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월드 ‘축구공 돔’ 세계적 명소로
3년 전 장난 같은 아이디어, 월드컵 대표 랜드마크로 자리매김
3년 전, 세 명의 밴쿠버 시민이 2026년 월드컵을 기념해 ‘사이언스 월드’의 거대한 돔 구조물로 무언가를 해보자는 아이디어를 처음 생각해 냈을 때만 해도, 이 비전이 실제로 실현 가능할지는 아무도 몰랐다. 롭 홀링스워스는 “처음에는 일종의 농담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래, 돔을 축구공 모양으로 통째로 감싸버리자! 근데 도대체 그걸 어떻게 하지? 이런 식이었다.”
스포츠 대회는 스타들의 존재로 활기를 띠며, 이달 개막해 밴쿠버를 비롯한 북미 16개 도시에서 치러지고 있는 4년 주기의 남자 축구 대축제 ‘월드컵’은 특히 더 그렇다. 하지만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스타 중 하나는 운동선수도, 사람도 아니다. 바로 지어진 지 41년 된 17층 높이의 ‘지오데식 돔’ 건물이다.
사이언스 월드의 공 모양 건물을 지름 40m 크기의 360도 전 방향으로 감싸, 2026년 월드컵 공인구인 ‘아디다스 트리온다’로 변신시키겠다는 이 무모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는 제작자들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제 이 건물은 전 세계에 전파되는 밴쿠버의 가장 상징적인 비주얼로 자리 잡았다. 밴쿠버의 브랜드 전문가 트레이나 노트만에 따르면, 이미 전 세계 100개 이상의 언론사가 이 돔의 모습을 담은 로이터 통신 사진을 보도했다.
사이언스 월드의 상업 영업 및 파트너십 부문 수석 디렉터인 홀링스워스는 “콘셉트를 잡는 것은 오히려 쉬운 단계였다”고 말했다. “건물 모양을 보면 누구나 어라, 저건 축구공이 되어야겠네, 당연히 그래야지라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진짜 힘들었던 부분은 인허가와 자금 조달, 그리고 실제 시공이었다.”
이를 위해 혁신적인 디스플레이 프로젝트 분야에서 국제적 경험을 쌓은 온타리오주 기반의 기업 ‘더 룩 컴퍼니’가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시공이 까다로웠던 몇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사이언스 월드 측에 이 돔 건물의 ‘준공 도면’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준공 도면이란 건물이 완공된 후의 정확한 치수와 기하학적 구조를 보여주는 청사진으로, 대개 최초 설계도와는 미세한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이들이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1986년 밴쿠버 엑스포를 앞두고 작성된 빛 바랜 수작업 설계도뿐 이었다. 룩 컴퍼니의 CEO 제이콥 버크는 “우리가 달성하려는 목적에는 전혀 쓸 수 없는 도면이었다”고 회상했다.
결국 연구진은 건물의 정확한 측정값과 치수를 파악하기 위해 드론으로 구조물 전체를 스캔하여 가상 세계에 똑같이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을 제작해야 했다. 룩 컴퍼니의 엔지니어들은 크기와 모양이 미세하게 각기 다른 131개의 독립된 패널을 특수 제작했다. 버크 CEO는 “기성복을 대충 걸친 게 아니라, 몸에 딱 맞춘 ‘맞춤형 정장’과 같은 정밀한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아름다운 돔’의 설계 및 설치에 들어간 총비용은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공공 자금은 극히 일부만 투입되었는데, BC주정부가 15만 달러를 지원했다. 프로젝트 자금의 대부분은 세금으로 운영되지 않는 관광산업 민간 기구인 ‘데스티네이션 밴쿠버’에서 조달했으며, 밴쿠버 호텔 협회도 힘을 보탰다.
로이스 취인 데스티네이션 밴쿠버 CEO는 “지난 몇 년 동안 월드컵 마케팅 예산으로 한 푼 두 푼 아껴가며 저축하고 있었지만, 이 돔 프로젝트는 당초 계획에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이언스 월드를 축구공으로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데스크에 올라왔을 때, 취인 CEO를 비롯한 경영진은 이 아이디어가 너무나 마음에 든 나머지 기존의 다른 계획들을 전면 폐기하고 예산의 상당 부분을 이 프로젝트에 올인했다.
취인 CEO는 이 도박이 이미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었다고 평가했다. 데스티네이션 밴쿠버가 엄청난 광고비를 쏟아부었더라도, 현재 이 ‘사이언스 월드 축구공’이 전 세계적으로 얻고 있는 노출 효과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취인 CEO는 “이 모습은 향후 수십 년 동안 밴쿠버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야구로 치면 주자 일소 만루 홈런을 친 셈”이라고 말한 뒤, 이내 축구 대회에 맞춰 “아니, 멋진 코너킥 다이렉트 골이라고 해두자”라며 웃어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