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5일 TuesdayContact Us

온라인 쇼핑이 채우지 못한 ‘무언가’…밴쿠버 시민들 다시 대형 쇼핑몰로

2026-08-25 15:27:01

“온라인 쇼핑 시대는 우리가 현실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을 크게 바꿔놓았다. 하지만 특히 메트로 밴쿠버의 쇼핑몰들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단순히 살아남는 데 그치지 않고 여전히 활기를 이어가고 있다.

메트로 밴쿠버 쇼핑몰 여전히 활기

쇼핑 넘어 외식·여가·사교 공간으로 진화

평일 오후, 밴쿠버 다운타운 퍼시픽 센터 푸드코트 한쪽에 10대 소녀 4명이 모여 앉아 깔깔대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써리 싸우스에서 수다를 떨러 다운타운까지 먼 걸음을 한 이들의 손에는 쇼핑 계획이 한가득이었다.

무엇 때문에 다운타운 쇼핑몰까지 왔냐는 질문에 클레어 카나반 양은 “당연히 쇼핑하러 왔다”고 답했고, 친구 케이티 헌터 양은 “옷은 직접 눈으로 보고 입어봐야 제 맛”이라며 웃었다.

수십 년 전, 버스를 타고 다운타운 쇼핑몰로 모여들던 10대들의 모습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풍경이다. 친구들과 쇼핑몰에서 모이는 문화는 시대를 초월하느냐는 물음에 아이들은 망설임 없이 “당연하죠!”라고 입을 모았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되고 주문한 물건이 이튿날 집 앞으로 배송되는 시대지만, 오프라인 매장으로 향하는 발길은 오히려 늘고 있다. 메트로 밴쿠버의 대형 쇼핑몰들은 오히려 규모를 확장하는 추세다.

부동산 관리업체 쿼드알에 따르면 과거 오크리지 센터의 매장 면적은 약 60만 평방피트였으나, 최근 재개장한 ‘오크리지 파크’는 리테일 공간만 65만5,000평방피트에 달한다. YVR 공항 인근의 맥아더글렌 디자이너 아울렛 역시 2015년 24만 평방피트로 시작해 현재 34만 평방피트 규모로 확장됐으며, 3단계 개장을 통해 39만 평방피트까지 넓힐 계획이다.

유통 전문 매체 ‘리테일 인사이드’의 크레이그 패터슨 대표는 “사람들은 여전히 오프라인 공간에서 쇼핑하는 것을 즐긴다”며 “팬데믹 봉쇄 조치가 해제된 이후 밀려들기 시작한 오프라인 쇼핑객들의 발길이 6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리테일 카운실 오브 캐나다의 조사에 따르면, 개학 시즌을 맞아 캐나다 부모의 99%가 필수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구매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회계·컨설팅 기업 KPMG의 최근 보고서에서도 캐나다인 10명 중 6명이 오프라인 쇼핑을 선호하며, 주요 이유로 온라인 쇼핑의 번거로움과 제품을 직접 촉각으로 확인하고 싶은 욕구를 꼽았다. 온라인으로 가격을 비교한 뒤 최종 구매는 매장에서 확정 짓는 소비 패턴이 정착된 것이다.

온라인 가격 비교후 최종 구매는 매장에서

쇼핑몰의 매력은 단순한 물건 구매에 그치지 않는다. 타인과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사회적 욕구도 한몫한다. 웨스트 밴쿠버에서 친구들과 퍼시픽 센터를 찾은 몰리 매기 씨는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끼는 것 같다. 디지털 공간에서 채워지지 않는 결핍을 쇼핑몰에 나와 사람들과 섞이고 소비하며 해소하는 일종의 창구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특히 외곽 지역 쇼핑몰은 지역 사회의 문화적 거점 역할을 겸한다. 리치먼드처럼 특정 다문화 계층이 밀집한 지역의 쇼핑몰은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며 사실상 ‘지역 커뮤니티 센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성공적인 쇼핑몰이 되기 위해서는 애플, 룰루레몬, 아리치아 같은 핵심 브랜드 입점과 함께 대중교통 접근성, 식당가 및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필수적이다. 메트로 밴쿠버의 CF 퍼시픽 센터, 리치먼드 센터, 길드포드 타운센터, 파크 로열, 메트로타운 등은 면적당 매출이 캐나다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슈퍼스타’ 쇼핑몰들이다.

전문가들은 밴쿠버 쇼핑몰의 놀라운 실적 배경으로 거주민들의 높은 삶의 만족도를 꼽는다. 패터슨 대표는 “토론토 등 타 도시에 비해 밴쿠버 주민들은 삶을 즐기는 경향이 강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소비로 이어진다”고 전했다.

다만 최근 고급재 소비 둔화와 BC주 내 유학생 수 감소는 상권의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동안 UBC 등으로 유입된 해외 유학생과 그 가족들의 통 큰 소비가 밴쿠버 명품 시장을 떠받쳐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계절 날씨 영향과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서구권의 서브어반(외곽 도시화) 라이프스타일 덕분에 밴쿠버의 쇼핑몰 열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