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2일 FridayContact Us

“대낮에 8천 달러 털어가”…뻔뻔한 절도 범죄 기승

2025-09-11 20:25:36

지난 8월말, 키치너 한 주류 매장에서는 오후 시간에 남성 6명이 들어와 고급 주류를 가방에 담은 뒤 계산하지 않고 떠나는 장면이 SNS에 퍼졌다. 다른 고객들이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은 덕분에 워털루 지역 경찰은 용의자들의 얼굴이 담긴 사진 여러 장을 공개할 수 있었다.

캐나다 전역에서 조직적이고 대담한 절도 범죄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범죄자들은 처벌이 미약한 제도를 악용해, 한낮에도 거리낌 없이 매장에 들어가 고가 물품을 챙겨 나오고 있다.

수천 달러 어치 버젓이 훔쳐 유유히 사라져

조직적 도둑, 처벌 약점 노려 매장 휩쓸어

이번 주 온타리오주 헌츠빌의 한 홈디포(Home Depot) 매장에서는 남성 4명이 파워 툴을 카트에 가득 실은 뒤 8,000달러 상당의 물품을 계산하지 않고 그대로 나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보다 앞서 한 달 전, 사스케처원주 리자이나의 달라마(Dollarama) 매장에서는 5명의 도둑이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물건을 가방에 담아 유유히 빠져나가는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돼 충격을 주었다. 또한 8월, 에드먼튼의 세이프 웨이 매장 밖에서는 4명이 약 1,500달러 상당의 식료품을 훔쳐 벤츠 SUV에 싣는 장면이 찍힌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었다.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는 곳은 주류 매장이다. 올해 2월 온타리오주 구엘프에서는 한 부부가 주류 매장에서 1,000달러어치의 술을 훔쳐 나간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경찰 대변인은 “이런 종류의 절도가 며칠에 한 번꼴로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엘프 경찰청 스콧 트레이시는 “최근 몇 달간 LCBO(온주 주류 판매점) 절도의 횟수와 규모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지난 8월말, 키치너 한 주류 매장에서는 오후 시간에 남성 6명이 들어와 고급 주류를 가방에 담은 뒤 계산하지 않고 떠나는 장면이 SNS에 퍼졌다. 다른 고객들이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은 덕분에 워털루 지역 경찰은 용의자들의 얼굴이 담긴 사진 여러 장을 공개할 수 있었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해당 사건을 언급하며, 관련자들을 대담한 범죄자들 이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조직적 절도 행위는 캐나다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범죄 유형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2024년 캐나다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4년 대비 2024년까지 10년 동안 절도 범죄는 66% 증가했다. 2024년 한 해에만 경찰에 보고된 절도 사건은 18만2,361건에 달하며, 이는 하루 평균 500건 꼴이다. 이는 신고된 사건만을 기준으로 한 수치이다.

BC 주에서 새롭게 결성된 시민단체 ‘세이브아워스트리츠(Save Our Streets)’는 상점들이 잦은 범죄와 낮은 대응으로 인해 절도 사건 신고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공동 설립자인 제스 케첨은 “주민들은 경찰이 이 모든 일을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신고를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조직적 절도 범죄가 캐나다에서 더 악질적인 이유 중 하나는, 절도범의 대부분이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BC주에서는 3만6,851건의 절도 사건이 신고되었지만, 기소된 인원은 4,040명에 불과했다.

설사 체포되더라도, 고액의 조직적 절도임에도 형량은 매우 가볍다. 예를 들어, 프린스 조지에서는 상습 절도범이 단 30일간의 가택 연금형을 선고받았고, 직장 출근이나 병원 진료는 허용되었다.

브램튼에 거주하는 사트남팔 차울라는 수 백만 달러 규모의 절도 조직을 운영하며 대형 소매점에서 훔친 물건을 아마존을 통해 되팔았다. 그러나 그는 단 6개월간의 가택 연금형을 선고받았으며, 판사는 “새로운 부동산 중개인 경력에서의 성공을 기원한다”고 까지 언급했다.

BC주 랭퍼드에서 RCMP가 실시한 집중 단속에서는 27명이 체포되었지만, 이 중 3분의 1은 바로 형사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경찰은 이들이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 대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3월에는 밴쿠버의 런던드럭 매장에 파이프를 들고 난입해 직원을 위협한 남성조차 단 60일 형에 그쳤다.

캐나다소매협회(RCC)의 존 그레이엄은 인터뷰에서 “가해자들은 형사 사법 제도에서 자신의 행동에 따른 실질적인 결과가 거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협회는 2024년 한 해에만 91억 달러의 피해가 절도 범죄로 인해 발생했다고 추산한다. 참고로, 같은 해 캐나다 전역 모든 경찰 기관의 운영비 총액은 약 200억 달러였다.

한편, 이런 절도 행위에 맞선 비공식적인 대응도 점차 나타나고 있다. 일부 매장 직원이나 시민들이 도둑을 직접 제압하거나 붙잡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 에토비코의 LCBO 매장에서는 직원들이 훔친 물건을 들고 나가려던 남성을 제압해 땅에 눕히는 장면이 영상으로 촬영되기도 했다. 이번 주 키치너의 한 보석상에서는 10대 세 명이 강도 행각을 벌이다 시민들에게 붙잡혀 경찰에 인계됐다.

다만 경찰은 이러한 행위에 대해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워털루 경찰청의 멜리사 퀘리 대변인은 “범죄자들이 예측 불가능하고 폭력적으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에, 시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고 경고했다.