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전시 신진 작가 에밀리 허먼트… 재활용 전선으로 디지털 시대를 직조하다
밴쿠버 아트갤러리(Vancouver Art Gallery)가 지역 현대미술의 현재를 조명하는 새로운 전시 시리즈 ‘Vancouver Now!’를 시작한다. 이 시리즈는 밴쿠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신진 및 중견 작가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기획됐으며, 변화하는 지역 예술계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정기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첫 전시는 오는 8월 7일 개막하며, 밴쿠버에서 활동하는 설치미술가 에밀리 허먼트(Emily Hermant)의 첫 미술관 개인전으로 꾸며진다.
허먼트는 버려진 전선과 데이터 케이블을 손으로 직접 엮어 회화와 직물처럼 보이는 조형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다. 빠른 속도를 상징하는 디지털 기술의 부산물을 오랜 시간의 수작업을 통해 새로운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며, 관람객에게 디지털 시대의 물질성과 소비 문화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번 전시와 함께 밴쿠버 아트갤러리는 허먼트의 대표작인 《Talk Through Me》(2024)를 영구 소장품으로 구입했다고 밝혔다. 갤러리는 이번 작품 구입이 BC주에서 활동하는 현대 작가들을 적극 지원하려는 기관의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갤러리의 에바 레스피니(Eva Respini) 임시 공동 CEO 겸 큐레이터는 “첫 다섯 차례의 Vancouver Now! 전시는 밴쿠버 예술계의 뛰어난 창의성과 다양성을 보여준다”며 “회화, 드로잉, 조각, 설치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캐나다 현대미술을 이끌고 있는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시민들에게 꾸준히 소개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리처드 힐(Richard Hill) 캐나다 미술 수석 큐레이터는 “허먼트의 작품은 사진으로도 아름답지만 실제로 마주할 때 전선이 지닌 독특한 질감과 물성이 더욱 강렬하게 전달된다”며 “그 경험이 작품 속에 담긴 의미를 더욱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Vancouver Now!’ 시리즈는 앞으로도 밴쿠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의 개인전을 이어간다.
다음 전시에는 영상·조명·사운드를 활용한 몰입형 설치작업으로 잘 알려진 **애니 브라이어드(Annie Briard)**가 참여하며, 이어 **만조트 카우르(Manjot Kaur)**는 인도 세밀화 전통과 힌두 여신에서 영감을 받은 인간과 새의 형상을 통해 독창적인 회화와 사운드 설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2028년까지는 원주민 정체성과 자화상을 주제로 작업하는 로렌 크레이지불(Lauren Crazybull), 그리고 아날로그와 디지털 이미지를 결합해 흑인 여성의 존재성과 보호를 탐구하는 **카리스 미첼(Karice Mitchell)**의 전시도 예정돼 있다.
이번 시리즈는 밴쿠버 아트갤러리가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시민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소개하고, 밴쿠버 현대미술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기록하는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지은 기자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