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문영 어느 누군가가 입었던 드레스 잠바를 알차게 고르면서 누군가 입어서 낡거나 오래되었거나 지루해선 가 납품한 옷을 고르면서 이 골목은 쾌쾌 하며 음악은 정적을 바닥에 깐다 골목을 거닐며 많은 사람들이 내던진 또는 영적인 물건이 다른 주인을 보며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과시하는 곳. 김치 국물 흘렀던 옷의 사연이 털어지면서 바닥에 내동댕이 치면서 떨어진 음의 박자에 맞쳐 걸으며 골목을...
기사 작성: 가이 블랙(Guy Black), 코퀴틀람 2월 15일 토요일, 코퀴틀람 출신의 한 젊은이가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것을 조용히 들었다. 그는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머뭇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가 받을 것은 캐나다 재향군인부 장관 표창장이었다. 작은 빨간 단풍잎이 새겨진 금빛 배지. 평소에는 주목받지 않는 이 배지는, 한 사람이 기울인 ‘기억’에 대한 헌신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클린턴 리는 지난해 글렌이글 고등학교를 졸업한 모범적인 학생이자 리더였다. 그는 우수한...
윤문영 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인생의 우연 앞에서 늘 망설이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우연을 맞이한다 그 하얀 도화지에 그린 그림은 삐뚤 빼뚤 하다 우연히 어떤 그림은 정교 한 적도 있다 우연을 받아들일 때 우연을 사랑할 때 우연한 사고를 나무라지 않을 때. 우연한 사고를 겪을 때, 내 밑바닥 어딘가에 물이 흥건히 차 있음을 알게 된다 아직도 밑바닥에서 다 닦이지 않은 채 잘 살고...
제목: 벽란도의 마로, 변경에 가다 지은이: 김하영 그림: 인디고 출판사: 오늘책 자신만의 꿈을 찾아가는 마로의 모험 『벽란도의 마로, 변경에 가다』는 아버지를 찾아 변경으로 가는 소년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의 힘으로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석공인 마로의 아버지는 큰돈을 벌기 위해 송나라로 떠난다. 아버지가 송나라로 떠나면서 아버지가 보고 싶을 때 보라며 옥돌을 목에 걸어준다. 아버지 부재로 집안은 갈수록 가난해지고 어머니는...
윤문영 오랜 만에 산을 갔다 겨울 산은 잊은 지 오래되었다 한 때 눈이 결코 없어지지 않을 거라고 믿은 적이 있었다 눈의 세상에서 마음껏 살았던 적의 일이다 그리고 나서 초록이 그리웠었다 초록과 땅의 색을 밟고 싶었다 오랜 만에 산을 갔다 하얀 눈이 그림처럼 떠 있었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발 놀림이 차곡차곡 눈길에 낙서를 써내려 가고 있었다 마음보다 몸이 신이 나서 “나 너 알아”, 하면서 겨울 산을 겅중 겅중 달렸다 흰 눈이 덮혀진 나무를...
제목: 『재두루미의 은빛사랑』 지은이: 함영연 출판사: 단비어린이 그림: 최형묵 만남, 이별, 그리움이 애틋한 아름다운 이야기 『재두루미의 은빛사랑』은 책 한권에 다양하고 재미난 일곱 이야기가 들어 있는 단편동화 묶음 집이다. 책 읽기 싫어하는 어린이들에게는 재미난 짧은 이야기가 읽는 흥미를 더해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곱 이야기 중 표제작 일곱 번째 이야기 『재두루미의 은빛사랑』 은 남북한을 갈라놓는 철조망이 생기면서 남북으로 오가던 재두루미가 철조망에 걸려 날개를 다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