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구적 부상 맞지만 보상 규정상 적용 불가
나나이모에 거주하는 한 예술인이 교통사고로 평생 시력에 손상을 입었지만, ICBC의 무과실(no-fault) 보험 제도 때문에 단 한 푼의 보상도 받지 못했다.
리처드 브로드(60)는 지난 2021년 11월 정지 신호에서 차량이 뒤에서 충돌하는 사고를 당한 뒤, 왼쪽 눈의 유리체 박리(PVD) 진단을 받았다. 눈 뒤편에 생긴 ‘플로터(floater)’ 현상으로 인해 시야 한가운데에 분홍색 얼룩이 남아 있으며, 이는 시력을 지속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나는 직업적으로 미술 감독, 일러스트레이터, 조형가로 일해왔고, 색감이 매우 중요한 일을 한다. 그런데 하얀 것을 보면 항상 분홍빛이 보인다.”라고 그는 말했다.
브로드는 군 복무 경험도 있으며, 해당 부상으로 인해 사격 시야도 영향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ICBC는 그의 손상이 유리체 박리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기존에 있던 녹내장으로 인한 시력 저하라고 주장했다. 또한, 브로드가 제출한 두 명의 검안사와 두 명의 안과 전문의 소견에도 불구하고, 이 손상이 영구적인 부상이라는 사실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약 2년 반의 시간 동안 ICBC와 보상 문제를 두고 다툰 브로드는 민사재판소(CRT)에 정식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해당 부상이 사고로 인해 발생했으며 영구적인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ICBC가 적용하는 ‘영구적 손상 보상 규정’에 따라, 브로드는 여전히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것으로 판결됐다. 해당 규정은 시력 거리, 시야 손실 각도, 복시 여부 등에 따라 손상 정도를 수치화하고, 이 수치에 $167,465를 곱해 최종 보상 금액을 산정한다.
재판부는 브로드의 손상에 대해 각 항목별로 모두 ‘0%’로 판정돼, 결과적으로 “영구적인 손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판결문에서 재판관 피터 니후스는 “브로드 씨의 시야를 방해하는 분홍색 얼룩이 녹내장으로 인한 시야 결손과는 분명히 다른 방식으로 시력을 방해한다는 점은 명백하다”면서도 “의학적으로 측정 가능한 시야 결손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현 규정상 보상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니후스는 “결과가 비정상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ICBC의 규정 적용은 법적으로 옳다”며 “본인은 재판관으로서 법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무과실 제도의 산정 방식은 비전문가가 이해하거나 적용하기에 매우 복잡하다”며, “브로드 씨의 고통이 ‘기술적 기준’에 의해 외면된 점은 안타깝지만, 현행법상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없다”고 밝혔다.
브로드는 현재 B.C. 대법원에 사법적 재심을 청구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