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96년부터 자리잡고 있던 지역 명물
밴쿠버 아일랜드 서해안 우클루렛의 대표적 해안 유산으로 알려진 128년 된 난파선이 최근 화재로 큰 피해를 입었다.
우클루렛 소방서장 릭 게디스는 6월 10일 새벽에 화재가 발생했으며, 현재 화재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난파선은 우클루렛의 빅 비치에 1896년부터 자리잡고 있던 것으로,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오랜 세월 역사적 상징이자 해안의 명물이 되어왔다.
사진작가 제프 존슨은 화재 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았고 “정말 처참한 광경이었다”며 “이젠 배라기보다는 유해에 더 가까워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년간 이 난파선을 배경으로 석양 사진을 찍어왔으며 “마치 오랜 친구가 큰 사고를 당한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고 전했다.
게디스 서장은 “해변에서 밤새 방치된 모닥불로 인한 신고는 종종 접수되지만 난파선 자체가 불에 탄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 난파선은 정확한 이름이나 출항지, 목적지가 알려지지 않은 채 1896년 폭풍우에 휩쓸려 해안으로 밀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에 설치된 안내판에 따르면 선체에 사용된 더글러스 퍼(북미산 홍송) 목재와 목제 못, 철제 핀 구조 등을 통해 1800년대 중후반 북서미 지역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존슨은 “배가 일부러 해안에 좌초되어 집을 짓기 위해 해체됐는지 폭풍에 당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그래서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이 배에 투영하며 상상할 수 있는, 낭만적인 대상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밴쿠버 아일랜드 서해안은 그간 수많은 난파선이 발생한 지역으로, ‘퍼시픽의 무덤(Graveyard of the Pacific)’이라 불리기도 한다.
1906년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빅토리아로 향하던 SS 발렌시아(Valencia)호가 암초에 부딪혀 침몰하면서 136명이 목숨을 잃는 BC 최악의 해상 참사 중 하나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대중의 공분을 일으켰고, 이후 해안선을 따라 전신선과 구조용 트레일이 설치됐다. 이 트레일은 현재 퍼시픽림 국립공원 관리 하에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West Coast Trail)’로 운영되며 인기 있는 하이킹 코스로 자리잡았다.
게디스 서장은 “누구나 아름다운 해변을 즐길 권리가 있지만 남긴 불씨 하나가 문화재와 주택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방문객들이 반드시 불씨를 완전히 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슨은 “이 난파선은 이제 단순한 풍랑의 흔적이 아니라, 우리 지역이 직면한 위험과 책임을 일깨우는 상징”이라며, “이번 화재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경각심을 요구하는 사건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