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4일 FridayContact Us

[Feature] 월드컵이 밴쿠버에 남긴 것은 무엇인가?

2026-07-24 10:34:54

6월 18일 밴쿠버에서 열린 월드컵 캐나다 대 카타르의 조별리그 경기 중 캐나다 대표팀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5주간 도시를 뒤흔든 축구 열기

밴쿠버 16월드컵 개최 도시 중 1

진정한 유산은 이제 부터가 시작 

지난 5주 동안 밴쿠버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도시였다.

FIFA 월드컵 기간 동안 팬 존은 연일 인파로 가득 찼고, 대중교통은 축구 팬들로 붐볐다. ‘노잼 도시(No Fun City)’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밴쿠버는 거리 응원과 축제 분위기 속에서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았고, 도시 곳곳은 세계 각국에서 모인 축구 팬들의 열기로 들썩였다.

하지만 대형 국제 스포츠 행사의 성공은 축제 분위기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공공 예산 투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와 지역 상권 및 주민들에게 미친 영향, 그리고 이번 대회를 계기로 높아진 축구 열기가 지역 스포츠 문화와 생활체육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진정한 ‘월드컵 유산’을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밴쿠버의 월드컵 개최 일정이 모두 마무리된 가운데, 이제 관심은 이번 대회가 도시에 남긴 장기적인 가치와 지속 가능한 유산에 쏠리고 있다.

밴쿠버는 뜨겁게 응답했다

6월 13일부터 7월 7일까지 진행된 대회 기간 동안 BC 플레이스에서는 총 7경기가 열렸다. 비싼 티켓 가격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FIFA에 따르면 매 경기 5만2,497명의 관중이 들어차 완 판을 기록했으며, 총 관중 수는 36만7,000명 이상에 달했다.

BC 플레이스 밖에서도 메트로 밴쿠버 전역의 야외 응원장에 팬들이 집결했다. 밴쿠버 개최 위원회는 헤이스팅스 파크에서 열린 ‘FIFA 팬 페스티벌’ 방문객 수가 5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노스밴쿠버 시는 더 쉽야드에 마련된 ‘캐나다 하우스’에 3만4,000명 이상이 방문했다고 전했다.

트랜스링크는 밴쿠버 경기일 7일 동안 지역 전체의 하루 평균 대중교통 이용 건수가 약 87,000회 증가했다고 밝혔다. 가장 붐볐던 날은 캐나다가 스위스와 맞붙은 6월 24일로, 당일 거의 140만 건의 탑승을 기록하며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밴쿠버 경찰도 월드컵이 진행된 39일간의 경찰 대응 작업이 역사상 전례 없는 규모였다. 제프 뉴먼 총경은 “가장 치열했던 경기일에는 매일 최대 1,300명의 경찰관이 현장에 배치되었다. 하루에 이렇게 많은 경찰 인력을 투입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회 기간 동안 경찰은 폭행 및 기물 파손 등의 형법 위반 혐의로 40명을 체포했다. 또한 치안 방해 혐의로 109명, 공공장소 만취 혐의로 48명을 체포했다. 경찰 데이터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건은 그랜빌 엔터테인먼트 지구에서 발생했다.

밴쿠버의 대회 준비 및 운영 체계는 외부로 부터도 호평을 받았다.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뛰어난 대중교통, 도보 이동성, 온화한 날씨, 그리고 다운타운 중심부에 위치한 BC 플레이스의 입지 조건을 높이 평가하며 밴쿠버를 16개 월드컵 개최 도시 중 1위로 선정했다.

그랜빌 st. 열기를 이어갈 있을까?

2일 열린 특별 시의회에서 켄 심 밴쿠버 시장은 월드컵 기간 중 시행된 그랜빌 st. 차 없는 거리 시범 사업의 “눈부신 성공”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회 기간 동안 그랜빌 st.의 웨스트 조지아 st.부터 데이비 st까지 5개 블록이 보행자 전용 구역으로 전환되었다. 당초 월드컵을 위해 조성되었으나, 시 의회는 이 차량 통제 조치를 9월 7일까지 연장하기로 의결했다.

