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편집팀
실리콘밸리의 ‘보증수표’로 통하던 스탠퍼드대 컴퓨터 사이언스(CS) 학위가 더 이상 안정적인 취업을 담보하지 못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비약적인 확산으로 초급 개발자 업무가 빠르게 대체되면서, 최고 명문 대학 졸업생들조차 취업난을 호소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19일 LA타임스는 최근 졸업한 스탠퍼드대 CS 전공자들이 AI 코딩 도구의 급성장으로 인해 대형 테크기업 입사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기업들이 ‘쟁탈전’을 벌이며 영입하던 신입 개발자들은 이제 사람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코드를 생성하는 AI 에이전트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10명의 주니어 개발자가 수행하던 업무를 이제는 숙련된 엔지니어 2명과 AI 에이전트 1대가 대체하고 있다. 개발의 속도와 정확성을 높여주는 AI가 초급 인력을 사실상 ‘불필요한 존재’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스탠퍼드대의 얀 리프하르트 교수는 “최상위 대학 졸업생들까지 입문급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현실은 실로 충격적”이라며 AI 영향이 고용 시장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현상은 스탠퍼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UC버클리, USC 등 캘리포니아 전역의 컴퓨터공학 계열에서도 비슷한 취업난이 관측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명성이 낮은 대학의 졸업생들은 더욱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분석된다.
스탠퍼드 연구 자료에 따르면 22~25세 초급 소프트웨어 개발자 고용은 2022년 정점을 찍은 뒤 약 20% 감소했다. 특히 AI 도입 영향이 큰 직종의 신규 채용은 그렇지 않은 직종보다 13%나 줄었다.
이처럼 입문 단계에서의 일자리가 급감하자 졸업생들은 석사 과정 진학, 중소기업 혹은 스타트업 취업, 창업 등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과거처럼 대형 테크기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던 전통적인 경로는 더 이상 보편적인 선택지가 아닌 셈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소프트웨어 인력 수요가 ‘직접 코딩하는 사람’에서 ‘AI가 생성한 결과를 관리 ∙ 검증하는 사람’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에 따라 대학 교육 역시 AI 시대에 맞는 직무 역량—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알고리즘 검증, 시스템 설계 등—을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테크업계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가운데, 신입 개발자의 역할과 교육 시스템이 어떤 방식으로 적응해 나갈지가 향후 IT 생태계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