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캐나다산 제품 대폭 관세 인상
미국 의존 기업들 “가격 경쟁력 잃을까” 우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 인상을 발표하면서 미국 시장을 주요 수출처로 삼아온 BC주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와인과 문구류를 비롯한 다양한 소비재 업체들은 최대 50%에 달하는 관세 부담으로 가격 경쟁력 약화와 매출 감소를 우려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펜틱턴에서 와이너리 ‘페인티드 록 에스테이트’를 운영하는 로렌 스키너 대표는 최근 미 수입업자로부터 절망적인 소식을 들었다. 수입업자는 “만약 관세가 실제로 부과된다면 캐나다산 와인 수입을 전면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통보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오는 8월 19일부터 캐나다산 와인, 유제품, 문구류 등 약 200억 달러 규모의 물품에 대해 50%의 대폭적인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령에 서명했다.
BC주 기업인들의 반응은 놀라움보다는 ‘깊은 피로감’에 가깝다. 대다수 기업은 대미 수출 비중이 작아 타격이 미미하다고 말하지만, 미국 시장에 공을 들여온 일부 기업들은 자신들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양국 정부 간 무역 분쟁의 유탄을 맞았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스키너 대표는 “50% 관세를 맞고도 캐나다 와인을 수입해 유통할 수 있는 미국 업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관세가 실제로 시행될지, 얼마나 지속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당장 그전에 대량 주문을 넣을 위험을 감수할 수입상도 없다”고 한탄했다. 페인티드 록에 미국 시장은 단순히 물량을 많이 파는 곳이 아니었다. 브랜드의 명성을 쌓고 오카나간 지역을 여행하다 와인을 맛본 미국인 고객들과 인연을 이어가는 중요한 창구였다. 특히 최근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이 오카나간 지역을 방문해 품질을 호평하면서 미국 시장 본격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던 시점이라 아쉬움은 더 크다. 스키너 대표는 “지난 6년간 와인 업계는 끊임없는 위기와 변화의 연속이었다”며 허탈해 했다.
사실 대미 와인 수출 타격은 BC주 와인 산업 전체로 보면 특수한 사례다. 대부분의 BC주 와인은 캐나다 국내에서 소비되며, 연간 대미 수출액은 20만~70만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BC와인협회의 제프 기그나르 대표는 이번 와인 관세가 매우 기이한 조치라고 지적한다. 타격도 거의 없는 산업을 콕 집어 관세를 때린 배경에는 양국 간의 ‘보복성 치킨게임’이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트럼프의 1차 관세 폭탄에 대응해 대부분의 주정부가 미국산 주류를 매대에서 치워버렸는데, 이번 50% 관세는 이에 대한 미국 측의 보복성 반응이라는 분석이다. 기그나르 대표는 “정부 간 싸움에 농촌의 무고한 소상공인들만 인질로 잡혔다”고 말했다.
관세 폭탄은 주류에만 그치지 않았다. 코퀴틀람의 친환경 문구 브랜드 ‘헤믈록 앤 오크’를 운영하는 티아 마식 대표 역시 날벼락을 맞았다. 2020년 창업 이래 줄곧 캐나다 국내 생산만을 고집해 온 이 회사는 관세 부과 대상 품목에 자신들의 주력 상품인 ‘제본형 다이어리 및 수첩’이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
당장 이번 가을에 출고되어 미국 고객 1,300여 명에게 배송될 2027년도 플래너 물량에만 약 10만 달러의 관세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직원 7명의 소기업인 헤믈록 앤 오크는 고심 끝에 관세 부담을 미국 고객에게 전가하지 않고 회사가 전액 자체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마식 대표는 “기존 고객에게 관세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브랜드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면서도 “하지만 10만 달러라는 거금을 당장 흡수할 여력이 없어 어떻게 자금을 마련해야 할지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매출 절반이 미국에서 발생하는 이 회사는 국내 생산이 안전한 선택일 것이라 믿었지만, 결과적으로 정직하게 일한 대가로 벌을 받는 기분이라고 했다.
마크 카니 총리는 “미국의 338조 관세가 발효되기까지 간이 남아있다”며 “모든 보복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국익을 위해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통화를 통해 향후 수주일간 밀착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알루미늄, 철강, 자동차, 목재 등 캐나다 핵심 산업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이 지속되는 한, 북미 무역의 먹구름은 당분간 걷히지 않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