료 비용의 상승 폭이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시그니처 칵테일 가격이 확실히 뛰었다. 예전에는 잔당 10달러 정도였는데 지금은 17달러에 달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뷔페식과 코스 요리 옵션 간의 가격 차이도 이전보다 좁혀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녀는 결혼식 비용에 맞춰 축의금 액수를 직접적으로 연동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피게레도는 “과거에는 ‘식대만큼 내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결혼식 비용에는 식대 외에도 수많은 요소가 작용한다” 라며 “가장 좋은 것은 형편 껏 주는 것이다. 다만 시작점으로 잡기에는 100달러 안팎이 적당한 기준이 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웨딩 업계 전문가들은 결혼식 선물에 절대적인 규칙은 없으며, 하객들이 결코 부담을 느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캘거리의 가을 웨딩 박람회 제작자이자 30년 이상 웨딩 업계에 종사한 베테랑 레노라 킹콧은 “결혼식 선물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어야 하며, 언제나 본인의 경제적 여건과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라고 강조했다.
킹콧은 하객이 자신의 식사 비용을 상쇄할 만큼 돈을 내야 한다는 오랜 관념인 ‘식대 채우기’는 점점 더 구식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 역시 하객 1인당 약 100달러를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았으며, “경제적 여유가 더 있거나 부부와 정서적 유대감이 더 깊을 때 그 금액이 올라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킹콧은 틱톡 등 소셜 미디어에 올라오는 결혼식 에티켓 게시물들이 때로 비현실적인 기대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녀는 “소셜 미디어에서 축의금 액수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는 것을 볼 때마다,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제안’일 뿐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 그것은 규칙이 아니며, 그 누구도 눈치 보거나 위축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현금이 대세인가?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 역시 선물 전통을 바꾸고 있다. 많은 커플이 결혼 전에 이미 동거를 하며 결혼식 훨씬 전부터 살림을 차려놓고 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주방 가전이나 생활용품으로 채워지던 전통적인 선물 레지스트리는 점차 사라지는 추세이다.
지난해 9월 캘거리 다운타운의 한 루프탑에서 결혼식을 올린 제니퍼 브루스와 그녀의 남편은 하객들에게 물건 선물 대신 신혼여행 기금에 기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주택 소유자인 브루스(40)는 결혼식에 약 35,000달러를 지출했지만, 이미 살림살이가 다 갖춰져 있어 필요한 물건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파티 그 자체였으며, 신혼여행에 보탬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보너스 같은 선물이었다”라고 전했다.
문화별로 다양한 전통
남아시아 커뮤니티를 포함한 일부 문화권에서 결혼식에 현금을 선물하는 것은 아주 오래된 전통이다.
토론토의 한 웨딩 업체의 대표 사리카 베르마는 “돈의 의미 안에는 많은 번영의 뜻이 담겨 있다”라며 “우리가 돈을 줄 때는 부부의 풍요와 번영, 그리고 성공을 기원하는 마음이 함께 전달된다”라고 설명했다.
이 업계에서 20년 이상 일한 베르마는 토론토 지역에서 여러 차례의 행사가 연이어 열리는 결혼식에 참석하는 하객들의 경우, 각 행사마다 현금이 담긴 카드를 따로 챙겨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밴쿠버에 기반을 둔 웨딩 업체 ‘싱 웨딩스’의 대표 리사 리트롱 역시 “아시아계 결혼식을 진행해 본 경험상, 축의금은 현금이 압도적으로 가장 흔하다”라며 동조했다. 그녀는 행운을 상징하는 붉은 봉투(홍바오)가 주로 선물로 쓰인다고 덧붙였다.
리트롱은 축의금의 평균 액수도 시간이 흐르면서 눈에 띄게 올랐다고 밝혔다. 그녀는 “수년 전만 해도 1인당 100달러가 일반적인 표준으로 여겨졌으나, 오늘날에는 하객들이 1인당 150달러에서 200달러 사이를 내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된다. 물론 구체적인 액수는 신랑 신부와의 관계나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기준선이 위향 조정된 것은 분명하다”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