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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달러 변전소 때문에”…넬슨 공원 나무 83그루 벌목 위기

2026-07-22 10:55:33

주민 모임인 ‘넬슨 공원의 친구들(Friends of Nelson Park)’은 BC하이드로의 지하 변전소 건설 계획으로 최대 83그루의 나무가 벌목될 위기에 처했다며 공원 보존을 촉구하고 있다.

밴쿠버 웨스트 엔드 주민들 강력 반발

수십 년 된 아름드리나무까지 사라질 우려

밴쿠버 웨스트 엔드의 대표적인 녹지 공간인 넬슨 공원 곳곳에 최근 섬뜩한 표지판이 등장했다. 나무 몸통마다 리본과 함께 매달린 손글씨 표지판에는 ‘사형수’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는 BC하이드로가 추진 중인 10억 달러 규모의 지하 변전소 건설 계획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의 항의 표시다. 주민들은 이 사업이 승인될 경우 수령이 수십 년에 이르는 대형 나무를 포함해 최대 83그루가 베어질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해당 사업은 BC 유틸리티위원회(BCUC)의 심사를 받고 있으며, 공청회 절차가 진행 중이다.

BC 하이드로 측은 변전소 신설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1953년부터 밴쿠버 다운타운 일대에 전력을 공급해 온 버라드 st.의 달 그라우어 변전소가 심각하게 노후화되었기 때문이다. 전력공사는 기존 부지에는 변전소를 재건축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급증하는 미래 전력 수요를 감당하고 다운타운 일대 약 5만 가구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려면 새로운 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 주민 기 코르미에(58)는 지난주 공원 곳곳의 나무에 직접 표지판을 매달았다. 각 표지판에는 QR 코드가 인쇄되어 있어, 지나가는 시민들이 프로젝트의 상세 내용을 확인하고 오는 8월 4일 마감 전까지 유틸리티 위원회에 반대 의견서를 보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코르미에 씨는 ‘넬슨 공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이다. 이 단체는 전력공사가 로드 로버츠 초등학교 별관 지하에 변전소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이에 맞서기 위해 결성됐다. 해당 별관은 다운타운 지역의 학생 수 급증으로 교실이 부족해지자 임시 교실로 활용되던 곳으로, 2024-25학년도에는 이미 정원이 초과되어 대기자 명단까지 있을 정도로 귀한 교육 공간이다.

이 동네에서 20년째 살고 있다는 코르미에  씨는 “저 나무들은 내가 사는 4층 아파트보다 키가 크고, 어떤 나무는 성인인 내가 양팔을 다 벌려도 안기지 않을 만큼 굵다”며 안타까워했다. 대규모 지하 굴착 공사를 하려면 우선 이 학교 별관 건물부터 철거해야 한다. BC 하이드로는 지하 변전소 건설에 약 5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며, 공사가 끝나면 현재 운동장으로 쓰이는 부지 지상에 더 큰 규모의 대체 학교 건물을 지어주겠다고 제안한 상태다.

밴쿠버 교육청은 최근 로버츠 초등학교 별관 신축을 위한 개발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교육청이 언론에 밝힌 성명에 따르면, 교육청은 지난 2018년 다운타운 내 학교 신설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로드 로버츠 별관 부지의 ‘지하 공간’을 BC 하이드로에 650만 달러에 매각했다. 이 매각 대금 중 약 4,200만 달러는 콜 하버 지역에 새로 지어진 ‘세사이드 초등학교’에 투입됐고, 나머지 자금은 로버츠 별관 재건축을 위해 묶여 있다.

그러나 지난 8년간 건축 자재비와 인건비 등 ‘공사비가 살인적으로 급등’하면서 재정 구멍이 생겼다. 교육청이 BC주 인프라부에 제출한 5개년 자본 계획에 따르면, 별관 재건축에는 총 1억 9,400만 달러가 필요하지만 현재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교육청 측은 “올해 정부 예산 승인을 받지 못했지만, 향후 연례 기금 요청 시 이 학교 신축을 최우선 과제로 계속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 모임인 ‘넬슨 공원의 친구들’은 전력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대가로 주민들이 입어야 할 상실감이 너무 크다고 주장한다. 이웃 주민인 캐롤 리어던은 “공사가 시작되면 이 공원은 우리가 알던 과거의 아늑한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넬슨 공원은 지난 2007년과 2008년에 걸쳐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치며 단순한 잔디밭에서 산책로, 광장, 놀이터 등을 갖춘 주민들의 소중한 사랑방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만약 위원회에서 사업이 최종 승인될 경우, 지하 케이블을 기존 전력망과 연결하는 과정에서 최대 83그루의 나무가 뽑혀 나가고 공원 내 정원, 분수대, 공공 광장 등 대부분의 시설이 손상을 입게 된다.

BC 하이드로는 사라지는 녹지를 보상하기 위해 107그루의 새 나무를 심겠다고 약속했으나, 정작 변전소가 들어서는 지하 시설 바로 위 지상에는 안전 및 운영상의 이유로 깊은 뿌리를 내리는 나무를 심을 수 없다. 결국 나무가 있던 자리는 휑한 잔디 운동장으로 변하게 된다.

리어던은  “다운타운에 있는 ‘카테드랄 스퀘어 지하 변전소’ 지상을 가보면 알 것”이라며 “새로 지어질 학교 부지는 결국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처럼 변할 것이 뻔하고, 새로 심겠다는 나무들도 공원 내부가 아닌 도로변 가로수로만 허용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녀는 “웨스트엔드는 가뜩이나 녹지 공간과 학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동네”라며 전력공사가 최초 제출한 후보지 11곳 중 왜 하필 주민 밀집 지역의 공원을 택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BC 하이드로는 지난 2년 동안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앞서 2022년 전력공사는 밴쿠버 공원위원회와 800만 달러에 합의를 맺고, 넬슨 공원 지하에 송전선을 매설하고 진입로 및 임시 공사 구역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