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문영
방을 치웠다
그동안 안 치웠던 것들이 일어나 깃발을 든다
그동안 주인 행세를 해 주었던 조용한 먼지들
혼자 훌쩍이며 치워지지 않는 것들
안경 집에 들어 가지 못하고 추위에 떠는 안경들
컵이 내 앞에서 우두커니 서있다. 앉고 싶은 컵
그들 사이로 아이들이 술래 놀이를 한다
빙글 빙글 돌며 소리를 낸다
어렸을 때 놀았던 놀이가 방 사이를 서로 오가며
작은 방이 운동장이 된다
여기 저기 옷이 떨어져 있고 휴지가 주인 행사를 한다
가만이 숨 죽여 호흡만이 살아 있는 것들
옷장 속에 숨어 있는 진짜 주인은 어디에 있는 걸까
이불 일까 베개 일까
그리고 일기장일까
어디에 숨어 있는 것일까
가장 소중한 것은 어디에 숨어 있는 것일까
방을 치우며 그들을 꺼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