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트 레이크 직거래 장터
공간·화장실 등 편의시설 개선 목소리
밴쿠버의 트라우트 레이크 파머스 마켓에서 마크 코미어가 운영하는 가판대 앞은 언제나 사람들이 원하는 농산물을 사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룬다.
줄이 워낙 길게 늘어서다 보니 손님들이 가판대 사이를 둘러보며 쇼핑하기가 벅찰 지경이다. 신선한 가지나 싱싱한 고수 한다발을 집어 들고 계산대에 다다랐을 때는, 이미 피망 하나를 더 집으러 발걸음을 돌리기가 여의치 않다. 인기 품목은 금방 동이 나기 일쑤라 일찍 찾지 못한 손님들은 헛걸음하기도 한다.
앨더그로브의 프레이저 커먼 농장에서 유기농업 공동체인 ‘글로리어스 오가닉스’를 이끄는 코미어에게 이는 곧 매출 기회의 상실을 뜻한다. 그는 수년 전부터 시장 측에 더 넓은 자리를 배정해 달라고 요청해 왔으나, 여분의 공간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더 많은 먹거리를 가져오고 싶다,” 그의 말이다. “손님들의 쇼핑 경험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지역 농 식품 경제에 힘을 보태려는 고마운 분들인데, 오시는 길목마다 기분 좋은 경험이었으면 합니다.”
연간 1,800만 달러의 매출과 675만 명의 방문객을 자랑하는 밴쿠버 파머스 마켓은 과거 이스트 밴쿠버의 주차장에 무단으로 천막을 치던 소규모 장터에서 출발해, 현재는 지역 농산물과 최고급 레스토랑의 셰프 들을 비롯한 수많은 방문객, 라이브 음악, 넘쳐나는 공동체 의식이 어우러진 7개의 활기찬 동네 장터로 성장했다.
다만 아이가 급할 때 마땅히 손을 씻거나 용변을 해결할 곳을 기대하긴 어렵다. 밴쿠버 파머스 마켓의 로라 스미스 전무이사는 이 비영리 단체가 시 당국에 더 나은 화장실과 식수, 전력, 장애인 주차 구역 등의 개선을 거듭 요구해 왔으나 “개선된 게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현재의 현상을 유지하는 것조차 버겁다.” 는 그의 설명이다.
특별 행사의 기준을 적용 받는 장터들은 식량 안보, 지역 경제 활성화, 사회적 결속이라는 독보적인 역할에도 불구하고 각종 공사와 개발 사업, 스포츠 경기 일정에 밀려 번번이 자리를 내어줘야 하는 처지다. 스미스는 시 당국이 장터를 일회성 행사가 아닌 공공 인프라 수준으로 대우해 주기를 바라며, 장기적인 계획 수립과 성장을 가로막는 연례 허가 주기를 이제는 탈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모두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사람들입니다.” 마켓 운영진과 상인들을 향한 그의 말이다. 상인들은 매년 2월이면 시장 측이 농장 트럭과 천막의 규격에 맞춰 빽빽하게 자리를 배정하느라 벌이는 복잡한 테트리스 게임 속에서 “손가락 마디 하나 들어갈 틈 없이 빽빽하게 들어찬” 상황도 묵묵히 견뎌내고 있다.
일부 장터에서는 쇼핑객들이 “파인 코트가 사방으로 난 주차장”과 휠체어 진입이 여간 불편한 어색한 입구를 헤쳐 나가야 한다.
화장실 문제는 두 말할 것도 없다. 코미어는 휴대용 화장실이 쓰러지거나 손 씻는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이 장터가 아예 문을 닫게 될까 봐 걱정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털어놨다. “너무나 당연하고 단순한 일처럼 보이는데…” 그의 지적이다. “건강한 삶을 장려하는 도시라면서, 어째서 파머스 마켓에 상설 화장실 하나 만들지 못하는 겁니까?” 그는 덧붙여 “지역의 먹거리 경제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뭔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스미스는 시 당국이 자신의 단체와 손을 잡을 좋은 기회가 있다고 본다. 장터들이 일년 단위 계약에서 벗어나 더 장기적인 협약을 맺을 수 있다면 밴쿠버의 공원 시스템과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년 계약을 연장하는 처지에서는 제대로 된 투자를 할 엄두도 못 냅니다.”
밴쿠버 공원위원회는 공식 입장을 통해 “밴쿠버 파머스 마켓 측이 희망하는 다양한 개선 사항에 대해 충분히 전해 들었다”고 확인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요청들은 “공원위원회가 결정하는 구체적인 사업 우선순위에 맞춰 자본 계획 수립 과정에서 검토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