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수상 B 최자운 이방인 당시의 생각과 상황은 모두 배제한 채 그 순간의 감정과 느낌만 남겨내는 것이 나의 기억법이다. 한국에서 장장 17년을 살았으니 그 중 비 오는 날이 꽤 있었을 텐데 이곳에서 꽤 많은 비 오는 날을 맞이하면서도 비에 대해 특별한 감정과 느낌이 떠오르지 않는 것은 왜일까? 분명 그날들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깨달음이 있었을 텐데 왜 나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가? 이 모든 물음이 이방인이라는 키워드로 모여들었다. 지구 반대편에 새로운 삶의...
윤문영 산은 정직하게 그 위력으로 내 상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흙의 냄새를 주고 발을 제대로 딛지 않으면 마무리를 하지 못하게 한다 끝이 없는 길인줄 알고 끝없이 갔으나 결국은 끝을 보여주는 정직한 산 심장이 제대로 뛰는지 심장소리에 귀를 가울이게 하고 다리의 근육이 어느정도 인가 얄궂게도 높은 곳에도 델고 간다 산은 몸을 데웠다가 산은 용광로 같이 몸을 태웠다가 산은 몸을 차갑게 식혔다가 어떤 표정으로 다가 온다 내려가는 길엔 올라올 때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끼게 해주는...
대상 박소율 비오는 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아침이다. 침대에서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창문으로 비쳐 오는 햇살에 눈이 부셨다. 세수하고 학교를 가는 어렵지도 않게 했던 일상의 루틴들이 오늘 따라 더 버겁게 느껴졌다. 너무 밝게 빛나는 아침 햇살이 나의 정신을 지배했고 생각과 의지가 멈춰 버린 것 같았다. 밀려오는 학업과 불편한 친구들을 학교에서 마주하는 것이 나의 힘듦에 대한 이유겠지만 어두운 곳 하나 남겨두지 않겠다는 듯 모든 것을 모조리 비추는 밝은...
윤문영 불현듯 차 안에 굴러 다니는 아직도 빛나는 은색의 팔찌 공연 날 당일을 불러 일으킨다. 화려하다면 화려하고 소박하다면 소박하고 각자 이름 붙이기 나름이었던 공연. 우리는 이제 제 자리인 일상으로 돌아왔다. 다만 사진과 기억의 도구 만이 우리 곁에 우두커니 기억을 되새김하게 한다. 차 안에 굴러 다니는 은색 팔찌 가만히 보면서 공연이 끝나고 바쁘게 가방을 집어 놓으면서 틈 사이로 빠져나간 그 날의 팔찌의 표정이 묘연 하다. 내 얼굴 표정이 묘연 했을까. 공연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