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22 14:04:00
아마 90년대 초반이었을까, 의과대학 다니는 초짜 대학생이, “저, 오늘 서편제 보러 갑니다.” 하면서 만날 약속을 취소한 적이 있다. 당시에 인터넷이 있었나, 속으로 ‘서편제’가 뭐야 하면서, “뭐, 편지인가..”하며 넘겼는데, 후에 알고 보니 한국의 창이었다. 초짜 대학생이 한국 국악에 대한 영화를 보러 간다고… 고 놈 참 대견하네. 그리고 한 참 후에 TV로 서편제를 보았는데, 별 감동 혹은 감응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창 (국악)에는 아마도 문외한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2026-04-15 10:04:24
살다가 간혹 그런 생각이 들어온다. 어, 내가 지금 어디에 있지. 지난 해 한국 방문 중 고등학교 동창이, 너 좋은데 산다라고 하길래, 내가 지금 한국 땅에 살고 있지 않고 있음에 조금 이상스런 마음이 든 적이 있다. 태어난 곳이 한국 땅, 부모 형제가 사는 땅, 어려서부터 알고 지내온 사람들이 살고 있는 땅. 그런데 지금은 그 땅이 아니라 다른 땅에서 살고 있음이 좀 그럴 때가 있다. 한 번뿐인 삶인데, 어떻게 하다가 내가 태어나고 성장한 땅이 아닌, 지금은 다른 땅에서...
2026-03-19 11:03:25
3월이면 봄이다. 지금, 지난 겨울 덜 내린 비가 시샘이라도 하듯이 엄청 뿌려대고 있지만, 조만간 밴쿠버 겨울의 차갑고 지리하고 우중충한 비가 물러날 것이다. 따뜻한 햇살, 푸릇푸릇 올라오는 고운 새순, 눈부시게 만개한 벗꽃과 노란색의 개나리가 천지사방을 수놓을 봄. 봄은 사람의 마음을 괜시리 즐겁게하는 무엇인가가 있는가 보다. 그러나 이런 봄이 되면 오히려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알레르기성질환. 꽃가루가 날리거나 먼지가 많으면 연신 재치기를 하고 콧물이 끊임없이 흘러...
2026-03-12 11:03:29
2026-03-05 14:03:51
사람이 평생 먹어온 음식습관을 바꾸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필자만 해도그렇다. 카나다에 이민온 지 제법 되었지만 여전히, 된장국에 김치 그리고 간혹 먹는 불고기가 소세지나 햄으로 가득한 샌드위치 (아! 정말 이런 것 좀 안팔고 안먹으면 좋겠다), 헴버거, 핏자 혹은 스파게티 같은 것들보다 훨씬 맛나고 소화도 잘 되고 속도 편하다. 거꾸로 평생을 헴버거에 핏자 먹다가 김치나 된장국으로 바꾼다면, “그것이 무어 힘들까?” 할 수 있지만 실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2026-02-25 14:02:14
한 때, 세상에서 가장 고상하고 가치 있는 것이 ‘문학’이라 생각한 적이 있다. (지금은 아니다.) 그 때 책을 읽으려고 무던히 애썼다. 그 시절, 톨스토이를 글에서 만났다. (필자가 존경하는 어떤 신학자는 그를 인간사에서 가장 위대한 소설가로 평가하는데, 필자 역시 그리 여기고 싶다.) 그런데, 늘 아쉽고 궁굼한 것이, 그런 위대한 소설가가 태어난 땅이 러시아라는 것. 그런 소설가가 태어난 땅은 왜 그럴까. 아이러니다. 그런데 그 땅에 톨스토이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 이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