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교육청 Ai 챗봇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계정 공식 출시
“학습 능력과 비판적 사고력에 미칠 부정적 영향 우려”
BC주 전역의 교육청들이 앞다투어 인공지능(AI) 관련 정책을 시행하고 학생과 교사를 위한 AI 플랫폼 도입을 승인하면서, AI가 학교 교실 안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특히 밴쿠버 교육청(VSB)은 만 13세 이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챗봇인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계정을 공식 출시했다.
페드로 다 실바 밴쿠버 교육청 부교육감은 “우리는 학생들의 학습을 지원하고, 졸업 후 대학 진학을 위한 다양한 경로를 제공하며, 미래의 업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고자 한다”며 “앞으로 AI가 이 세 가지 영역 모두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도입 취지를 밝혔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AI가 자녀들의 진정한 학습 능력과 비판적 사고력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밴쿠버에 거주하는 학부모 벤 험프리스는 6살 딸이 학교에서 AI를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는 소식을 접한 뒤, AI가 어린아이들의 두뇌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는 AI 관련 연구가 아직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AI 사용이 학생들의 문제 해결 능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초기 연구 결과들을 발견했다.
험프리스는 “수학에서 새로운 공식을 배울 때 과정이 어렵고 힘들다”며 “하지만 바로 그 ‘어려움을 겪는 과정’이 있어야 지식이 뇌에 온전히 각인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 챗봇이 중간에서 쉽게 답을 도와주면 학생들이 제대로 배우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직장에서 AI를 쓸지언정, 학교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학습하는 기술을 길러주는 곳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마크 퍼메인 써리 교육청 교육감은 학생들이 이미 일상에서 AI를 접하고 있는 만큼, 학교가 올바른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맞섰다.
퍼메인 교육감은 “우리 학생들은 이미 방과 후에 챗GPT나 클라우드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며 “우리는 학생들이 이 플랫폼들을 도덕적, 윤리적으로 올바르고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AI에게 숙제를 통째로 맡기는 것과, AI를 단순한 ‘생각 파트너’로 활용하는 것의 차이점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컴퓨터 사이언스 수업에서 코딩을 할 때, 본인이 짠 코드가 적절하고 정확한지 AI 챗봇을 통해 검증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BC주 캠룹스에서 두 명의 청소년을 키우는 어머니 타냐 하슬러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어떤 이유로든 AI 챗봇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단호히 말했다.
하슬러는 “학교는 학습에 대한 동기를 깨우고, 탐구하고,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법을 배우는 공간”이라며 “하지만 이제 인간의 모든 지식을 그대로 읊어주는 기계(AI)가 등장하면서 아이들에게서 비판적 사고력을 빼앗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녀는 학교 구성원 전체가 AI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엄청난 전력 소모 등 환경적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험프리스는 ‘교육 공간 내 AI 주의를 요구하는 학부모 연대’라는 단체를 공동 창립하고, 밴쿠버 학교 내 AI 도입을 최소 2년간 즉각 중단하라는 온라인 청원 운동을 시작했다. AI가 작동하는 방식과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명확해질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험프리스는 “이 기술이 나온 지 고작 2~3년밖에 안 됐는데 왜 지금 당장 학교에 도입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많은 학부모가 내 자녀가 이 새로운 기술의 ‘생체 실험 대상(기니피그)’이나 ‘베타 테스터’가 되는 것에 큰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퍼메인 교육감은 AI 도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AI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램프의 요정(지니)을 다시 병 속에 집어넣을 수는 없다”며 “앞으로 AI는 미래에 더욱 확장되고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