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왜곡· 행정만 복잡해 져” 비판
정부 “신속한 저렴한 주택 공급 방안”
연방정부와 BC주정부는 미분양 콘도를 매입해 저렴한 임대주택 등 부담 가능한 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주택 공급을 신속하게 확대하고, 주거난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개발업계는 이 같은 정책이 현장의 요구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원한다면 주택을 매입할 수는 있지만, 굳이 새로운 매입 프로그램을 만들어 행정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 이유가 없다”며 “개발업체들은 정부에 미분양 주택을 사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미분양 문제는 시장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특정 물량을 매입하면 시장 가격 형성과 공급 구조를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대신 업계는 인허가 절차 간소화와 개발 부담금 완화, 기반시설 비용 조정 등 신규 주택 공급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데이비드 이비 주 총리와 마크 카니 연방 수상은 지역 내 미분양 콘도 2,200여 가구를 정부 재정으로 매입해 장기적으로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을 발표했다. 총예산 14억 5,000만 달러(주정부·연방정부 각 1억 4,500만 달러 출자, 나머지는 금융 조달)가 투입되는 이 사업은 입주자가 매달 내는 월세의 일부를 추후 주택 구매를 위한 다운페이먼트로 적립해 주는 ‘분양 전환형 임대(Rent-to-Own)’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그러나 타운라인 홈즈 CEO이자 도시개발연구소(UDI) 의장인 릭 일리치는 “정부가 발표 전 업계 개발업자들과 단 한 마디 상의도 없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일리치 의장은 “지자체나 정부가 민간 주택을 매입해 복잡한 구조를 만들고, 임대인 역할을 맡아 분양 전환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비효율적”이라며 “정부가 돈을 펑펑 쓰겠다면 차라리 2024년 총선 공약이었던 ‘중산층 주택 구매 대금 40% 지원 제도’를 시행하는 게 훨씬 실효성 있다”고 꼬집었다.
정책 조율 부족에 대한 비판이 일자 이비 총리와 카니 수상은 “소통이 미흡했다”고 일부 인정했다. 이비 총리는 “이 대책은 잘못된 사업 예측으로 미분양을 낸 개발사들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라며 “만약 국민들이 이 정책을 원치 않는다면 강행하지 않고 철회할 수도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크리스틴 보일 주 주택부 장관 역시 개발업계의 반발은 예상된 결과라는 반응이다. 보일 장관은 “개발업계가 요구한 대책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이번 정책으로 개발사들이 챙길 이득은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좋은 직장에서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며 매달 주택담보대출 원리금만큼의 비싼 월세를 내고 있으면서도, 부모의 재정적 도움이 없어 초기 자금을 모으지 못해 주택 시장에서 소외된 청년과 중산층을 구제하는 것이 이번 정책의 핵심 목적”이라고 못 박았다.
주택 및 지방행정부는 개발업계가 요구한 ‘지분 공유형(40% 지원) 공약’은 현재 무스퀴암, 스쿼미시, 트슬레이-와투스 원주민 부족과의 협업을 통해 ‘헤더 랜즈’ 프로젝트에서 시범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업을 통해 약 2,600가구의 중산층 겨냥 장기 임대 분양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다.
반면, 부동산 전문 중개법인 ‘굿맨 커머셜’의 마크 굿맨 대표는 이번 대책을 “아무도 원하지 않는 세금 낭비이자 주택 가격 안정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악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굿맨 대표는 “정부가 시장 메커니즘에 개입해 손을 대기 시작하면 백이면 백 시장을 망치기 일쑤인데, 이번 정부는 도를 넘었다”며 강도 높게 질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