다운타운 비즈니스 개선 협회(DVBIA)는 거리에 활력을 불어넣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최대 125만 달러를 지원받았으며, 사용되지 않은 금액은 시에 환수된다. 통제 연장 조치에는 위생 관리, 교통 통제, 치안 유지 비용 등을 포함해 최대 475만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지역은 더 깊은 과제에 직면해 있다. DVBIA의 기획 문서에 따르면 이 거리 상가의 약 4분의 1이 비어 있으며, “오랫동안 누적된 사회적 문제들이 이 거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연장 기간 동안 라이브 음악, 체험형 게임, 팝업 마켓, 스포츠 중계 테라스 등 매주 새로운 프로그램이 선보일 예정이다.  25일 열리는 컨트리 음악 기반의 ‘카우보이의 날’ 행사처럼 특정 기념일이나 지역 사회 축제와 연계된 이벤트도 계획되어 있다.

그랜빌 st외에도 시 관계자들은 BC 플레이스 시설 개선, 킬라니 파크의 현대식 인프라 및 조명 설치, PNE에 새로 들어선 10,000석 규모의 야외 음악당 홍보 효과 등을 이번 대회가 남긴 주요 유산으로 꼽았다.

누구를 위한 유산인가?

월드컵 개막 전부터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번 행사가 밴쿠버의 노숙인들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경고해 왔다. 정부가 대규모 보안 예산을 집행함에 따라 주거 불안정 계층이 쫓겨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6월 수치에 따르면, 주정부는 밴쿠버 월드컵을 위한 치안 및 보안 비용으로 시· 주정부 합산 약 2억 4,200만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으며, 이 중 1억 달러는 연방정부 지원금으로 충당되었다.

지역 노숙인 옹호 활동가인 피오나 요크는 다운타운 일대에 경찰 배치가 눈에 띄게 늘어났고, 노숙인들에게 짐을 치우라는 압박이 강해졌다고 지적했다.  요크 씨는 또한 이번 대회가 취약계층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남겼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녀는 진정한 유산에 대한 논의라면 화장실, 편의시설, 주거지 마련 등 다운타운 이스트사이드의 기본적 생존권에 대한 지원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드컵 열기가 축구 저변 확대 이어질까?

BC축구협회의 가브리엘 아시스 CEO는 이번 월드컵이 지역 내 축구 저변을 넓힐 수 있는 매우 희귀하고 소중한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목표는 이번 월드컵의 열기가 일회성 순간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거대한 운동으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것.” 이라고 밝혔다.

그는 BC주에 이미 15만 명 이상의 축구 동호인과 100개 이상의 축구 단체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가 축구에 대한 관심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데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경기장, 지도자, 심판진에 대한 추가 투자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아시스 CEO는 랭리에 들어설 캐나다 최초의 ‘FIFA 아레나’, ‘FIFA26 50/50 펀딩 프로그램’, BC주 전역에 계획된 20개의 미니 구장, 그리고 인프라 수급을 파악하기 위한 주 차원의 인벤토리 구축 등 이미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을 언급했다.

전 캐나다 국가대표 선수인 제프 클라크는 이번 대회가 더 많은 어린 선수들을 유입 시키고, 청소년들이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축구를 계속하도록 돕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캐나다 내 유소년 기회가 더 늘어나야 하며 가족들의 경제적 부담도 줄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라크는 “참가자들에게 재정적 부담을 너무 많이 지우면 진입 장벽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인파가 떠난 자리, 무엇이 남는가?

의회예산처는 밴쿠버의 개최 도시 비용과 관련된 공공 지출을 총 5억 7,800만 달러로 추산했다. 반면 주정부는 월드컵 기간 및 이후 5년간 BC주에 약 10억 달러의 GDP 창출 효과를 포함한 장기적 경제 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종적인 재정 집계는 아직 남아있지만, 개최 도시로서 밴쿠버가 얻은 유산은 단지 숫자만으로 측정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그랜빌 스트리트에서, 다운타운 이스트사이드에서, 그리고 차세대 축구 꿈나무들이 달릴 경기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따라 그 가치가 증명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