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경찰, 자율 비행 ‘최초 대응 드론’ 도입
시민단체 “감시사회 우려” 제기
밴쿠버 경찰청(VPD)이 사건 현장에 스스로 출동할 수 있는 자율 비행 드론을 도입하면서 치안 강화와 사생활 보호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그동안 조종사가 원격으로 조종하는 드론을 수색과 범죄 현장 조사 등에 활용해 왔지만, 이번에는 긴급 신고가 접수되면 자동으로 이륙해 현장에 먼저 도착하는 ‘드론 퍼스트 리스폰더(Drone First Responder)’ 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했다.
경찰청은 6대의 ‘스카이디오(Skydio) X10’ 드론이 시내 전역의 건물 옥상에 설치된 전천후 보관함에 배치되어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드론을 주로 긴급 대응용 도구로 규정하고 있다. 경찰청은 발표에서 두 가지 예시를 들었다.
첫 번째는 현장 경찰관이 폭행을 당할 때 본인의 바디캠을 세 번 두드리면 드론이 해당 위치로 자동 출동하는 시나리오다. 또 다른 시나리오에서는 조종사가 범죄가 진행 중인 현장으로 드론을 유도해 경찰관보다 먼저 도착하게 한 뒤, 현장 대응 중인 경찰관들과 경찰청 지휘통제실로 영상을 실시간 스트리밍하여 용의자 추적을 돕는 방식이다.
형사 전문 변호사 카일라 리는 앞으로 드론의 활용 범위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리 변호사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경찰은 어떤 권한을 얻었을 때 제동이 걸릴 때까지 그 사용 범위를 조금씩 계속 넓혀 나가는 경향이 있다”며 “늘 그런 식으로 진행된다”고 꼬집었다. 그녀는 향후 18개월에서 2년 안에 밴쿠버 경찰청의 드론 활용이 현재 경찰이 설명하는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리 변호사의 분석은 불합리한 수색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캐나다 ‘권리와 자유헌장’ 조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찰이 수색을 진행하려면 일반적으로 판사의 승인인 수색영장이 필요하다. 리 변호사는 거리에 서 있는 일반 개인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 예를 들어 뒷마당 내부나 높은 창문을 통해 들여다보는 행위를 드론이 포착하는 상황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만약 경찰이 길모퉁이에 서서 볼 수 없는 대상을 감시하는 데 드론을 사용한다면, 이는 영장이 필요한 구체적인 형태의 사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또한 리 변호사는 그녀가 아는 한 캐나다 항소법원에서 경찰의 드론 사용에 대해 판결을 내린 선례가 없기 때문에, 향후 관련 소송이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경찰청이 자체 규칙을 정하도록 내버려 두기보다는, 정부 차원에서 경찰의 드론 사용을 규제하는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에게 자체적인 감시 권한을 맡겨두면, 대개 권리장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밴쿠버 경찰청은 성명을 통해 드론을 예방 순찰을 목적으로 사용할 계획은 없으며, “사건 현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시내 상공을 비행하는 동안에는 녹화를 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다만 경찰청은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때 인파 규모를 추산하고 행진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용도로는 사용할 것임을 확인했다. 그러면서도 “수사상의 필요가 없는 한, 개인 신원을 식별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영상을 촬영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UBC 앨러드 법대 기술 및 AI법 강사인 존 페스틴저는 드론이라는 기술 자체는 새롭지만, 수색영장 요구와 같이 감시 행위를 규제하는 법적 도구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우려되는 대목으로 드론이 대응 중인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무고한 행인들에게 미칠 영향이라고 꼽았다. “드론이 내 머리 위를 날아다니며 나를 촬영하고 있는데, 정작 나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 이는 명백한 사생활 침해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