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선제적 양보’ 압박…카니 “일방적 양보 없다”
“물건 사기도 전에 코스트코 연회비 내라는 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캐나다-미국-멕시코 무역협정(CUSMA) 개정 협상에 앞서 캐나다 측에 이른바 ‘입장료(Entry fee)’ 성격의 선제적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현지 언론이 인용한 4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미 정부는 공식적인 무역 협상 테이블을 차리기도 전에 캐나다에 까다로운 전제 조건을 내걸고 있다. 사안에 정통한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협상 시작 전부터 조건을 설정하며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미국의 요구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신설한 ‘한미 경제 관계 자문위원회’에 합류한 장 샤레 전 퀘벡 주지사에 의해서도 확인됐다. 샤레 전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들은 아무런 양보를 하지 않으면서, 캐나다가 먼저 대규모 양보를 한 뒤에야 협상 테이블에 앉길 원한다”고 비판했다.
미국 측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산적한 국정 과제를 처리하고 있는 만큼, 캐나다가 즉각적인 양보를 통해 그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지난해 3월 미국과의 협상을 ‘코스트코 회원권’에 비유하며 “쇼핑을 하려면 먼저 회비를 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오타와 정계에서는 “회원권을 샀는데 고기 코너에 갈 때마다 지갑을 다시 꺼내라고 요구하는 꼴”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캐나다는 이미 미국 측에 유화책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 봄철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에 대한 보복 조치를 철회한 데 이어, 6월 말에는 아마존·애플·메타 등 미 IT 거대 기업에 부과하려던 3% 디지털 서비스세를 전격 폐지했다.
당시 프랑수아 필립 샴페인 재무장관은 “디지털세 폐지가 미국과의 새로운 경제·안보 파트너십 협상을 크게 진전시킬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9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실제 협상은 제자리 걸음인 상태다.
현재 미국이 요구하는 핵심 쟁점은 유제품 쿼터 관리 방식 변경, 디지털 주권 정책 검토, 그리고 주류 시장 개방이다. 특히 온타리오, 퀘벡, BC주 등 주요 주들이 미국산 와인, 맥주, 증류주를 매대에서 퇴출시킨 것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
하지만 주정부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한 퀘벡주 관계자는 “미국 주류를 다시 들여오려면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실질적인 양보를 얻어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선제적 양보를 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카니 총리의 ‘시간 벌기’ 전략?
전직 외교관인 루이즈 블레는 “미국 측은 캐나다가 협상 의지가 없다고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정부가 협상력을 유지하기 위해 패를 아끼며 ‘시간 벌기’ 전략을 쓰고 있다는 시각이다.
마크 카니 총리 역시 국무회의 직전 취재진과 만나 “미국이 일방적으로 조건을 지시하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상호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